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후기 엇갈리지만 마땅한 적수 없어…한국 대작이 맞불 놨다면 예측불허였을 듯
#초반 기세 무시무시
개봉 4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닥터 스트레인지 2’의 초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당연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봉작 가운데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다. 개봉일인 5월 4일이 평일인 수요일임에도 71만 5750명의 관객을 기록했고, 휴일인 어린이날에는 무려 106만 3170명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이후 금요일인 6일에도 58만 3203명,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각각 65만 2269명과 48만 2019명을 기록했다. 연휴 기간 5일 동안 무려 35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1000만 관객 달성’보다는 ‘1000만 관객 임박’이 더 적절한 표현으로 보일 정도다.
개봉 2주차에도 평일인 9일과 10일 각각 17만 7322명과 13만 9125명을 기록하며 흥행세를 이어가도 있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서 2위에 오른 한국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9일과 10일 각각 6000명대 관객을 기록한 데 비하면 압도적인 흥행 성적이다.
다만 연휴 기간이던 개봉 첫 주가 지난 뒤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분위기는 엇갈리고 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기대 이하’라는 반응도 있다. ‘완다비전’ 시리즈를 안 본 관객은 이해가 쉽지 않다는 반응부터 너무 잡탕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도 있다.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아니라 ‘대환장의 멀티버스’라고 표현한 관람 후기도 눈에 띈다. 호평 일변도는 기본이고 재관람 열풍까지 불던 기존 1000만 관객 영화들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라 과연 1000만 관객을 모을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대진운은 좋다. ‘닥터 스트레인지 2’ 이름값에 대작 한국 영화들이 같은 시기 개봉을 피했기 때문이다. 물론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도 좋은 영화지만 MCU 대작 블록버스터 영화에 맞서기엔 그리 흥행성이 강조된 영화는 아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2’ 관람 후기를 보며 한국 영화계에선 피하지 말고 대작 한국영화가 맞불을 놨더라면 치열한 흥행 경쟁으로 예측 불허의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그 대안은 5월 18일 개봉하는 ‘범죄도시2’가 될 전망인데 만약 ‘범죄도시2’가 기대 이하라면 ‘닥터 스트레인지 2’가 손쉽게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그 기세를 6월 1일 개봉하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 이어갈 수도 있다.
#히어로 물? 호러 물?
톰 행크스는 1980년 데뷔해 1985년 무렵부터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오랜 기간 무명이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작품은 1993년 개봉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인데 당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국내 관객들 가운데 톰 행크스의 연기력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처음 보는 배우가 멜로 영화에서 너무 코믹한 연기를 했다는 지적이었는데 그의 1989년 개봉작 ‘빅’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달랐다. 코미디 배우로 알았던 톰 행크스의 멜로 연기가 놀라웠다고 반응했다. 이처럼 전작을 본 관객과 아닌 관객의 반응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선 배우보다 감독이 중요하다. 연출을 맡은 샘 레이미 감독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B급 공포 영화의 거장이다. 호러 장르를 기반으로 소소한 코미디를 가미한 B급 공포 영화가 전매특허다. 이런 까닭에 마블은 애초부터 이번 영화를 ‘MCU 최초의 호러 장르’라고 홍보해왔다.
관객들의 반응 역시 ‘히어로 물로 알았는데 실제 보니 공포영화 같아 놀랐다’는 반응과 ‘샘 레이미 감독이라 MCU 최초의 호러를 기대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샘 레이미 감독을 잘 알고 그의 작품을 여러 편 본 관객과 아닌 관객 사이에 차이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닥터 스트레인지 2’는 샘 레이미 감독 본연의 B급 호러 장르의 특징이 잘 담겨 있지만 굳이 장르를 묻는다면 여전히 ‘히어로 액션’이다. 사실 샘 레이미 감독은 기존에도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1~3편을 연출하며 히어로 장르를 경험한 바 있다. 2000년대 초중반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해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 2’에 호러의 특징이 더 많이 가미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히어로 액션의 범주를 벗어나진 않았다. 다시 말해 공포 영화는 못 보거나 안 보는 취향의 관객도 관람하는 데 크게 무리가 되는 영화는 아니다.
#완다비전 미리 봐야?
요즘에는 극장이 아닌 집에서 OTT로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MCU 대작은 당연히 극장 관람을 추천한다. 엄청난 영상미의 대작은 큰 스크린으로 봐야 제맛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닥터 스트레인지 2’는 조금 다르다. 물론 영상미는 MCU 대작 영화의 명성에 조금도 아깝지 않은, 오히려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미리 OTT인 디즈니 플러스의 9부작 오리지널 시리즈 ‘완다비전’을 미리 봐야 ‘닥터 스트레인지 2’의 제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제목처럼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가 주인공인 시리즈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완다(엘리자베스 올슨 분)’로 여겨진다. ‘완다비전’을 안 봤다면 스토리 흐름과 캐릭터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정도다. 사실 이 영화를 100% 즐기려면 ‘완다비전’ 외에도 다른 MCU 작품들을 여럿 더 미리 봐야 하지만 최소한 ‘완다비전’은 봐야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 따라서 ‘완다비전’을 아직 못 봤다면 이를 먼저 보라고, 행여 그 사이 ‘닥터 스트레인지 2’가 극장에서 내려왔다면 OTT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추천한다. 아무래도 마블의 모회사인 디즈니는 이 영화의 극장 흥행은 물론이고 주춤하는 디즈니 플러스의 가입자 증대까지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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