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확신” 검수완박 무효화 의지, 수사하는 검찰로 ‘문 정부 시절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건’ 확인 시사
자연스레 앞으로 한동훈의 법무부가 검찰의 역할과 존재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알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원칙을 강조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를 놓고도 “과잉 수사가 아니다. 나는 원래 하던 수사를 했는데 응원하던 민주당이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하니 비판하더라”고 반발했다. 한 후보자를 잘 아는 법조인들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찰이 수사를 통해 잘잘못을 가리는 역할을 하는, 존재감이 컸던 과거 검찰로 돌아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난 보복수사의 피해자”
“저도 검찰 생활을 오래했지만 지난 3년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검찰이 정치화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한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수사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작심 비판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한 이후 자신이 좌천 인사에 보복수사까지 당한 피해자라며, 민주당의 문제제기에 맞섰다.
한 후보자는 “저는 독직폭행까지 당한 보복수사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보복수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검찰을)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조국 사태 이후 할 일 하는 검사를 내쫓고 그 자리를 말 잘 듣는 검사로 채웠고, 수사지휘권을 이용해 반대파를 가혹하게 수사한 부분에 대해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인사에 대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조국 전 장관 과잉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논리적 빈틈을 파고들며 맞섰다. “(민주당이) 조국의 강을 건넜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저희가 조국 수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인지 여쭙고 싶다”며 “대기업이나 정치인을 수사할 때 민주당 의원들이 저를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는데 ‘조국 수사’ 이후 백팔십도 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저는 똑같이 일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검찰 본연의 역할
문재인 정부 마지막 3년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이라고 진단한 그는 “제가 조국 수사를 눈감았으면 꽃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장관 임명 시 법무부와 검찰에서 ‘원칙 있는 인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검찰 인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할 계획이기 때문에 직접 검찰의 수사 방향에 대해서 개입할 수 없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향후 검찰이 ‘문재인 정부 시절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건’들에 대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음은 시사했다.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상황에서 검찰이 앞으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성남 FC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특정 인물을 말하기는 어렵다. 누구를 막론하고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월성원전 사건 등 정권 관련 검찰 수사가 정치적 외압을 받았다는 취지의 질문에는 “특정 사건을 전제로 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지만 없는 죄를 만들어 씌우는 것이 안 되는 만큼 있는 죄를 덮어주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며 원칙적인 수사를 하는 검찰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조항은 공부한 사람과 시험 치는 사람을 나눈 것으로, 이렇게 되면 검찰 수뇌부가 사건을 마음대로 말아먹을 것”이라며 “전문가적 양심으로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성을) 확신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취임 이후 법안 위헌 소송에서 ‘한동훈의 법무부’가 강도 높게 나설 것임을 보여주는 국면이기도 하다. 청문회에서 한 후보자는 “(검찰의 수사권은) 검찰의 것이 아니고 그로 인해 범죄를 방지하는 이익을 받게 되는 국민의 것”이라며 “함부로 박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를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한 후보자는 ‘검찰은 죄가 있다면 수사해 잘못된 지점들을 기소하는 게 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지난 몇 년 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 불이익을 받으면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가 보여준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검수완박을 무효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가 강력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역시 한 후보자와 가까운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서 맡게 된 역할은 ‘검찰의 정상화’이고,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가 생각하는 검찰의 정상화는 일명 특수부 라인을 통해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의 부패, 잘못이 드러나면 수사하는 거악척결 수사”라고 강조했다.
#수사정보담당관실 부활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한 후보자는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을 부활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인사청문회에 낸 서면 답변에서 “대검 수사 정보수집 부서를 폐지하면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며 부활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대검 수사정보 수집 부서는 보통 특수나 공안과 같은 인지수사 부서가 수사 대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범죄 정보를 모으고 다듬는 역할을 맡아왔는데 본연의 역할과 다르게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고발사주 청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폐지되다시피 했는데, 이를 다시 부활시킬 필요성을 내비친 것이다.
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신설된다면 법무부 산하로 두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은 4개월 뒤부터 경제·부패 범죄만 수사가 가능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중수청 논의에 참여한다면, 법무부가 주요 범죄 수사(중수청)와 경제·부패범죄 수사(검찰)를 모두 관할하게 한다는 뜻이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수완박을 포함, 두 차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권이 제한됐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 정도의 역할과 권한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치적 필요성이 아니라 ‘잘못’이 있다고 판단되면 검찰 등 수사기관들의 자체적 판단 하에 나설 수 있는 모델로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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