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수천 년 동안 인간은 쪼그리고 앉거나 책상다리를 하거나 무릎을 꿇는 등 바닥에 앉아서 생활했다. 오늘날에도 의자를 비롯해 앉을 수 있는 가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앉아 생활하는 걸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테면 서구권에서 부르는 ‘인도 스타일’ 혹은 ‘터키 스타일’ 자세다. 우리나라의 ‘양반다리’나 무릎 꿇는 정좌 자세인 일본의 ‘세이자’ 역시 마찬가지다. 요가 동작 가운데는 ‘수카사나’ 또는 ‘연꽃 자세’라고 부르는 자세가 있다. 이런 양반다리 자세를 취하면 근육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자세가 개선되며, 마음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 자세로 앉아서 식사를 하면 소화가 잘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 이런 양반다리 자세는 엉덩이, 다리, 골반, 척추를 스트레칭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유연성과 기동성을 촉진해준다. 다만 잘못된 자세를 취하면 오히려 통증이 생기거나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관절이 안 좋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조심해야 한다.
바닥에 어떤 자세로 앉느냐에 따라 신체 각 부위에 가해지는 압박은 달라진다. 다만 자세야 어떻든 공통적으로 가장 안 좋은 습관은 같은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세를 바꾸지 않고 오랜 시간 바닥에 앉아 있으면 보통 허리의 구조와 골반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관절염과 같은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할 때는 자주 자세를 바꿔주는 게 좋다.
사실 바닥 생활의 장점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 전문가들은 바닥에 앉는 것이 척추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자세를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조언한다. 더불어 허리 힘을 기르고 유연성을 증진시키기 때문에 요통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바닥에 앉아 생활할 때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기 위해 코어 근육에 힘을 주게 되고, 이를 통해 코어를 단련하게 된다.
△엉덩이의 긴장감이 완화된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뻐근하고 뻣뻣해질 수 있다. 하지만 바닥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고관절 굴근이 스트레칭된다.
△유연성이 향상된다. 앉아 있는 자세를 취하면 자연스럽게 하체 근육이 스트레칭된다.
△기동성 향상. 특정 근육을 활발하게 스트레칭하면 기동성이 향상된다.
△근육 운동. 무릎을 꿇거나 쪼그리고 앉는 등 일부 자세는 의자에 앉을 때보다 더 많은 근육 활동을 필요로 한다.
다만 모두에게 바닥 생활이 이로운 건 아니다. 다음과 같이 고려해야 할 부작용도 있다.
△잘못하면 관절에 더 큰 무리가 갈 수 있다. 자세에 따라서는 상체의 무게가 무리하게 하체에 가해지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경우 무릎과 발목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상체의 하중 때문에 하체의 혈액 순환이 저하될 수 있다
△자칫 구부정한 자세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런 경우 자세가 더 나빠지고, 이로 인해 요통이 생기거나 고질적으로 앓던 요통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미 앓고 있던 관절통이 악화될 수 있다. 엉덩이나 무릎, 발목에 문제가 있다면 바닥에 앉는 건 피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바닥에 누워 잠을 자는 건 어떨까. 실제 많은 사람들은 바닥에서 잠을 자면 숙면을 하게 되고, 자세가 좋아지며, 허리 통증이 완화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닥에 닿는 감촉이 너무 딱딱하지 않도록 중간 정도의 단단한 매트리스를 사용하면 충분히 편안한 수면을 취할 수 있고, 수면의 질이 향상되며, 척추 건강에도 좋다. 다만 엉덩이, 꼬리뼈, 견갑골, 뒤통수와 같은 신체의 압박 지점 주변에 충분한 완충제를 두지 않으면 오히려 압박감과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이로 인해 수면 부족과 추가적인 고통을 호소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바닥에서 잘 때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바닥에서 잠을 자면 자세가 좋아진다. 바닥이 단단하면 목과 척추가 정렬되며, 척추를 곧게 펴는 데 도움이 된다.
△잘 때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시원한 기운 덕에 쾌적한 수면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바닥에서 자면 수면에 방해가 된다.
그럼 단점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바닥에서 자고 난 후 요통이 줄어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또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요통이 생겼거나 악화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딱딱한 곳에서 잘 경우 관절통이나 관절염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다.
△바닥에 누워 있으면 바닥의 먼지를 들이마실 확률이 높아져 알레르기 반응의 위험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재채기, 코 가려움, 코막힘, 콧물 증상이 나타나거나 눈이 간지럽거나 충혈 될 수 있으며, 숨을 쌕쌕 쉬거나 기침을 하거나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간혹 피부 발진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자극을 피하기 위해서는 바닥 청소를 주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빈혈이나 당뇨와 같이 혈액 순환과 관련된 근본적인 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바닥에서 잠을 자면 훨씬 더 춥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또한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자면 때때로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 엉덩이, 어깨, 다리 아래 부위와 같은 신체의 일부에 가해지는 압박이 혈류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 임산부, 비만 등 기동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는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는 자세가 오히려 무리가 될 수 있다.
