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여동생 그룹’ 메리트에 아이즈원 출신 사쿠라·김채원 영입 화제…소속사 “음해, 법적 조치”
이번 학폭 폭로로 문제가 된 멤버는 김가람(17)이다. 4월 5일 그가 르세라핌의 두 번째 멤버로 공개되자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김가람의 학폭을 폭로한 글이 최초로 올라왔다.
당시 폭로자는 김가람과 같은 중학교를 3년 동안 다녔다고 밝히며 “주변 학교까지 모르는 사람 없을 정도로 질 안 좋기로 유명했다. 전 1년 동안 김가람과 그 무리 애들이 꼽주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준 것 때문에 진짜 심각하게 학교 다니기가 싫었다”고 폭로했다. 학교에서 큰 사건이나 학폭이 터지면 김가람이 거의 연관돼 있었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애들을 자기 무리 애들과 합세해 욕하거나 페이스북으로 저격하는 식으로 괴롭혀 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폭로 글 이후로 같은 학교 출신이라고 주장한 네티즌들도 욕설이나 선정적인 낙서를 배경으로 한 김가람의 사진 등을 공개하며 폭로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에 폭로 이튿날인 4월 6일 하이브와 쏘스뮤직이 공동 명의로 공식입장을 내고 "최근 제기된 의혹은 해당 멤버가 중학교 입학 후 초반에 친구들을 사귀던 시기에 발생한 문제들을 교묘히 편집해 해당 멤버를 악의적으로 음해한 사안"이라며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해당 멤버는 중학교 재학 시 악의적 소문과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SNS와 메신저 등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괴롭힘) 등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것이 제3자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의혹이 데뷔를 앞둔 아티스트를 음해하려는 악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보고, 본 사안과 관련된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이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쏘스뮤직이 법적 조치에 착수했다"며 "이제 데뷔를 앞둔 연예인 이전에 아직 미성년자인 멤버에 대한 인격모독적 내용을 담고 있어 이를 제기한 주체에 대해 어떠한 합의나 선처 없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명확히 말씀 드린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엄포대로 하이브와 쏘스뮤직은 폭로자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20일 폭로자 A 씨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나 고소당했다. 엄마한테 방금 연락 왔다”고 밝힌 뒤 현재까지 SNS(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고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던 추가 폭로도 잠잠해졌지만 대중들 사이에서는 소속사가 명확한 해명 없이 폭로자들에 대한 강압적인 입막음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학폭을 폭로한 네티즌들이 사진과 사이버 불링 채팅 캡처본을 올리며 주장에 힘을 보태는 반면 하이브의 대응은 유명 소속사치고는 다소 허술했다.
앞선 공식입장에서도 김가람이 가한 학폭 내용에 대해 세세하게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익명의 제3자로부터 김가람이야말로 학폭 피해자라는 새 주장을 확인했다는 ‘맞불’에 그쳤을 뿐이었다. 코앞에 다가온 데뷔에 급급해 소송으로 먼저 입을 막고 논란이 자연히 사그라지길 기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르세라핌의 김가람처럼 데뷔 전 학폭 폭로가 문제가 됐던 케이스는 걸그룹 있지(ITZY)의 리아가 있다. 대중들에게는 2021년 2월 24일 네이트판 폭로를 통해 처음 알려졌지만, 실제로 이 폭로자는 있지의 데뷔(2019년 2월) 이전인 2018년 4월 경 자신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첫 폭로글을 올렸다가 2020년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로부터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글에 댓글을 달아 동조했던 또 다른 학폭 피해 주장 네티즌도 함께 피소됐다.
이 사건은 2021년 6월 명예훼손의 성립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며 무혐의 불송치 처분이 내려졌다. 고소인을 비방하기 위해 쓴 글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허위로 글을 작성했다는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는 게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입장이었다. 다만 리아의 학폭 사실의 진실 여부까지 수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폭로자의 무혐의가 곧 리아의 학폭 인정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해당 폭로자가 2018년 4월 28일부터 2020년 11월 28일까지 닉네임을 바꿔가면서 리아와 관련한 4건의 악성 게시물을 작성했다며 이의신청 후 재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 사건의 진행 상황은 알려진 바가 없으며, 폭로자들이 고소 사건에 집중하며 추가 폭로를 하지 않는 사이 리아 역시 그 기간 동안 별다른 제약 없이 활동했다.
비슷한 시기 학폭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에 이름을 올렸던 연예인들이 진실 여부를 떠나 일정기간 동안 활동을 중단했던 것과 달리 그대로 스케줄을 강행한 리아와 소속사에 대해 일부 대중들의 비판이 일기도 했다.
고소로 순간의 잡음만 넘기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선례가 남은 만큼 르세라핌 역시 상세한 해명보다는 강경 대응을 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유효했다. 이미 논란은 뒷전으로 넘어가고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의 첫 앨범은 예약 판매 일주일 만에 주문량 27만 장을 넘어서며 30만 장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즈원으로 국내외 안정적인 인지도를 보유한 김채원, 미야와키 사쿠라의 영입과 더불어 방탄소년단을 키워낸 하이브의 수장 방시혁이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다는 이슈들로 인해 고소로 입막음된 논란이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소속사의 막대한 초기 투자가 뒷받침되는 데뷔 그룹의 경우 일정이 한번 틀어지기 시작하면 그 손해를 만회하기까지 더욱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소속사로서는 먼저 강경대응으로 맞서 추가 폭로를 막아야만 차후 활동은 물론 폭로자에 대한 합의도 수월하기 때문에 그런 방침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최근 2~3년 사이 더욱 치열해진 걸그룹 시장에서 4세대 걸그룹의 최전선에 설 '초특급 신예'라는 점에서 르세라핌에게 쏟아질 국내외 관심은 빠르게 식은 초기의 논란을 그대로 잊히게 만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해명 없는 논란을 딛고 활동 강행을 선택한 만큼 르세라핌은 5월 2일 예정된 데뷔를 마치고 정해진 스케줄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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