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오노 사토시가 대마 흡입, 집단성관계 논란을 일으킨 사진(왼쪽)과 2009년 엑스터시를 복용하다 적발된 오시오 마나부의 섹스스캔들 사진. |
지드래곤에 대한 일본 여론은 썩 좋지 않다. 빅뱅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측에서 내놓은 해명 내용도 한몫을 했다. 올 5월 일본 내 클럽에서 팬으로 추정되는 일본인에게서 담배인 줄 알고 두세 모금 얻어 피웠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일본의 인터넷에서는 “마치 일본에 와서 속았단 뉘앙스”란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본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지드래곤의 대마초 흡연을 자주 다루고 있다. 니혼TV의 예능 프로그램 <슷키리>에서는 사회자가 “변명이 아니냐. 정말 반성한 거 맞냐”라며 질타했다. 후지TV의 아침 프로그램 <도쿠다네>에서는 전직 마약단속관까지 등장시켜 “대마초를 한 번 피웠다고 해서 2~3개월 후에 양성반응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평을 소개했다. 한마디로 상습범이 아니냐는 것이다. 심지어는 지드래곤이 앞으로 일본 입국이 거부될 수 있는지도 조사했다.
2009년 일본 진출 후 일본레코드대상 최우수 신인상에 이어 2010년에는 최우수작품상을 받는 등 근래 일본에서 외국 가수로는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빅뱅. 이렇게까지 여론이 악화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간 일본 연예인들의 마약 관련 추문들이 일파만파로 퍼지며 마약에 대해 일본 사회가 부쩍 예민해진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실상 지난 10년간 일본 내 전체 마약 복용 구속자 수는 꾸준한 감소세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의 경각심은 오히려 높아졌다. 연예인 마약복용 사건은 ‘약물오염’이라 부르며, 정치 경제 뉴스보다 더 비중 있게 보도되고 있다.
일본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2008년 당시 일본 내 인기 1위였던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멤버 오노 사토시. 대마초를 피우며 두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사진이 한 주간지에 공개됐다. 특히 이 사진은 오노가 두 여성을 얼싸 안고 눈이 풀린 모습이 정면으로 찍혔는데, 너무 선명하고 생생해 골수팬조차 외면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3년여가 지난 요즘에도 ‘대마 3P(세 명의 성관계)사건’이라며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살인 의혹이 불거진 연예인도 있다. 2009년 유명 배우 오시오 마나부가 호스티스 여성의 집에서 엑스터시를 복용하다가 적발됐다. 이 사건은 오시오에게 건네받은 엑스터시를 먹은 호스티스가 급성중독으로 변사해 세상에 알려졌다. 오시오는 당시 신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륜관계를 맺었고, 더욱이 여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긴급구조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여러 여성 모델 등과의 섹스 사진도 유포되고, 죽은 여성의 방에서 마약이 무려 1억 엔(약 15억 원)어치가 나와 일본 사회가 한동안 떠들썩했다. 결국 호색한에 파렴치한이 마약을 독차지하기 위해 호스티스를 죽인 것 아니냐는 의심이 짙어졌다.
올 2월에는 스트리퍼 출신 탤런트 고무카이 미나코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필리핀으로 1개월간 도피했다가 일본 입국 직후 공항에서 체포됐다. 고무카이는 지난 2009년에도 각성제 혐의로 붙잡힌 바 있다. 당시에 남자친구의 폭행과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복용을 했다는 진술로 동정표를 얻었는데, 이번에는 마닐라에서 태연히 쇼핑을 즐기는 모습이 보도돼 공분을 샀다.
최근 일본 경찰이 이미 연예계 마약복용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주간문춘>에 따르면 나이가 어린 유명 연예인이 명단에 올랐는데, 그중에는 아이돌 그룹 모닝구무스메 멤버로 과거 큰 인기를 누렸던 23세 가고 아이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가고 아이는 올 9월 초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는데, 자살 미수 전 친구와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중 약물을 암시하는 은어가 들어있었음이 드러났다.
한편 마약복용 연령대가 한층 낮아져 일본 사회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연예인의 한두 번의 대마초 흡연 사실도 큰 이슈가 된다는 것이다. 일본청년층의 마약 실태에 대해 조사한 교토대학 정신의학박사 쓰치다 히데토시에 따르면 일본인 약물 중독자의 평균 마약 시작 나이는 대마초는 19.8세, 각성제는 20세다.
특히 대마초는 백주대낮에도 도쿄 롯폰기 등 유흥가 길거리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어서 젊은이들이 더 선호한다. 실제로 <일본범죄백서>에 따르면, 다른 약물 복용이 줄어드는데 유독 대마초 흡연만은 늘고 있다. 비교적 가격이 싼 점도 있다. 각성제가 1g당 무려 6만 엔(약 91만 원)인데 비해 대마초는 1g당 4000엔(약 6만 원)에 불과하다.
약물의존자 지원단체인 ‘일본다르크’ 측은 “예전에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만 살 수 있었는데 지금 일본에서는 약물을 너무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심리적 거부감이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음반 발매 ‘올스톱’
올 5월에는 성황리에 일본 전국 대규모 투어 콘서트를 마친 빅뱅. 지드래곤의 대마초 흡연이 알려진 후 YG엔터테인먼트의 일본현지 파트너인 에이벡스사는 당분간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탑의 앨범 GD&TOP 발매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지드래곤의 향후 행보는 당분간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일본의 마약복용 연예인의 성공적인 재기와 빅뱅의 높은 인기를 감안하면, 조만간 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관측도 가능하다.
일례로 지난 2009년 각성제 복용 혐의로 체포된 일본의 국민 탤런트인 사카이 노리코가 있다. 그녀는 500만 엔(약 7600만 원)의 보석금을 주고 석방된 후 2010년 12월 자서전 <속죄>를 펴냈다. 자서전은 출간 직후부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비록 일반 영화나 TV 출연은 어려우나 높은 개런티로 성인 영화 출연 제의가 쇄도하고 있다.
‘대마3P사건’을 일으켜 물의를 빚은 오노 사토시는 자신의 그룹 아라시의 인기 덕분에 연예계 복귀가 가능했다. 아라시 멤버들과 함께 CF를 찍고 난 뒤 드라마에 주연으로 발탁되는 등 스타로 다시 발돋움하고 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