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의문은, 탄핵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사건의 영향력이 아직도 남아있는가 하는 부분과 관련 깊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두 번 다시 대한민국에서 발생해서는 안 되는 엄청난 사건이다. 그런데 탄핵이 있은 지 5년 만에 놀랍게도, 정권은 다시금 탄핵의 대상이 됐던 전직 대통령의 소속 정당으로 돌아갔다. 그렇기 때문에 탄핵의 후유증은 이제 사라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탄핵으로 인해 발생한 정치·사회적 분열 상황은 여전하고, 아직도 적지 않은 국민들이 탄핵에 대한 정당성에는 동의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현상도 존재한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결과와 수성을 재보선 공천 결과를 보면,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축소됐다는 추측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사실상 힘들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정당 본류’에 속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윤 대통령이 보수 정당의 본류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 후유증을 앓고 있는 국민들도 고민 없이 윤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한다면, 차기 대선에서는 정통 보수 정치인들도 대선에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행정부는 ‘탄핵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징검다리적 성격을 가진 정권이라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징검다리적 입지는 오히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할 수 있는 진보 보수의 대립 구도를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양 진영에는 강성 지지층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들 강성 지지층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윤 대통령이 하기에 따라서 이들의 일반 대중에 대한 영향력은 축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윤 대통령 취임의 두 번째 의미가 도출된다.
윤 대통령 팬덤은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작다. 일부는 정치적 팬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지만,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를 생각할 때 팬덤은 결코 긍정적인 존재는 아니다. 정치적 팬덤은 이성적이어야 할 정치적 과정을 감성화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인에 대한 팬덤은 흑백 논리를 강화시킨다.
민주주의에 있어서, 정치적 상대는 ‘협상의 대상’인데, 팬덤이 강한 국가에서의 정치적 상대는 악이자 타도 대상이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선하자 극렬 지지자들이 국회를 점령했던 사실을 기억해 보면 이런 측면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단언하기도 힘들다.
우리의 정치적 팬덤 역시 일정 부분 강경 노선을 견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팬덤을 가진 대통령이 출현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런 대통령이 일정 기간 집권을 하게 되면, 국민들은 정치적 팬덤 현상에 대해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민주주의의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반지성주의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정치적 팬덤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란 모름지기 유권자 자신의 이익 실현을 위한 이용 대상이어야 하는데 정치적 팬덤이 난무하게 되면 특정 정치인이 추종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추종 대상이 된 정치인을 무조건 신뢰하며 진실을 외면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5년을 집권하게 되면 윤 대통령은 한국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병폐를 치유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성공 여부는 대한민국 미래와 직결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