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유플러스 네트워크 담당 직원들이 서울 광화문 지역에 설치한 LTE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
조용하던 LG유플러스와 이상철 부회장이 큰소리를 친 것은 지난 7월 1일 LG유플러스가 국내 최초로 4세대(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주파수 할당과 4G LTE 시대가 맞물리면서 지금까지 움츠려 있던 LG유플러스가 가장 먼저 치고 나간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LG유플러스는 타사보다 두 배 빠른 속도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자신감을 갖고 ‘돌격 앞으로!’를 외칠 수 있었던 데는 두 가지 호재가 작용했다. 먼저 2.1㎓(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단독 입찰해 손쉽게 확보한 것이 큰 힘이 됐다. 밀접한 관계인 LG전자가 세계 LTE 특허 중 23%를 보유하고 그 가치가 79억 달러로 퀄컴 등을 제치고 세계 1위라는 점도 LG유플러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상철 부회장은 LTE 서비스를 개시한 직후인 지난 7월 4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3등의식’의 단절과 ‘세계 1등’을 외쳤다. 이메일 곳곳에 유리한 여건이며 1등으로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심정이 배어 있었다. 이는 이상철 부회장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LG그룹 안팎에서 지난해 1월 통신업계로 복귀한 이상철 부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굉장했다. KT 사장에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고 광운대 총장을 경험했으니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가 막강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LG유플러스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믿었다.
이 부회장 자신도 취임 초기 꽤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그는 LG텔레콤, LG파워콤, LG데이콤을 합쳐 LG유플러스로 새롭게 출발하며 통신업계에 ‘탈통신’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온 국민은 요(yo) 요금제’와 같은 파격적인 요금제를 선보였다. “4년 내에 매출 10조, 영업이익 1조 원을 실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취임하고 2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 이 부회장의 꿈은 요원해 보인다. 이 부회장이 던진 화두와 요금제도 생각만큼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상철 부회장과 LG유플러스가 어려움을 겪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알려졌듯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한 탓이었다. 먼저 스마트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쪽은 LG전자였지만 LG유플러스도 유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높을 때 이상철 부회장은 “스마트폰은 곧 깡통폰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깡통폰의 의미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필수 기능만 탑재하고 소비자가 직접 필요한 기능을 받아쓴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되면 스마트폰 가격이 확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분간 스마트폰이 깡통폰이 된다거나 가격이 확 내려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오히려 기능과 사양이 점점 더 업그레이드된 고가 스마트폰이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상철 부회장은 라이벌 이석채 KT 회장에게 완전히 밀린 셈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이상철 부회장은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LTE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역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상철 부회장이 일찌감치 LTE 서비스를 시작한 반면 이석채 회장은 1.8㎓ 주파수 경매에서 백기를 들었다. 믿었던 2G 서비스 종료도 순조롭지 않아 LTE 서비스 개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일 스티브 잡스의 죽음이 한편에서는 이상철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해석되고 있다. 스마트폰 부진과 반대로 LTE 시대에 1등 특허로 치고 나갈 LG전자의 덕을 LG유플러스가 볼 것이라는 해석이다. LG유플러스 측은 “LG전자의 LTE 특허는 단말기와 관련된 부분”이라면서도 “좋은 단말기를 쉽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아이폰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KT는 당초 지난 4일 출시 예정이던 아이폰5 대신 아이폰4s가 선보이면서 타격을 받았다. 아이폰5를 기다렸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낚였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는 KT의 이미지에도 손해가 될 듯하다. 여러모로 이상철 부회장에게 운이 따르는 형국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통신업계 일부 전문가들은 LG유플러스가 비록 2.1㎓ 주파수를 쉽게 확보했다지만 고주파수 대역의 단점인 낮은 투과성과 짧은 도달거리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고주파수는 저주파수보다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나를 수 있다. 2.1㎓ 주파수를 확보한 LG유플러스가 타사보다 2배 빠른 속도와 깨끗한 화질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고주파수는 저주파수보다 전파의 직진성이 강하고 투과성이 낮으며 도달 거리가 짧아 외부 영향에 민감하다. 산이나 건물이 밀집해 있는 지역, 지하 등에서 통화나 전송이 원활하지 않거나 심지어 끊기는 수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2G시대에 800㎒(메가헤르츠)를 사용한 SK텔레콤과 1.8㎓를 사용한 PCS 업체들의 통화 품질 차이를 생각하면 금방 이해할 만한 대목이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지국을 촘촘히 세울 예정”이라고 답했다. LG유플러스는 LTE 서비스를 위해 내년까지 1조 7000억여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계획하고 있는 투자액은 3조 원 이상씩 투자했던 SK텔레콤과 KT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장비가 슬림화한 데다 호환 가능한 기존 기지국을 활용할 수도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에서 종종 벌어지는 통신장애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급선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계획한 대로 도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LTE 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다른 통신사들과 어떻게 경쟁할지도 관건이다. 가뜩이나 LG유플러스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수익과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해 줄 것을 방통위에 요청하고 있어 요금제로 승부하기도 어렵게 됐다. 최근 희망가를 부르고 있는 이상철 부회장이 이런 난제들을 어떻게 돌파해낼지 주목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