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후 경찰 사건 처리 현저히 늦어져”…“잘 모르면 불송치, 바쁘면 불송치” 우려도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A 변호사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개혁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국회 법사위는 4월 27일 새벽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단독 기립표결로 검찰 수사·기소 분리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검수완박 법안이 본회의만 남겨두고 있다.
이 같은 소식에 서초동에서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더 세진 법안이 사건 처리에 지장을 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 사건 처리가 매우 힘들어졌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2021년 12월 13일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설문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긍정적인 평가를 한 변호사는 전체 설문 참여 변호사의 7.5%에 불과했다.
A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속도가 현저히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A 변호사는 “진지하게 형사사건을 안하고 싶을 때가 많다. 통상적으로 민사보다 형사가 훨씬 빨라야 정상이다. 그런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의 수사 기간이 별다른 이유 없이 1년을 넘어가는 경우가 너무 많고, 2년 넘는 사건도 있다”면서 “1년 걸려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다고 해도 검찰에서 90% 가까이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온다. 보완수사는 대부분 3개월 이상 걸리고 길게는 6개월 이상 보완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A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도 힘든 상황인데 그 매운맛 버전인 검수완박 법안에 찬성할 수가 없다. 법리적으로 어떤지는 차치하고라도 형사 사건을 실무로 하고 있는 변호사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초동에서 피해자 다수 단체 소송 등을 맡아온 B 변호사도 보완수사 이후 경찰 대응 문제점을 꼬집었다. B 변호사는 “경찰 보완수사 기간이 너무 길다. 시간 제한 등이 없다 보니 마음대로다. 보완수사를 하기 싫으면 굳이 안해도 되는 경우에도 언제 올지 모르는 정보 제공 요청을 해놓는 경우가 있다”면서 “미국 아마존, 구글 등에 정보 제공 요청해 놓고 한 1년 기다렸다가 회신 오면 이미 그때는 담당 경찰관이 인사 이동한 이후인 경우도 봤다”고 설명했다.
B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이후 상황도 부정적으로 봤다. B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법 전문가가 아닌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충분히 기소 가능하다고 본 사건도 검찰에 불송치하는 경우가 많다. 잘 모르면 불송치, 바쁘면 불송치로 보일 만큼 남발한다”며 “이의 신청을 하고 검찰이 받아들여 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그때는 앞서 말한 ‘뭉개기’에 들어가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21년 동안 전국 검찰청은 고소·고발인이 이의신청한 사건 2만 5048건 가운데 30%인 7508건을 보완수사 요구 방식으로 경찰에 돌려보낸 바 있다.
형사 사건을 주로 맡아 온 C 변호사도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 방식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C 변호사는 “경찰이 변호인이나 피해자에게 수사 자료를 아예 만들어 오라고 요구한다. 범죄일람표는 고소인 측에서 경찰 입맛에 맞게 딱딱 정확하게 갖다 줘야 하는 건 기본이다”면서 “사실 경찰도 워낙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다들 지구대로 탈출 러시다. 요즘 경제팀 가보면 경력이 적은 경찰관들이 대부분으로 조직의 허리가 없다. 사건 1개당 수당이라도 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C 변호사는 “현 시점에서 검수완박 법안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경찰로부터 송치 받은 사건은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 범위 내에서만 수사할 수 있다’고 못을 박아두면 이후 어떤 상황으로 검찰이 범죄자의 추가 범죄를 알아낸다 해도 묻어둬야 한다는 건가”라며 “검사는 공소 유지라도 할 텐데 앞으로는 검찰 수사관이 아예 할 일이 없어지는 상황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검찰 수사관도 국가적인 자산인데 이들을 썩히게 되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A 변호사도 “법률적으로 복잡하거나 신종 범죄 조직 등을 경찰이 수사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앞으로 범죄자가 충분한 벌을 받고 나오지 않는 경우가 생길 것 같아 걱정이다. 경찰이 정치인 등 거물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직 경찰관 이 아무개 씨는 “아무래도 검사보다는 경찰이 외압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사는 ‘한직으로 쫓겨나면 때려 치고 나가도 변호사 하면 된다’가 되지만 경찰은 나가면 할 게 보안업체 아니면 영업직 정도밖에 없다. 정치인 등 수사 대상이 거물이고 외압이 우려되는 사건이면 수사를 이끌어 나가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검수완박 피해는 일반 국민들이 볼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B 변호사는 ‘변호사들이야 업무고 일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피해자인 고소인들이다. 범죄로 인한 피해를 보는 것도 모자라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경찰 수사관들 일처리를 보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누가 봐도 명백한 범죄자가 경찰 불송치로 처벌을 피하는 경우도 많은데 검수완박으로 그런 일이 늘어날까 겁난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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