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은 최근 화장품 사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삼양사는 지난해 12월 화장품 업체 킨포크뷰티 지분 19.00%를 1억 5600만 원에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양사는 또 3억 4400만 원 규모의 킨포크뷰티 전환사채(CB)도 인수했다. CB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해당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뜻한다. 킨포크뷰티 지분 19.00%가 1억 5600만 원이라는 시세로 단순 계산하면 삼양사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킨포크뷰티의 지분율은 약 42.91%로 상승한다.
킨포크뷰티는 지난해 7월 설립된 킨포크아이피 계열 화장품 업체다. 킨포크아이피는 미국 잡지 ‘킨포크’의 한국판을 출판하는 곳이다. 킨포크아이피는 잡지 출판 외에 주방용품, 의류, 식음료 등을 판매하고 있다.
공교롭게 삼양그룹이 지분 25.50%를 갖고 있는 휴비스도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화장품 및 관련 상품의 판매 및 수출입’ ‘화장품 및 의약외품의 제조·판매 및 수출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앞서 휴비스는 지난해 12월 김건호 삼양홀딩스 상무를 미래전략 주관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휴비스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휴비스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다’고 정관을 개정하면서 신유동 휴비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김 사장은 휴비스에서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의 업무를 맡는다.
휴비스 관계자는 “신규 사업의 발굴과 육성, 신규 및 기존 사업과 관련한 인수합병(M&A), 조인트벤처(JV) 및 해외 진출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며 “김건호 신임 사장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휴비스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화장품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것을 두고 김건호 사장의 신사업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삼양사는 ‘어바웃미’ ‘메디엔서’ 등의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화장품 업체에 비하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일각에서는 휴비스의 화장품 사업이 본격화하면 삼양사나 킨포크뷰티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킨포크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휴비스의 화장품 판매가 가능하다. 이 밖에 기술 교류나 매장·포인트 공유 등도 가능하다.
이 경우 SK그룹이 김건호 사장과 휴비스의 화장품 사업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삼양홀딩스와 SK디스커버리는 휴비스 지분 각 25.50%를 가진 공동 최대주주다. 또 박찬중 전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와 최 아무개 SK디스커버리 재무실장이 휴비스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삼양그룹이 SK그룹을 배제하고 경영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김건호 사장은 차기 삼양그룹 회장으로 거론되는 만큼 공동 최대주주의 지지 속에서 신사업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삼양그룹은 휴비스와의 사업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 관련해) 벤치마킹 및 역량강화를 위해 킨포크뷰티 지분을 인수한 것”이라며 “휴비스는 자체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어서 삼양그룹의 사업과 연관을 짓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연매출 4억 불과한데…삼양그룹 오너 회사 '우리'의 정체
김건호 휴비스 사장은 2018년 5월 ‘주식회사 우리’를 설립했다. 우리는 김건호 사장과 동생 김남호 씨 등 삼양그룹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법인등기부에 등록된 우리의 사업목적은 ‘부동산 임대업’과 ‘주차장 운영업’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우리는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읍에 소재한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김건호 사장 일가는 2013년 5월 진천군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지은 후 건물 소유권을 우리에 넘겼다. 해당 건물에는 음식점, 카페 등 평범한 시설이 입주해 있고, 건물 인근에는 원룸촌이 형성돼 있다.
삼양그룹 오너 일가의 진천군 부지 매입은 다소 의외라는 분석이 많다. 삼양그룹은 대표적인 호남 기반 기업으로 충청도에는 이렇다 할 연고가 없다. 그렇다고 큰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리의 매출은 2019년 4억 7700만 원, 2020년 4억 8000만 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도 2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다만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 살펴보면 우리의 전망이 나쁘지 않다. 덕산읍에 충북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인구가 증가세에 있기 때문이다. 충북혁신도시에는 현재도 국립소방병원을 비롯한 여러 시설들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진천군에 따르면 덕산읍의 인구는 2018년 11월 2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3월 31일 기준 인구는 2만 9879명으로 현재는 3만 명을 돌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개인 사업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다. 김건호 사장은 우리 대표이사까지 겸하고 있다. 송 아무개 삼양홀딩스 재경2팀장이 우리 감사를 맡고 있다.
삼양그룹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김건호 사장 등 오너 일가가 공동으로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고 전하면서도 부동산 인수 사유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