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기다림 만족시킨 액션+위트 맛집…‘야수’ 손석구의 변신도 놀라워
마동석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의 결말은 대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마동석이 주먹으로 해결하는 것. 조연으로 등장하더라도 주먹을 답으로 삼는 캐릭터로 굳어져 가는 그의 뻔한 이야기를 얼마나 감칠나게 맛내고, 기교를 부려 꾸밀 수 있을 지가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관건이 된다.
그런 이미지를 굳히는 데 한 몫 했던 ‘범죄도시’(2017)는 주먹의 마술사 마동석이라는 큰 줄기와 이를 둘러싼 가지들의 성실한 빌드업으로 대중들의 호평을 받았다. 죽여도 안 죽을 것 같은 믿음직한 주연에 예측불가능하고 아이코닉한 빌런의 합은 이 영화를 역대 한국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중 흥행 3위에 올려놓는 공신 역을 톡톡히 했다.
이 같은 전작이 마동석(마석도 형사 역)과 윤계상(장첸 역)이라는, 당시 기준에서는 흥행 주연으로 잘 꼽히지 않았던 두 사람으로 폭발적인 흥행에 성공한 만큼 이번 ‘범죄도시2’는 어느 정도 입증된 마동석에 어떤 악역을 붙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는 배우를 내세울 경우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해 새로운 캐릭터를 덧씌우기 어려울 수 있고, 반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라면 전작의 장첸이 가진 존재감에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 고민 속에 제작진이 선택한 ‘범죄도시2’의 메인 빌런은 손석구였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2021)의 박우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임지섭 대위로서 멀끔한 현대적인 모습에 익숙한 대중들에겐 그가 마석도에게 맞서는 액션을 상상하기 쉽지 않을 터다. 그러나 윤계상의 장첸이 그랬듯, 손석구의 강해상도 그런 우려 따위는 첫 등장에서부터 가볍게 박살내 버린다. 베트남 햇볕에 제멋대로 탄 피부와 마음대로 자라난 수염, 대충 손 가는대로 깎은 듯한 머리와 얼기설기 몸을 메운 타투까지 온몸으로 빌런임을 광고하는 강해상은 장첸보다 더 악랄하고, 더 폭력적인 존재로 마석도 이상의 무게감을 보여주고 있다.
전작의 장첸과 의도적으로 대비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부하로부터 어느 정도는 신망과 두려움을 함께 사고 있던 장첸과 달리 강해상은 철저한 ‘독고다이’다. 비즈니스를 위해 같이 행동하다가도 수틀리면 언제든지 마체테로 썰어버릴 수 있는 위태로운 관계성 속에서 완전한 우위를 점하지도, 그렇다고 넋 놓고 휘둘리지도 않는 모습은 강해상에게 ‘범죄도시’ 시리즈의 또 다른 빌런으로서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결말을 아는 이야기 속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빌런을 손석구가 맡음으로써 예상치 못한 신선함을 선사하는 셈이다.
특히 마석도와 붙는 1대1 격투 신에서 손석구는 상처 입은 야수 같은 모습으로 마동석에 가려지지 않는 존재감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손석구를 아는 관객이라면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 놀랄 것이고, 모르는 관객들은 그의 이름을 곧바로 포털사이트에 검색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그의 변신은 (좋은 의미로) 충격적이다.
마동석이 곧 마석도인 액션은 전작과 비교해 시야가 더 시원해졌고, 사운드도 풍부해졌다. “악당들이 이 정도로 불쌍하게 느껴지는 영화는 처음”이라는 관객 평이 나올 정도로 때리고, 차고, 치고, 까는 마석도의 사이다 액션에 굳이 말을 더 얹을 필요가 있을까. 스크린으로 봐야 악당들의 고통을 좀 더 공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말로 정리하고 싶다. 이런 4D 액션에 더불어 마동석의 자연스러운 애드리브가 녹아있는 개그 신, 전작의 향수(?)가 느껴지는 헌정 대사들까지 어느 하나 놓칠 구석이 없다. 관객들은 5년이란 공백이 무색할 만큼 제작진이 제대로 갈아낸 칼날 같은 작품을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범죄도시2’는 전작 ‘범죄도시’의 무대인 가리봉동 소탕작전 후 4년 뒤를 배경으로 한다. 베트남으로 도주한 강력범죄 용의자를 인도 받아 오라는 미션을 받은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와 전일만(최귀화 분) 반장은 베트남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무자비한 악행을 저질러 온 범죄자 강해상(손석구 분)을 파악하고 그를 잡기 위해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국경 없는 범죄 소탕 작전’을 벌이게 된다. 무대는 더 넓어졌고, 주먹은 더 강해졌다. 쏟아지는 액션 신 사이사이로 개그 욕심을 버리지 못한 모든 주조연들의 깨알 같은 애드리브도 또 다른 볼거리.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5월 18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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