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마스크 해제에도 대부분 출근길 착용…학교 앞이나 공원에서는 ‘노 마스크’ 눈에 띄어
#"쓰는 게 더 익숙" "민낯 보이고 싶지 않아"
5월 2일 월요일 오전 8시 30분 서울 공덕역 인근의 풍경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지하철 역사 안으로 들어오는 시민도 나오는 시민도 모두 마스크를 코까지 올려 쓰고 바쁘게 걸었다. 야외에서만큼은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됐지만 거리에서 맨 얼굴을 내보이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누가 마스크 해제 조치를 내리느냐’를 두고 신·구 권력이 기 싸움을 벌인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
베이지색의 제법 두꺼운 마스크를 착용한 직장인 김서연 씨(29)는 마스크를 벗지 않는 이유에 대해 “눈치게임은 아니다”라며 “코로나19 시국에 입사를 해서 그런지 이게 내 사회적 얼굴이다. 마스크를 벗으면 동료들이 나를 못 알아 볼 것 같아 계속 쓰려고 한다. 날이 더 더워져야 벗을 생각이 들 것 같다. 익숙해서 불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민낯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다. 수학 강사 김영훈 씨(34)는 “의무로부터의 해방이 마냥 좋지 않다. 마스크 덕분에 그동안 아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는데, 맨 얼굴을 들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동안 교실에서 물도 마시지 않았다”며 “아직은 제자들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기 때문에 출근길과 퇴근길에도 꼬박꼬박 마스크를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9시 30분쯤 광화문 인근 버스 정류장에 모여 있던 시민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덴탈형 마스크를 쓰고 있던 한 여성은 버스에 올라타기 전 가방에서 부리형 마스크를 꺼내 바꿔 착용하기도 했다.
박지현 씨(31)는 “아직 코로나19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데다 기저질환으로 백신도 다 맞지 못 해서 더욱 조심하는 중”이라며 “그래도 상쾌한 공기를 쐬고 싶어서 유동인구가 적은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일회용 마스크를 꼈다가 버스 타기 전에 KF94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날인 3일과 4일 출근길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모습을 드러낸 직장인 대다수는 여전히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그나마 다른 점은 흡연을 하기 위해 마스크를 내리는 시민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일상 회복 준비하는 학교…학생들은 “친구 얼굴 처음 봐”
반면 학생들은 어른들보다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인 편이었다. 3일 오후 5시쯤 서울 마포의 한 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턱에 마스크를 걸치거나 내려 쓴 모습이었다. 특히 친구와 함께 있는 학생들은 교문과 멀어지자 아예 마스크를 벗고 무언가 나누어 먹기도 했다. 하굣길 군것질이 가능해진 것이다. 무리지어 하교하던 여중생 3명은 “셋이 같은 반이 아니라 친구 사이인데도 서로 진짜 얼굴을 거의 몰랐다. 월요일에 처음 공개하기로 한 것”이라며 “길에서 과자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자전거를 끌고 횡단보도에 서 있던 남고생도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쓴 상태였다. 이 학생은 “아침에 엄마가 ‘네가 남들 몫까지 써야 된다’면서 마스크를 두 장 챙겨줬는데 다른 애들이 안 쓰니까 저도 밖에서는 안 쓰게 된다. 축구할 때 편하고 지금처럼 자전거 탈 때 좋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등교사 김나영 씨(35)는 “학생들이 변화에 가장 민감한 것 같다. 체육대회나 수련회 일정에 대한 질문도 많고 점점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며 “마스크 해제에 대한 귀여운 고민 상담도 들어오는데, 최근에는 한 학생이 ‘남자친구 생긴 지 얼마 안 됐는데 마스크 벗은 모습 보면 헤어지자고 할까봐 걱정되고 남자친구도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르게 생겼을까봐 걱정된다’며 찾아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자 마스크를 벗은 채 운동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4일 오후 7시쯤 마포구 대흥동 경의선숲길공원을 따라 걷는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리고 운동을 하거나 아예 하지 않은 채 숨을 몰아쉬었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끼고 산책을 하던 이들도 20~30분 지나자 마스크를 코 밑으로 끌어내리고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마스크 없이 달리기를 하던 황 아무개 씨(31)는 인터뷰를 요청하자 “마스크가 없다”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황 씨는 “실내에 들어갈 생각도 없고 항체도 있어서 빈손으로 나왔다”며 “마스크 없이 야외 러닝을 하는 건 거의 1년 반 만인데 정말 좋다. 주말에는 등산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휴일인 어린이날에는 마스크를 벗은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5일 오전 10시쯤 삼각지역 앞 횡단보도에서 있는 시민 8명 가운데 홀로 마스크를 벗고 있던 한 외국인 남성은 “마스크는 주머니에 있다”며 “안 써서 좋다”고 웃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쯤 경복궁 일대를 관광하는 외국인들도 마스크를 없이 한복을 차려입고 사진을 찍었다.
다만, 마스크를 계속 쓰고 싶다는 외국인도 있었다.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사장 인부들 사이에서 홀로 ‘턱스크’를 하고 있던 한 외국인 인부는 “마스크랑 모자를 쓰면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안 쳐다봐서 좋았다. 그런데 다 벗게 되면 많이 쳐다보고 무시도 당할 것 같다”며 “마스크 계속 쓰고 싶다. 벗으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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