이런 바닥 생활이 장수의 한 비결이라는 의견도 있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건강하게 먹고,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어울리며, 규칙적으로 신체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100세 이상 노인 인구가 많은 장수 지역을 일컫는 ‘블루존’(일본 오키나와, 캘리포니아 로마 린다, 코스타리카 니코야, 그리스 이카리아섬,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가운데 하나인 오키나와 주민들의 경우가 그렇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심지어 식사를 하는 등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바닥에 앉아서 한다.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 번 바닥에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하면 하루종일 자연스럽게 다리, 등, 코어 운동을 하게 된다. 또한 바닥에 앉아 있기 때문에 자세가 좋아지고 코어 근육과 유연성, 기동성이 향상된다.
바닥에 앉는 자세가 영 불편하다면 하루에 적어도 한 끼는 바닥에 앉아서 먹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단,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장시간 앉아있는 습관은 오히려 장수에 해가 된다. ‘유럽예방심장학저널’에 따르면, 오랜 시간 앉아있는 생활 습관은 수명을 단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사무직 종사자들은 하루종일 앉은 채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이로 인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이런 습관은 장수는커녕 전반적인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장 좋은 자세의 핵심은 주기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자주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는 점이다. 의자 생활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몸을 좌우로 움직이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최상의 낮잠 경험 제공” 틱톡에서 난리난 ‘플러플’
반려견 침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플러플’은 푹신하고 부드러운 털이 특징인 제품이다. 사람 크기에 맞춰 제작됐기 때문에 성인 한 명, 혹은 두 명이 들어가 누워 있어도 충분한 사이즈다.
‘플러플’을 제작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4학년생인 노아 실버맨과 유키 키노시타는 “최상의 낮잠 경험을 제공해준다”고 말하면서 “ADHD를 앓거나,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혹은 평소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이 안에 들어가 누우면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극강의 편안함과 안전함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하필 왜 개 침대일까. 이에 대해 실버맨은 벤쿠버에 있는 단골 카페인 ‘그레이트데인 커피’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중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카페 주인의 반려견인 ‘레이디’가 자신의 몸에 맞게 주문 제작된 개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실버맨은 “사람이라고 저런 침대에서 쉬지 말란 법이 있나”라고 생각했다. 그 길로 당장 친구인 키노시타와 이 아이디어를 공유했고, 그렇게 ‘플러플’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사람 전용 침대인 ‘플러플’은 생김새는 비슷해도 실제 개 침대보다 훨씬 안락하다. 메모리폼을 사용해 쿠션감이 좋고, 머리를 얹을 수 있는 두툼한 모서리 덕분에 편안한 느낌이 든다. 또한 운반이 용이하도록 스트랩을 부착했으며, 전용 가방도 만들었다.
이 침대가 타원형으로 제작된 이유는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의 자세(연구 결과 가장 보편적이면서 편안한 수면 자세)를 취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침대 안쪽의 푹신한 테두리 안으로 손과 발을 쏙 넣을 수 있어 안정감을 더했다. 인조털의 부드럽고 편안한 촉감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실버맨은 “우리는 사람 크기의 개 침대를 만들지 않는다. 사람을 위한 개 침대를 만든다”라고 주장했다.
‘플러플’이 처음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틱톡’을 통해서였다.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킥스타터 캠페인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제품에 관심을 갖지 않자 ‘틱톡’ 홍보 영상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3월 9일 처음 올린 영상의 조회수는 일주일도 안돼 1만~2만 회에 달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의 조회수는 840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단지 조회수만 올라간 게 아니다. 영상마다 수백 개의 댓글이 올라오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자폐증이나 ADHD를 앓는 아이들의 부모들도 많다.
어떤 누리꾼은 “와, 플로어 피플인 나한테 이 제품은 딱인데!”라며 감탄했으며, 또 어떤 누리꾼은 “바닥에 누워서 담요를 덮고 있으면 너무 편하다. 이런 제품이 정말 필요하다”며 당장 구매각이라고 극찬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지금도 개 침대에 반려견보다 내가 더 많이 누워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들도 ‘플로어 피플’이라고 말하는 실버맨과 키노시타는 “나 스스로 바닥에 앉거나 눕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플러플’을 만들게 됐다”고 소개했다.
현재 이런 인기에 힘입어 ‘플러플’은 수백 명의 후원자들로부터 15만 5000달러(약 2억 원) 이상의 펀딩 금액을 확보했으며, 개당 가격은 299~400달러(약 39만~51만 원)로 책정된 상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