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지지율 고공행진…부동산 정책과 조국 사태 등으로 ‘내로남불’ 비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취임했다. 그 일환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전 정권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는 이른바 ‘적폐청산’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적폐’라는 단어가 국민들 입에 자연스레 오르내릴 정도로 친숙한 단어가 됐다. 박근혜 정부 과오를 반면교사 삼은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 행보는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힘을 줬다. 박근혜 정부 때 개성공단 폐쇄와 연이은 북한 핵실험으로 파국으로 치달았던 남북관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결과물은 눈에 띄었다. 임기 2년 차에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가장 많이 한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2018년에만 3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깜짝 이벤트까지 펼쳐졌다.
남북 평화무드가 고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일각에선 김정은에 대한 호감 여론까지 조성됐다.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함께 웃는 장면은 한반도 내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탈원전 드라이브도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키워드였다. 대선 공약으로 탈원전을 전면에 배치했던 문재인 정부는 신한울 원전 1·2호기를 제외한 대부분 원전 설립 계획을 폐기했다. 신고리 원자로 5·6호기와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무산됐다. 월성 1호기 또한 경제성 평가 과정을 통해 조기 폐쇄됐다. ‘그린 뉴딜’이란 명목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 인프라 도입에 속도를 냈다. 추진 과정에선 찬반 양론이 갑론을박 양상을 띠었다.
적폐청산, 남북관계 개선, 탈원전 정책 등이 호평을 받으면서 임기 초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임기 중반부터 문재인 정부 인기엔 파열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발단이 된 것은 부동산 정책의 연이은 실패였다.
2019년 11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차원으로 부동산 정책을 가동해 집값을 잡는 데에 자신감을 보였던 셈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집값을 잡으려고 선보였던 정책들은 집값을 급등시키는 역효과를 냈다.
부동산 정책으로 뭇매를 맞던 2019년에는 또 다른 대형 악재가 터졌다. 바로 ‘조국 사태’였다. 그 이면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던 또 다른 주요 과제인 검찰개혁이 있었다. 검찰개혁을 추진할 최적임자로 낙점된 인물이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서울대 교수 신분이던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초대 민정수석 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조 전 장관이 진보진영 숙원과제인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할 키맨으로 급부상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9월 9일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지만, 임기 35일 만에 자리를 내려놨다. 청문회 과정서 불거진 각종 스캔들 때문이었다. 딸 조민 씨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입시 비리 의혹 중심에 선 것과 더불어 조국 일가와 관련한 웅동학원 논란, 사모펀드 투자 약정 논란 등이 불거졌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국정 최전선으로 부상한 원인이 됐다. 결국 조 전 장관을 중심으로 추진하려 했던 검찰개혁의 지휘봉은 후임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 넘어가게 됐다. 조 전 장관 일가는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역점 과제였던 적폐청산의 아이콘이었던 검찰총장은 되레 정권 핵심인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게 됐다. 친여권 인사로 평가받았던 검찰총장은 조 전 장관 수사를 필두로 진보 진영과 대립각을 세웠다. 2019년 9월과 10월엔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서초동 촛불 집회’와 검찰총장 수사를 지지하는 ‘광화문 태극기 집회’가 벌어지기도 했다.
조 전 장관 수사를 지휘하던 검찰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향상시켰다. 그 결과, 그는 정권교체론 최전선에 배치됐다. 바로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 이야기다. 사실상 조국 사태가 문재인 정부 임기 중·후반 주요 분수령으로 작용한 승부처가 된 셈이다. 정가에선 ‘조국을 임명하지 않았더라면, 대선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결과론도 나온다.
조국 사태로 국정 운영 계획에 차질을 빚은 문재인 정부 앞엔 더 큰 변수가 나타났다. 바로 코로나19였다. 2020년 2월 본격적으로 대유행한 코로나19는 세계 거시경제와 국내 골목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코로나19로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부동산 가격은 또 다시 급등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따라 정상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한국은 방역 모범국으로 입지를 다졌다. ‘K-방역’이라는 신조어가 국가의 자부심으로 자리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재인 정부는 백신 공급 물량 확보와 기약 없는 강력한 방역 규제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엉뚱한 곳에서도 유탄이 터졌다.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폐쇄하고 외부 접촉을 완전 차단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균열이 생겼다. 2020년 6월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그동안 쌓아 왔던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신뢰에 금이 갔다. 이후 남과 북 정상이 임기 초반처럼 웃으며 마주하는 일은 없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부동산 정책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차질이 생겼다. 여기에 검찰개혁 추진 동력도 상실했다는 평가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국가 시스템 정비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그럼에도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4월 15일 펼쳐진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임기 중·후반 국정 동력을 다시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2021년 3월엔 LH 사태가 터져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등 LH 사업계획과 관련 있는 지역에 집단 투기를 한 의혹이 제기됐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부동산 정책 관련 공기업을 둘러싼 부패 스캔들이 더해지면서,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LH 사태 여파는 4·7 보궐선거로 이어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20년 7월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했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파문에 휩싸이면서 2021년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4·7 보궐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했다. 민주당의 선거 연승행진에 제동이 걸렸고, 문재인 정부 국정 동력에도 흠집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2021년 9월 26일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과 인터뷰를 통해 “부동산 정책에 대해 너무 죄송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다음 정부가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사실상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백기를 들어올린 셈이었다.
강력했던 탈원전 기조도 임기 후반엔 다소 수그러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2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에너지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 정국이었던 2022년 2월과 3월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자랑하던 K-방역까지 상처를 입었다. 2022년 3월 9일 펼쳐진 대선에선 역사상 유례없는 초접전이 펼쳐졌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는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허용한 정부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바통을 이어받게 된 까닭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조국 사태와 부동산 정책 실패가 대선 패배 주요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보수진영 관계자는 “사실 보수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전멸 위기를 겪었다”면서 “대선, 지방선거, 총선 3연패로 사실상 향후 10년 동안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했는데 몇 년 사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와 코로나19 정치방역 논란이 민심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의 국정 드라이브는 멈추지 않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인수인계 작업에 돌입한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검찰 기소권·수사권 분리 이른바 ‘검수완박’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 관련 입법을 관보에 게재했다.
2022년 5월 9일 청와대에서 퇴근한 문재인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퇴임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0% 방어선을 수성한 상황에서 퇴임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팬덤의 결집력이 강력했던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이 높은 지지율 비결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역사상 가장 높은 지지율로 퇴임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 목소리 역시 굉장히 크다”면서 “높은 지지율이라는 현상 이면엔 그만큼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양극화됐다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로 퇴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갈라치기’라는 반작용이 나온 만큼 이런 요소는 윤석열 대통령이나 차기 대권을 잡으려 하는 인물들이 중요하게 고민해볼 만한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율 관리에 굉장한 강점을 보였다”면서 “국내 정치 사안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곤란한 사항에 대해선 침묵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했다. 신 교수는 “그러나 이런 방식을 통한 지지율 관리가 대통령의 책임감이라는 요소와 연결됐을 때 온당한 방식인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공을 살펴보면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다른 OECD 국가 대비 경제 성장률 하락을 비교적 잘 방어했다는 점과 사회 전반적인 불평등 지수가 하락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 이면엔 각종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법 취지를 고려하지 않으며 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한 것을 비롯한 과가 더욱 두드러지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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