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니즈에 따라 두 번의 사업 전환…‘바로고’와 협업해 서비스지역 확장 계획
#두 번의 피벗을 거쳐 정착한 ‘푸딩’
황윤식 대표는 1990년생이다. 한양대학교 에너지공학과에 진학한 뒤 석박사 과정까지 밟겠다는 계획은 2015년 수정됐다. 300만 원의 자금을 토대로 창업을 준비해보는 테크노경영학을 1년간 수강하면서 창업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당시 황 대표는 컴퓨터공학과, 중어중문학과, 디자인학과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 3명을 공동 창립자로 모아서 2016년 열두달을 설립했다. 창업 아이템 선정을 두고 깊은 고민은 없었다. ‘반쪽짜리 규제개혁 푸드트럭 시장’이라는 뉴스를 보고서 바로 결정했다. 푸드트럭 개조는 합법화됐지만, 도로교통법과 식품위생법 등 관련 조항이 개정되지 않아 푸드트럭의 영업환경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당시 푸드트럭 폐업률은 80%에 달했다. 열두달은 푸드트럭이 장사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주는 것을 첫 사업 아이템으로 택했다.
황윤식 대표는 “취업 걱정은 없는 전공이었다. 졸업하면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로 가면 됐다. 하지만 배터리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까란 고민이 있었고, 결국 창업을 결정하게 됐다”며 “푸드트럭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대상 1호 결과물이기에, 푸드트럭에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스타트업으로서 대통령 주재 회의에도 참석했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시범 사업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푸드트럭을 연결해주는 법인은 열두달 하나뿐이었기에 실적을 내긴 했지만, 황윤식 대표는 사업 모델 경쟁력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체감했다. 우선 푸드트럭은 비 오는 날과 겨울에 영업할 수 없어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식음료 사업에 대한 별다른 영업 경험이나 전략 없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인기를 보고 해당 사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황 대표는 푸드트럭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아산나눔재단이 정기적인 케이터링 서비스를 요청했고, 이를 계기로 지난 2018년 케이터링 사업으로 첫 번째 피벗을 결정했다. 그렇게 맛집 케이터링 플랫폼 ‘푸딩’이 탄생했다.
황윤식 대표는 “당시 케이터링 사업의 가능성을 봤다. 다양하고 유명한 음식점과 고객을 연결해주면 만족도가 높았다”며 “고객의 니즈를 따라가다 보니까 사업 영역도 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2020년 열두달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경기장, 축제, 기업 등에서 오프라인 케이터링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열두달의 실적은 10분 1로 쪼그라들었고, 급여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공동 창립자 모두 회사를 떠났다. 다만 스타 셰프인 차민욱 총괄이사와 엔씨소프트 임원이었던 현무진 이사가 새롭게 합류했다. 이들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 발굴에 나섰고, 2020년 3월 오피스 푸드 정기배송으로 두 번째 피벗을 단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올해 1분기까지 매 분기 200% 성장 중이다. 푸딩을 도입한 누적 고객사 수는 402개, 푸딩으로 식사하는 누적 소비자 수는 3만 8500명, 푸딩에서 제공된 누적 식사 인분 수는 102만 5450인분에 달한다.
황윤식 대표는 “심신이 지쳤던 공동 창립자들이 떠났지만, 새로운 분들이 합류하면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피벗했다”며 “푸딩은 기업이 임직원을 위해 효율적인 사내 점심 복지를 제공하도록 돕고 있다. 다양한 로컬 맛집을 통해 기업 구성원의 취향에 맞는 음식을 큐레이션해 질리지 않는 사내식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협력하는 파트너사는 소상공인 음식점들로부터 ‘정말 힘들었던 시기에 푸딩과의 협력 덕분에 잘 버텼다’고 감사 메시지를 받았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점심 배송 시장 제패할 수 있을까
기업 근무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점심 배송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 네이버는 ‘주 3일 현장출근’ 혹은 ‘전면 원격근무’ 중 한 가지를 고르는 방식의 새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현대카드는 ‘상시 재택근무’를 도입하고 ‘거점 오피스’를 운영키로 했다. 지난 4월 SK텔레콤은 서울 신도림, 경기 일산·분당 등 3곳에서 거점형 업무공간 ‘Sphere’(스피어)의 운영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대기업이 운영 중인 단체급식 업체들이 기업 근무형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긴 어렵다. 기업형 급식 시설이나 사내식당은 최소 300인 이상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윤식 대표는 “푸딩은 물류, 서비스, CS 등 서비스의 여정이 기업 고객 입장에서 설계됐다. 기업의 특성에 따라 어떠한 음식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활용할 수 있다. 병원, IT 기업 등이 선호하는 음식부터 기업이 위치한 지역별로 선호하는 음식이 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F&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재택근무, 거점오피스 등 근무 형태가 다양화될수록 점심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이지케이터가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고 덧붙였다.
열두달은 국내 이륜 배달대행업계 1위 ‘바로고’와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는 강남권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서울 전 지역 오피스 상권을 목표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도 다 하고 있다. 현재 점심 배송 파트너들은 55세 이상의 시니어들을 채용해서 운영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푸딩 서비스가 점심 식사를 해결하고 남은 점심시간까지 해결하는 서비스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푸딩 도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 중 하나가 되는 것도 꿈꾼다. 푸딩은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에 음식을 제공하고 이를 수거 중이다. 고객 기업들이 푸딩을 이용하면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축적할 예정이다.
황윤식 대표는 “현재 2500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3년 내로 하루 1만 식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상장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투자 유치도 크게 하고 싶지도 않다. 푸딩은 막대한 투자금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농심, 한국야쿠르트, 동원, 오뚜기 등처럼 알짜 콘텐츠를 지닌 회사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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