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통과 불투명한데 한동훈·정호영 등 부적격 후보자 임명 강행 움직임…지방선거 역풍 작용할 수도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1호 안건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결재해 국회에 제출, 국회 인준을 요청했다. 총리의 경우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재적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민주당은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한덕수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물론 임명동의안 본회의 상정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인준이 통과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5명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부적격’ 인사라고 못을 박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5월 6일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회 중간보고 회의에서 “어느 한 사람도 흠결 없는 후보를 찾아볼 수 없다. 원칙대로 임하면 살아남을 후보가 없을 정도”라며 “하나같이 특권과 비리, 불법 의혹이 쏟아졌고 자료제출도 거부했다. 위장전입과 병역 비리와 같은 청문회 단골 메뉴도 빠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자진사퇴 촉구를 넘어 정호영 원희룡 후보자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고발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정 후보자는 자녀 의대 편입·병역 비리·위장전입 등 혐의, 원 후보자는 오등봉 개발 특혜와 업무추진비 전용 등 혐의다.
모든 장관 후보자들이 임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은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이에 따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임명 제청을 했고, 윤 대통령이 받아 10일 이들을 일괄 임명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추경호 후보자에 대해 “흠결이 적지 않아도 코로나19 손실보상과 물가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해 보고서 채택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한덕수 후보자 국회 인준과 한동훈 정호영 원희룡 등 후보자들의 지명 철회를 연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박홍근 원내대표는 5월 9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정치적 거래 성격으로 총리 인준을 고민한 적이 추호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장관 후보자는 국회가 반대해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책임총리제’를 정착시키겠다고 약속한 만큼 국무총리 자리가 중요하다. 민주당도 이를 알고 한덕수 후보자 인준을 장관 후보자 낙마에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5월 5일 한덕수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장관을 낙마시키기 위해 한 총리 목을 잡고 있는 모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 총리는 한덕수밖에 없다”고 다시 한 번 신뢰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부적격’ 인사라고 판단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인선 철회의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7일 국회에 정호영 이상민 박보균 박진 이종섭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9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임명 강행 수순이라는 해석이다.
한덕수 총리 국회 인준 부결에 따른 ‘플랜B’ 구상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국무총리가 정상적 직무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경제부총리가 대행을 맡도록 돼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10일 임명이 됐다. 김부겸 총리는 오는 12일 오전 퇴임식을 할 예정이다. 그러면 추 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으로 다른 장관들을 제청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취임일 15개 부처 20명의 차관급 인사를 임명했다. 장관 임명 난맥으로 생길 국정운영 공백을 당분간 ‘차관 체제’로 메운다는 계산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말로는 한덕수 후보자밖에 없다고 신뢰를 보이지만, 인준 통과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은 한동훈 이상민 정호영 등 자신의 측근만 챙기면 된다는 것이다. 이미 이들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민여론도 좋지 않다. 그럼에도 임명을 강행하면서 어떻게 통합 협치를 바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6·1 지방선거를 3주 앞두고 있는 만큼 여야는 총리 인준 및 장관 임명을 두고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새 정부에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새 정부가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더 이상의 발목잡기는 민심의 역풍을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부적격’ 장관 임명 강행이 지방선거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이 통하려면 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내각 인사들을 둘러싸고 수많은 비리 의혹이 쏟아졌다. 국민여론이 좋지 않다. 국민들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후보자들을 임명 강행하면,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이 ‘불통’한다는 이미지가 생겨 지방선거에서 정부 견제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5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정호영 후보자를 지명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56.6%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적절하다고 본다’는 응답은 24.7%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어 한덕수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가 44.7%, ‘적절하다’는 39.5%로 오차범위 안에서 찬반이 갈렸다. 한동훈 후보자 역시 ‘적절하다’가 45.8%로, 41.8% ‘부적절하다’ 응답과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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