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6000원 샤워·전기 시설 완비, 새벽엔 상잣성 숲샤워 ‘디지털 노마드’ 실현…가성비+가심비 갑!
이번엔 제주에 있는 네 개의 자연휴양림 가운데 도시인들이 가장 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붉은오름자연휴양림으로 간다. 야영을 해도 꼭 아침저녁으로 샤워는 해야겠고, 넷플릭스도 봐야겠다면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이 제격이다.
깊은 산중에 있어 샤워시설이나 전기시설이 따로 없는 서귀포자연휴양림과 달리 이곳에선 2000원 만 내면 뜨거운 물 샤워를 할 수 있고 2000~3000원을 더 내면 1박 2일 내내 데크에서 전기사용도 가능하다. 숲속에서 일하며 진정한 ‘디지털 노마드’도 실현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데크 사이즈에 따라 하루 야영비도 6000~8000원으로 ‘가성비 끝판왕’이다. 공립 자연휴양림이라 가능한 가격이다. 사실 자연환경만 놓고 보면 5성급 호텔 숙박비를 내도 아깝지 않다.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20여 개의 야영 데크들이 오밀조밀 들어앉아 있고 그 사이로 오솔길이 놓여 있어 다니기에도 편하고 구조도 아름답다.
전기를 쓸 수 있으니 야영객들은 밤이면 저마다 갖가지 전구를 밝힌다. 알전구부터 감성 호롱불까지, 야영장은 밤이 되어도 아늑한 분위기다. 미니 빔을 틀고 영화를 보는 야영객도 있고 텐트 앞에서 바로 노트북을 펼치고 일하는 사람도 눈에 띈다. 요즘은, 특히 간단한 짐을 풀고 자연휴양림에서 하루를 보내는 야영객들은 시끄럽게 술을 마시거나 늦도록 떠들며 놀지 않는다. 야영장의 텐트들은 각자의 사생활로 조용하고 운치 있다.
텐트 생활을 하는 캠핑의 맛은 낭만 쏟아지는 밤에도 있지만 이른 새벽의 숲에도 있다. 야영장에선 텐트 밖으로 한 걸음만 나와도 깊은 숲이다.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가는 발걸음에서부터 ‘숲 샤워’는 시작된다.
세수도 하기 전, 이른 아침 숲 산책은 눈보다 먼저 머리가 맑게 깨인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은 무엇보다 산책길이 5성급이다. 야영장에서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먼저 1.1km 환형의 무장애 나눔 숲길이 나온다. 산책길에도 데크가 잘 깔려 있어 유모차를 끌기도 좋고 무릎이 아픈 노인들이 산책하기도 좋다.
무장애숲길은 중간쯤에서 2.7km의 상잣성 숲길로 이어진다. 상잣성 숲길은 휴양림에서 야영을 하지 않아도 숲길을 걷기 위해 여행객들이 부러 찾아오는 제주 명품 숲길 가운데 하나다. 바닥에는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 폭신하고 1m 폭의 오솔길은 다정하다. 나뭇가지들이 손 잡아주니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다.
원점인 휴양림 주차장으로 돌아오게 되는 상잣성 숲길은 다시 1.7km의 붉은오름 등반로로 이어진다. 붉은오름은 오름에 덮인 흙이 유난히 붉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삼나무와 해송이 주종을 이룬 숲은 울창하고 빽빽하다. 봄이면 연초록 잎에서 묘한 허브향을 가득 뿌리는 상산나무도 지천이다. 잎을 몇 개 따서 손바닥으로 비벼 향기를 맡으면 온 몸이 초록으로 물들어버릴 것 같다.
붉은오름 정상까지 올랐다가 다시 휴양림 입구로 되돌아 나오는 데는 1시간 30분~2시간가량 걸린다. 오름에는 계단이 많아 무릎이 아픈 사람이라면 내려올 때 좀 불편할 수 있다. 휴양림 숙박시설인 숲속의집에서 목재문화체험장을 지나면 말찻오름까지 이어지는 6.7km의 해맞이 숲길도 걸어볼 만한 2시간 정도 거리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에선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짧은 시간 간편하게 걸을 수 있는 무장애 숲길부터, 호젓한 상잣성 숲길과 붉은오름까지 산책로가 풍년이다. 3개의 길은 모두 이어져 있어 한 번에 모두 걸어볼 수 있고 혹은 비교적 길이가 긴 해맞이 숲길만 따로 걸어도 좋다. 붉은오름은 사려니 숲길과도 맞닿아 있어 붉은오름 입구에서 바로 사려니 숲길로 넘어갈 수도 있다. 휴양림 주변이 모두 한가하고 선선한 제주 특유의 산책길이다.
확실히 자연휴양림 캠핑은 다른 노지 캠핑이나 사설 캠핑장과는 다른 안정감과 아늑함, 자연의 풍성함이 있다. 따로 찾아와 산책로를 걷기만 할 때와는 다른 정감도 생긴다. 영역표시를 하는 동물처럼 하룻밤 캠핑을 하고 나면 숲 한가운데에 문득 나의 영역이 생기는 기분이 든다. 숲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 아무리 생각해도 캠핑이다.
제주=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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