지점별 서비스 비용 차별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에 ‘중대재해처벌법 회피’ 논란도…LS 조목조목 반박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 LS일렉트릭
LS일렉트릭은 서비스 부문을 외주화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LS일렉트릭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남부지사 직원들은 사측의 강요로 LS일렉트릭에서 외주사로 소속을 옮겼다. 사측은 본사와 중부지사까지 외주화하기 위해 본사 서비스 부문 직원들을 대거 지방으로 발령을 내기도 했다. 다만 이 조치에 반발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사무직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매출 비중이 상당한 특약점들까지 반발하면서 외주화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LS일렉트릭이 5월 1일부터 서비스 비용(출장비·기술료·기술점검료)을 대폭 인상할 예정이다. 출장비는 왕복 거리(50~300km) 기준 최저 3만 원, 최대 25만 원 등 6단계로 나눠 시행된다. 현재는 왕복 80km 이상이어도 4만 원 수준이다. 최대 6배 이상 오르는 셈이다. 고압제품의 시간당 기술료는 4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10배 오른다. 저압, 계전, 계측의 시간당 기술료는 3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약 3.3배 오른다. 기술점검료 부문에서 정밀점검은 35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원격검침(연동S/W)은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오른다. 기본점검은 1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2배 오른다. 1회 100만~200만 원이던 계전·계측 기술점검료는 400만 원으로 인상된다.
이번 인상이 전국적으로 단행된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말부터 CX솔루션으로 외주화된 남부지사의 경우, 인상된 서비스 비용을 받아왔다. 그간 LS일렉트릭은 중부(수도권·충청·강원)와 남부(호남·영남·제주도)에 서비스지사를 직영 운영해왔지만, CX솔루션에 남부지사의 유·무상 애프터서비스(AS)를 모두 위탁하고 무상 AS에서 발생한 서비스 비용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외주화했다. 유상 AS는 CX솔루션 자체적으로 고객에게 비용을 받는다. CX솔루션은 인상된 서비스 비용 덕분에 상당한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LS일렉트릭은 약 3개월간 억 원 단위의 무상 AS 비용을 CX솔루션에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특혜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부지사와 남부지사가 각각 담당하는 고객사들이 AS를 받는 과정에서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45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에는 부당하게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해 취급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됐다. 이 밖에도 CX솔루션은 기존 남부지사의 사무실, 창고 등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이 CX솔루션에 사무실·창고 임대료를 무상 지원해주며 자재도 원가로 지급해주고 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고객사들과 손실 관련 협의를 거쳐 지역별 편차를 뒀다면 위법은 아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거래상대방별로 차별해 정상적인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는 금지돼 있다”며 “임대료 무상 지원과 자재 원가 지급은 지원 행위에 해당하긴 하지만, 부당 지원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 타 경쟁사와의 공정 경쟁 저해, 고의로 회사에 손해 입히기 등이 아니면 경영상 판단을 통한 외주사 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S일렉트릭 관계자는 “CX솔루션은 LS일렉트릭의 서비스지정점으로 지난 1월부터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기존 비용보다 많이 받은 건 사실이지만, 5월 인상 예정인 비용보다는 낮은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외주화 전환 배경엔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들어 LS일렉트릭은 내부적으로 서비스 부문을 하청으로 돌리고자 정지작업에 나섰다. 지난 1월 초 남부지사의 서비스 업무를 특약점인 CX솔루션에 이관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LS일렉트릭 소속에서 외주사인 CX솔루션으로 옮기는 데 동의했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직원들을 중부지사로 좌천성 인사를 보내겠다고 압박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LS일렉트릭 한 직원은 “사측은 영업 담당 협력사인 CX솔루션 대표에게 전폭 지원해주겠다며 공식 서비스 지점을 내라고 제안했다. 이후 직원들에게 CX솔루션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동의서를 받았다. 동의하지 않은 직원은 2명뿐이다. 1명은 청주지점으로 발령이 났고, 1명은 육아휴직을 냈다”며 “회사가 조직적으로 외주화에 나선 가운데 일개 직원이 이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외주사로 소속 변경하는 것에 대해 동의를 구하는 과정은 강요와 다를 바 없었다”고 주장했다.
LS일렉트릭은 본사 서비스 부문 직원들을 모두 지방으로 인사 발령을 냈다. 본사 서비스 부문을 포함한 중부지사를 남부지사처럼 외주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서비스 부문 직원들은 곧바로 반발하며 지난 2월 8월 LS일렉트릭 사무직 노조를 설립했다. 현재 사무직 노조위원장도 서비스 부문 직원이다. 결국 3월 초 LS일렉트릭은 서비스 부문 직원들을 다시 본사로 올려보냈다. 사측은 당시 인사 파동의 최고 책임자가 아닌 서비스 부문 인사를 진행한 팀장만을 보직 해임하는 데에 그쳤다. 내부에서는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서도 LS일렉트릭 측은 “외주화 과정에서 지방 발령을 언급하며 동의를 강요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해당 지역 서비스 자체 업무를 종료하고 외주화함에 있어 내부 직원들에게 충분한 사전 설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서비스 외주화의 배경으로 비용 절감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책임 회피가 꼽힌다. 지난 4월부터 LS일렉트릭은 2인 1조 운영 지침과 안전작업용품 구비 및 제작을 시행했다. 이전보다 인건비, 안전관리비 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LS일렉트릭의 사업 특성상 중대재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12월 경기 안양에서 건설장비(롤러)에 LS일렉트릭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깔려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공사는 LG유플러스가 발주한 전력선지중화 공사로 에스앤아이건설(S&I건설)이 시공을 맡아 LS일렉트릭에 전기공사를 맡겼다. LS일렉트릭은 전기공사를 재하도급한 셈이다. 4월 27일 경기 안양만안경찰서와 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은 수사를 마치고 LS일렉트릭을 불법 재하도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전기공사업법 제14조에 따르면, 공사업자는 도급받은 전기공사를 다른 자에게 하도급 줘서는 안된다. 이 밖에도 2015년 감전, 2019년 감전과 낙하 등의 안전사고가 LS일렉트릭 사업장에서 발생한 바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표이사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현재 LS일렉트릭은 오너 일가인 구자균 대표이사 회장이 이끌고 있다. 기존 남부지사 서비스 권역의 경우, 유상 AS는 외주사가 자체적으로 고객에게 비용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앞서의 백광현 변호사는 “유상 AS 관련해서 LS일렉트릭과 외주사 간 업무지시 관계가 없으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무상 AS는 LS일렉트릭이 외주사에 업무를 위탁해 고객사를 연결한 후 비용을 보전해주기에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진 않다.
이에 대해 LS일렉트릭 관계자는 “CX솔루션은 당사의 서비스지정점으로 중대재해처벌법 회피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계약상 원청과 하청 관계가 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문제 발생 시에는 직영, 외주의 차이 없이 동일하게 처벌받는다”고 반박하면서 “지난 12월 사고는 유족과의 합의를 모두 마치고, 관련 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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