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악화 속 브랜드전략실장 이경후 경영리더 역할 주목…CJ ENM “특별한 입장 없다”
#정치권 논란에 휩싸인 CJ ENM
CJ ENM이 비판을 받는 주된 이유는 특정 세력의 정치인만 출연시킨다는 의혹 때문이다. tvN이 문재인 대통령의 출연을 거절했다는 소문은 이전부터 돌았다. 이에 대해 CJ ENM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4월 21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해 4월과 그 이전에도 청와대에서는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수선사, 조경담당자들의 프로그램 출연을 문의했고, 제작진은 CJ 전략지원팀을 통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며 “CJ가 (출연을) 요청받은 바 없다고 언론에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tvN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출연을 거부했다는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됐다. 경기도지사 비서관 출신의 김 아무개 씨는 지난 4월 26일 “이재명 상임고문이 경기도지사였을 때부터 대선 후보 때까지 CJ ENM에 경기도정과 관련된 공직자와 이 상임고문의 출연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제작진과 미팅을 추진했다”며 “미팅은 이뤄지지 못했고, 전달받은 거절 사유는 ‘프로그램 진행자가 본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정치인 출연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한다’라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CJ그룹이 차기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윤석열 당선인을 출연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정치권력의 방송 개입과 미디어 재벌의 자발적 충성이 빚어낸 촌극이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불거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다가올 신권언유착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CJ ENM은 과거에도 정치권 관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3년 당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청와대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tvN의 ‘SNL 코리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희화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미경 부회장은 201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현재도 미등기 임원으로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CJ ENM이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과 ‘국제시장’, 2016년 개봉한 ‘인천상륙작전’ 등은 모두 보수 진영을 겨냥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CJ가 좌파적 성향을 보인다는 뉘앙스의 말을 했고, 영화를 잘 만드는 소양이 있으니 방향을 바꿔 잘해 준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애국적인 영화를 많이 만들어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경후 경영리더에게 미칠 영향은?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경영리더는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이경후 경영리더는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함께 CJ그룹 후계자로 거론된다. 보수적인 재벌가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선호 경영리더가 차기 CJ그룹 총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경후 경영리더가 CJ그룹을 승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이선호 경영리더가 각종 구설수에 올랐던 것과 달리 이경후 경영리더는 이렇다 할 구설수도 없다. 또 CJ ENM의 매출이 2020년 3조 3912억 원에서 2021년 3조 5524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실적도 상승세에 있다. 현재 이선호 경영리더와 이경후 경영리더가 보유한 CJ(주)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각각 2.87%, 1.27%다. 이선호 경영리더가 높지만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CJ ENM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일각에서는 ‘티빙’ 등 CJ ENM 제품의 불매운동 조짐도 나오고 있다. CJ ENM의 브랜드를 책임지는 이경후 경영리더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이선호 경영리더가 차기 CJ그룹 회장에 취임하더라도 이경후 경영리더가 CJ ENM을 떠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비슷한 사례로 이재현 회장의 누나 이미경 부회장은 그룹 내 문화 사업을 담당하면서 이 회장을 돕고 있다. 이경후 경영리더는 지난해 ‘202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 참석하는 등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실제 이경후 경영리더의 별명은 ‘리틀 이미경’이다. 즉, 이번 논란이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도 이경후 경영리더의 경영 활동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CJ ENM은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 추진에는 CJ그룹 오너가, 특히 이경후 경영리더의 의견이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콘텐츠나 연예계 사업은 대외적인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고, 한 번 구설수에 오르면 이미지 회복이 어렵다.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후 기대만큼의 실적을 기록하지 못하면 이경후 경영리더의 발언권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CJ ENM은 사건의 수습보다는 침묵으로 버티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어설프게 해명하다가 논란을 더 키운 사례는 한두 개가 아니며 아예 조용히 잊히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면서도 “이번 논란 같은 경우는 정치권에서 계속 언급하면 쉽게 잊힐 만한 일이 아니므로 좋은 방법 같지는 않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명을 통해 “(관련 내용을) 설명해야 할 CJ ENM이 손 놓고 있는 사이 방송을 진행했던 유재석 씨만 애꿎게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항간의 의혹처럼 강호성 CJ ENM 대표가 편성이나 제작에 개입한 것인지 아니면 제작진의 자체 책임으로 결정을 한 것인지 국민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 ENM 관계자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만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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