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푸른 들판과 바다를 자랑하는 전라남도 완도군의 아름다운 섬 청산도. 봄을 맞아 유채꽃과 청보리로 단장한 청산도 작은 마을에 덥수룩한 수염의 마을 이장 황기윤 씨(60)가 산다.
정해놓은 종착지 없이 흘러가는 대로 여행하며 살던 기윤 씨가 청산도에 정착한 건 7년 전. 여행으로 왔던 청산도에서 섬이 주는 고요함에 반해 이곳에 자리잡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본래 외양간이었던 집은 기윤 씨만의 취향을 더하고 채워 7년째 계속 만들어가는 중이다. 삶은 그저 욕심내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흐르는 것이라는 기윤 씨, 바다에 떠내려온 폐목마저도 자신과의 ‘인연’이라는 기윤 씨의 '청산도살이'는 한없이 여유롭기만 하다.
여유롭고 고요한 기윤 씨 '청산도살이'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기윤 씨의 단짝 '조코'다. 3년 전 세 번의 파양을 겪고 동네 주민의 집에 맡겨졌던 조코와 운명처럼 만난 기윤 씨. 청산도가 그랬던 것처럼 첫 만남에 조코의 깊은 눈빛에 반해 가족이 되기로 결심했다.
사람에게 버려지는 아픔을 겪은 조코에게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기라는 염원을 담아 '조코(좋고)'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그 따뜻한 마음을 알아서인지 조코는 기윤 씨 곁에서 낮이고 밤이고 풍류를 즐기는 최고의 벗이 되었다.
샛노란 유채꽃이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추는 기분 좋은 날. 기윤 씨가 가방 하나 챙겨 메고 조코와 함께 집을 나선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기윤 씨와 조코 둘만의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한적한 비밀 장소에서 조코와 오붓하게 봄나들이를 즐길 예정이다.
'한없이 고요해서 좋다'는 청산도에서 한없이 사랑하는 단짝과의 데이트.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둘만의 대화를 나누고 흥겨운 노래도 부르며 청산도의 봄을 만끽한다.
인생을 천천히 여행하는 청산도 달팽이 '황기윤' 씨와 단짝 '조코' 이야기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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