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팬데믹 이후 최대 해외여행 수요층 부상…경제적 타격 입은 20대 여성은 주춤
#해외여행 큰손 여성에서 남성으로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달라지는 해외여행 주류 계층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해외여행 시장의 큰손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20대 여성을 일컫는 ‘이대녀’에서 20대 남성을 일컫는 ‘이대남’으로 바뀌고 있는 흐름이 포착됐다.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가 매주 500명, 연간 2만 6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향후 6개월 내 해외여행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2022년 1분기 평균 19%로 조사됐다. 5명 중 1명꼴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2명 중 1명꼴인 55.9%가 ‘6개월 내 해외여행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것에 비하면 아직 3분의 1 수준이지만, 한창 팬데믹을 겪고 있던 2021년 1분기의 12.5%보다는 약 1.5배 늘었다.
한편 6개월 내 해외여행 계획에 대한 위의 질문에 남성 21.3%가, 여성은 15.3%가 ‘그렇다’고 응답하면서 남성이 여성보다 1.4배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가 23.7%로 가장 높았는데, 20대 중 남성이 28.4%가 ‘그렇다’고 응답하며 평균인 19%를 크게 상회했다. 반면 20대 여성은 18.4%만이 계획 있음을 응답하며 평균을 하회했다. 20대 여성의 해외여행 계획 비율은 18.8%의 60대 여성보다 낮고, 모든 연령대의 남성보다도 낮은 수치다.
사실 코로나 이전 이대남은 해외여행 심리 조사에서 성별을 막론하고 모든 연령 층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곤 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여행 심리가 가장 높은 연령층으로 급부상했다. 그에 비해 코로나 이전에는 가장 큰 해외여행 소비자층이었던 이대녀의 해외여행 심리는 모든 연령층의 남성보다 낮아졌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각 연령층과 성에 따라 경제·사회적 상황이 다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컨슈머인사이트 연구위원은 “20대 남성은 학업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고 생업과 취업의 압박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세대다. 반면 20대 여성은 과거 가장 낙관적인 계층이었으나 코로나 이후 고용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이에 따라 20대 여성의 삶의 질 인식도 20대 남성보다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감염 우려 등 걱정
컨슈머인사이트가 2019년 1월부터 매주 1000명을 대상으로 일자리와 소비지출여력 등을 조사한 ‘주례 소비자체감경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이대녀의 일자리 평가 지수는 전체 평균보다 높아 2019년 내내 일자리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계층이었다.
반면 이대남의 일자리 평가지수는 계속 평균을 밑돌았다. 하지만 현실에 대해 가장 긍정적이고 미래에 대해 가장 낙관적이던 이대녀가 현재는 가장 부정적이고 비관적 집단으로 변했다. 일자리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임을 감안할 때 이대녀의 삶의 질 평가 역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 2020년 2분기부터 이대녀의 삶의 질 하락 인식이 뚜렷해졌고, 이대남보다 낮은 수준으로 역전했다.
이대남보다 낙관적이던 이대녀의 일자리 및 삶의 질과 관련한 경제 인식이 비관적으로 변한 이유는 코로나 이후 일자리 측면에서 이대녀가 최대 피해자가 됐기 때문이다. 컨슈머인사이트가 매주 조사하는 일자리 평가지수는 2021년부터 전 연령에서 서서히 좋아졌지만 이대녀의 상황은 이에 미치지 못하며 전 연령대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60대 이상 남녀보다도 낮다.
코로나 이후 일자리 증발에서 최대 피해자가 된 이대녀는 경제적인 좌절을 겪으며 현재는 해외여행에서도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20대 여성은 대면 접촉 기피와 위생 수칙에도 가장 민감한 계층이다. 20대 여성들이 일자리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감염 우려 등을 걱정해 해외여행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현재 20대 여성의 해외여행 심리는 ‘관망’ 입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조사 결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해외여행 심리가 연령과 성별에 따라 코로나19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계층에서 여행 심리가 상승하는 추세에서도 여성보다 남성, 그 중에서도 20대 남성의 기세가 강하다는 것. 여성보다는 남성이 해외여행의 주류로 떠오르게 되고, 남성 중에서도 기존에 소비 여력이 컸던 30~40대보다 오히려 20대의 소비 성향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여행사들의 해외여행 상품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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