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직 대통령 불행 전철 밟지 않을 가능성…박근혜, 윤석열 취임식 참석 정치적 계산 있을 것”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검찰총장이다. 둘은 검찰개혁 외에도 여러 면에서 맞지 않아 보인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애초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을 신임했다. 비록 멀어지긴 했어도 둘이 상극은 아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놓은 공약을 면밀히 살펴봐도 문재인 정부 때와 크게 다른 건 못 느낀다. 다만, 대북관계는 차이가 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더욱 의존하고, 또 북의 비핵화 요구도 더 강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선서에서 남북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글쎄다.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취임 일성으로 북한과의 대화, 민족화해협력 추진을 밝혔다. 이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던 적이 많다.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했던 발언으로 미뤄보면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한국 대통령들은 퇴임 후 고초를 치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문 전 대통령은 아직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재임 중 조국 사태를 빼고는 큰 논란에 휩싸이지도 않았다. 친인척 연루 비리도 없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들과는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 또 민주당은 야당이지만 국회에서 절대 다수다. 윤석열 정부로선 민주당과 마냥 대치할 순 없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이렇게 집무실 이전에 집착하는 것인가.
“청와대에서 나오겠다고 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게 맞다. 다만, 당초 광화문으로 옮기려 했지만 경호, 교통관리 등 현실적인 문제로 용산 국방부 청사로 가기로 했다. 용산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시킨)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식에 참석한 게 흥미롭다. 중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직 대통령이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은 한국의 관례다. 윤 대통령이 검사로서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것은 직무행위일 뿐 어떤 원한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서 위로와 사과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때 어떤 심정인진 잘 모르겠다. 다만, 한국 정치에서 너그럽고 통 큰 행보는 미덕이다. 윤석열 박근혜 둘 다 나름대로의 계산을 했을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모습도 연일 화제라고 한다. 대선 때 많은 소문이 있지 않았나.
“선거 때 여러 의혹이 있었지만 결정타는 없었다. 민주당과 언론은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선거는 서로 네거티브를 하면서 때리는 게 일상이다. 때로는 선이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결국 선거는 승패로 말한다. 국민들이 윤석열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취임 후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선이 끝나고 이젠 지방선거로 떠들썩한 모습이다. 어떻게 점치나.
“한국의 8번째 지방선거다. 대체적으로 진보 세력이 지방선거에선 결과가 좋았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의 지지세를 나타내준다. 이번 지방선거도 비슷하지 않겠느냐. 영호남은 각각 보수와 진보 표밭이고, 결국 수도권과 충청 등 중부벨트가 중요할 것이다. 대선의 득표율은 결국 대립 속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검찰개혁을 두고 왜 싸우는 것일까. 한국의 검찰은 시스템 밖에 있나. 검찰 권력이 도대체 얼마나 세기에 대통령도 감옥에 보내나.
“검찰은 엄연히 법무부 소속이다. 독립적인 기관이 아니다. 다만 검사는 그동안 기소권을 독점해왔다. 입건부터 체포영장 청구, 기소 여부 등을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법무부 장관도 구체적 사건은 지휘할 수 없다. 직무에 있어선 독립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 검찰을 특정 권력이 이용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검찰 권력이 정치 반대 세력을 공격하는 보복으로 사용돼왔다. 또 수사가 여론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선별적 법 집행이 나오는 이유고, 이는 검찰 개혁으로 이어졌다.”
―‘비밀의 숲’이라는 한국 드라마를 봤다. 여기 보면 경찰이 검찰보다 더 수사를 잘하는 것 같은데 관계는 평행이 아닌 것 같다.
“한국은 검사가 경찰을 지휘하는 체계다. 그동안 검찰은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집단이 됐다.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최고의 엘리트들이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되고, 이런 문화는 굳어져 왔다. 하지만,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되면서 경찰은 대부분의 사건에 대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게 됐다. 이를 놓고 검찰이 반발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는 어떻게 전망하나. 중한 관계 어디로 갈까.
“윤 대통령은 대선 때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대중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중국의 왕치산 부주석이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여한 것만 봐도 긍정적이다. 왕 부주석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진전시키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어떤 조치를 하느냐에 따라 중한 관계는 좌우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 외교라인을 보면 지미파가 대부분이다. 지화파는 주중 대사를 지냈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유일해 보인다. 다소 걱정되는 지점이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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