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55세, 너무 이른 나이…빈소 찾은 임권택 감독 “강수연 만난 행운 덕에 내 영화 빛났다”
한국 영화계에서 강수연은 특별한 인물이다. 1969년 4살의 나이로 아역배우로 데뷔한 그는 '고래사냥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 등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도 활약했다. 또 그의 배우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1986)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동아시아 여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영화 최초의 월드스타'가 됐다.
삭발까지 강행하며 연기 혼을 보여준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도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했고, 1990년대에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숱한 화제작을 내놓았다. 영화보다 TV가 가까운 대중들에겐 2001년 SBS 드라마 '여인천하'의 정난정 역으로 오래도록 사랑받기도 했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맞서 한국영화를 지키기 위해 스크린 쿼터 수호천사단을 맡았던 강수연은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정부의 간섭으로 위기에 처하자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2017년 가장 어려운 시기에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를 위해 헌신해 온 그는 뛰어난 배우를 넘어 전세계에 한국영화를 알린 스타였고, 강력한 리더이자 여성 영화인의 롤모델이었다.
2010년대 잠시 휴식기를 갖던 강수연은 최근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에 출연하며 영화계 복귀를 알렸지만 갑작스런 타계 소식으로 그를 사랑한 영화 팬들과 영화계 인사들을 깊은 슬픔에 잠기게 했다.
8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강수연의 빈소를 찾은 임권택 감독은 "좋은 연기자를 만난 행운 때문에 내 영화가 좀 더 빛날 수 있었고 여러모로 감사한 배우였다"라며 "좀 더 살면서 활동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그런 점이 아깝다"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강수연은 지난 5일 오후 5시 40분께 서울 강남 자택에서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그는 사흘 만인 7일 오후 3시 끝내 숨졌다.
고인의 장례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맡았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이며 조문은 8~10일 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 가능하다. 영결식은 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되며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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