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의 한 슈퍼마켓 앞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뒤지고 있는 프리건들. |
그렇다고 이들이 거지나 노숙자인 것은 아니다. 이들의 정체는 풀뿌리 시민운동단체인 ‘프리건(freegans)’이다. ‘프리건’은 ‘free(자유로운)’과 ‘vegan(채식주의자)’의 합성어로 ‘자유로운 채식주의자들’로 불린다. 주된 활동은 카페나 레스토랑, 슈퍼마켓 바깥의 쓰레기통을 뒤져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이다. 샐러드, 빵, 요구르트 등을 찾아낸 다음 그럴싸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음 시작한 사람은 재닛 캘리쉬로, 90년대 중반 반세계화 및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자는 절약 운동이다. 또한 무분별한 소비를 지양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프리건’ 활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대개 환경운동가들이나 정치의식이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 가운데는 뉴욕의 높은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공짜로 허기를 채우기 위해 참가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브랜든 브래드쇼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구입한 음식물 가운데 4분의 1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린다. 식당에서도 매년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멀쩡한 음식물을 쓰레기로 버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을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사실. 이에 대해 프리건들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대개는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 깨끗하고 안전하며, 유통기한이란 것이 꼭 소비기한과 동일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불과 두 시간 전에 슈퍼마켓 진열장에 있던 음식물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순간 쓰레기로 둔갑한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프리건들의 디너 파티에 나온 음식들을 보면 이런 설명이 이해가 된다. 슈퍼마켓의 쓰레기통에서 뒤진 샐러드와 모차렐라 치즈, 크래커, 바게트빵 등은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멀쩡했다.
점차 회원 수가 늘고 있는 프리건들은 “우리의 성찬을 ‘쓰레기’라고 부르지 말라”고 항변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