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장, 중재안 알았다면 배신 몰랐다면 무능” “윤 당선인 입장 번복 정치력 부족 노출” 부글부글
내부 반발을 우려해 김오수 검찰총장이 다시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재안의 ‘중’ 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몰랐을 리 없다”는 비판과 함께 “알았다면 배신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신뢰를 받지 못했던 김오수 총장을 비롯, 문재인 정부에 줄을 섰던 고검장, 검사장들 일부가 명예롭게 은퇴할 기회가 생긴 것”이라며 비아냥거리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몰랐다” 해명에도 계속되는 비판
여야가 중재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의를 재차 표명하며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김오수 총장. 하지만 주말 사이 김오수 총장 책임론이 제기되자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박병석 의장과의 면담에서 중재안의 ‘중’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22일 오전 대검 간부들과 회의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제시한다는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여야가 중재안을 도출했던 22일보다 하루 앞인 21일, 박 의장을 면담하고 온 만큼 사전에 중재안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김오수 총장이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자 이를 해명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는 이어 “점심 식사 도중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수용한다는 입장이 나오면서 대검 간부들과 상의한 후 이에 대한 반대 의사 표시로 즉시 법무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국회를 여러 차례 오갔지만) 국회에서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 사무총장 등을 만나는 과정에서 국회 동향이나 여야 원내대표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국회에 파견된 검사나 직원들에게도 물어봤는데 전혀 몰랐다고 한다. 무능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데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수완박 중재안에 명확히 반대한다”며 6대 범죄 중 공직자·선거범죄 영역이 4개월 내에 삭제되는 점 등을 문제 삼기도 했다.
#“몰랐을 리 없다” vs “몰랐던 것 같다” 나뉘는 의견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김 총장의 이 같은 해명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김 총장이 박병석 국회의장과 만난 이후 취재진들에게 “필요한 권력 수사는 해야 하지만, 국민이나 국회, 여론이 원치 않는 수사는 하지 않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고 언급했던 것을 토대로 ‘중재안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존폐가 걸린 상황에서 현직은 물론 전직들도 동원돼 검수완박을 반대하기 위해 국회의원들 동향 파악을 하고 있던 상황인데 이를 모두 취합해 대응을 결정하는 총장이 몰랐을 리 없다”며 “해외 출장도 취소하고 중재안을 박병석 의장이 준비해서 제안할 것이라는 얘기가 20일부터 돌았는데 21일 면담 자리에서 이를 물어보지 않았다면 무능한 것이고, 내용을 들었는데 대응을 하지 않고 중재안 발표를 그대로 둔 것이라면 검찰 조직을 배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여야 합의 직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도 김 총장의 해명을 요구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국회의 상황을 알았던 것인가, 몰랐던 것인가”라고 김 총장에게 물었고, 박재훈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총장님은 청와대 및 국회에서 어떤 대화를 나눈 것인가. 중재안을 사전에 알고 있던 것은 아닌가”라며 “무책임하게 사직하고 나가버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에게도 야기되는 비판
국민의힘이 4월 22일 전격적으로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주말 사이 입장을 번복하면서 민주당에 ‘입법 강행’ 명분을 준 것을 놓고도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존폐가 걸린 중요한 사안에 대해 윤석열 당선인이 사전에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는 지적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대통령(당선인)이기에 검찰 조직의 문제에 대해 직접 얘기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 제대로 된 입장을 국민의힘에 전달해 대응 방향 등을 공유해야 하는데 이를 전혀 하지 않다가 ‘중재안 합의’라는 상황에 펼쳐지자 그제야 부랴부랴 입장을 전달해 국민의힘이 번복하게 만든 것”이라며 “국회의원 0선 출신의 대통령이라는 정치 능력 부족을 그대로 노출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문재인 정부 때 승승장구했던 이들이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면서 명예롭게 조직을 떠날 수 있게 만든 것이 정작 윤 당선인인 셈”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27일 출근길에 기자들이 “검수완박 법안이 오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고 묻자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국회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답했지만, 검찰은 실망감이 상당하다. 입장은 알겠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부터 검찰을 위기로 몰고 갔다는 회의적인 분석도 나온다.
또한 검수완박 법안을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던 상황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라 임명해 민주당을 자극한 것도 자충수였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소식에 비교적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전·현직 검사들이 모두 지역, 학연 등 인연을 토대로 민주당을 설득하는 작업을 했는데 초반에만 해도 ‘조금 과한 감이 있다’며 신중론자들이 민주당 내에서 더 많았는데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하자 신중론자들마저 ‘이건 싸우자는 것 아니냐’며 검수완박 강행으로 돌아섰다”라며 “한 검사장이 실력이 있다고 해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강행하면 반발할 것이라는 점을 몰랐는지 윤석열 당선인에게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검찰
검찰은 2000여 명의 검사와 8000여 명의 수사관들이 입장을 모아 “검수완박은 위헌이므로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하지 말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박 의장에게 보낼 예정이라지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JTBC 인터뷰에서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 등에 대해 공감을 표한 바 있기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희박하다.
앞선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의당까지 중재안 합의 후 본회의 상정 시 처리하겠다는 상황 아니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이제 검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토로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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