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9일 오후 부산 해운대 BIFF빌리지에서 열린 ‘오픈토크’에 참석한 장근석. 할리우드 신예 로건 레먼과 만남을 가졌다. |
# 신한류 이끄는 새 아이콘
한류라는 단어가 탄생한 것은 90년대 후반이다. 90년대 후반부터 연예인들이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고 그 첫 번째 무대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였다. HOT, 안재욱, 클론 등의 가수들이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장동건과 김남주 등의 배우들이 드라마를 통해 베트남 등 동남아 일대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이들이 바로 1세대 한류 스타다.
드라마 <겨울연가>가 당시만 해도 요원해 보이던 일본 진출에 성공하면서 2세대 한류가 시작됐다. 선봉장은 배용준 최지우였으며 이후 장동건 이병헌 원빈 송승헌 등이 ‘4대 천왕’으로 불리며 일본 정벌에 나섰다. 또한 <대장금>의 이영애는 중화권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방방곡곡으로 한류 영토를 넓혔다.
동방신기를 필두로 한 3세대 한류스타는 아이돌 그룹과 걸 그룹이다. 케이 팝을 앞세운 3세대 한류스타는 아시아권을 넘어서 유럽 본토까지 한류 점령 지역을 넓혔고, 이제 미국 시장을 엿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초부터 4세대 한류 스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일본에서 배용준의 아성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장근석을 비롯해 김현중 이민호 김범 등이 ‘신 4대 천왕’이라 불리며 4세대 한류 스타로 등극한 것. 다만 기존 2세대 한류스타들과의 차이점이 분명하지 않은 터라, 이들을 4세대로 구분해야 하는지를 두고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주간지 <문예춘추> 기자가 장근석 열풍을 취재하기 위해 내한해서 기자를 만났을 당시만 해도 기자 역시 분명한 차이점을 얘기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보여준 장근석의 행보는 기존 한류스타와 4세대 한류스타의 확연한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자유롭고(Liberty) 다재다능하며(Talent) 활력이 넘치는(Energy)’ 4세대 LTE 한류스타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를.
# 자유로운 영혼의 스타
“또? 누구랑 있다는데?” “뭐? 이번엔 송혜교야?”
부산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해운대를 중심으로 한 부산의 밤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다양한 파티가 연이어 벌어졌으며 영화관계자, 배우 등 연예인, 매니저, 영화담당 기자 등이 여기저기 어우러져 술자리를 갖는다.
영화제 둘째 날인 7일 밤엔 비, 정석원, 고수, 김선아 등과 해운대 포장마차 촌에서 술자리를 가진 장근석은 다음 날 밤엔 송혜교와 함께 또 한 번 해운대 포장마차촌에 등장했다.
7일 밤 장근석과 함께 포장마차를 찾았던 한 연예인의 매니저는 “장근석이 술자리에서 부산영화제 방문이 처음이라 마음껏 즐기고 싶다는 얘길 많이 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한다. 장근석 역시 기자들에게 “부산영화제에 처음으로 오게 돼 너무 기쁘다. 마음껏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서 “밤에 좋은 파티 정보 있으면 좀 알려달라”고 말할 정도였다.
둘째 날 밤엔 기행적인 모습을 보였다. 해운대 곳곳에서 술자리를 갖던 영화 기자들 사이에 장근석이 해운대 백사장에서 혼자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그렇지만 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무렵엔 이미 200여 명 이상의 팬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마치 영화제 공식 행사로 장근석 콘서트가 열린 듯한 분위기였다.
다음 날 오후 해운대 BIFF 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공식행사 ‘오픈토크’에 참석한 장근석은 “어젯밤에 아무 계획 없이 해운대에서 기타를 한 시간 정도 쳤다”면서 “관객들이 몰려들어 자발적으로 관람료를 내 15만 800원을 벌어 기부하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행은 이뿐만 아니었다. ‘배우의 밤’ 행사와 ‘APAN 스타로드 레드카펫’ 행사에선 셔플댄스를 춰 분위기를 끌어 올리더니 ‘CJ엔터테인먼트의 밤’ 행사 참석을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엔 주위에 몰린 팬들에게 손 키스를 날렸다.
한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스타”라며 “단순한 영화제 방문이 아닌 팬과 어우러지는 그로 인해 영화제가 진정한 축제가 됐다”며 장근석의 행보를 평가했다.
그만큼 새로운 모습이었다. 유일하게 포장마차에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났다는 점이 이색적이었지만 경호는 경호일 뿐 그가 팬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데 큰 방해가 되진 않았다. 톱스타가 되면 무조건 신비주의의 장막에 들어가 팬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게 일반적인 2세대 한류스타들과 달리 그는 늘 팬들과 함께 어우러졌다.
▲ 장근석을 아시아의 스타로 만들어준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의 한 장면(왼쪽). 가운데는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성형 논란이 일고 있는 코를 밀어올리며 성형을 하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김하늘과 출연한 영화 <너는 펫> 포스터. |
# 재능으로 똘똘 뭉친 끼
장근석의 말처럼 그가 ‘아시아의 왕자’가 된 결정적 계기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다. 국내에서는 그리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일본에선 대박이 났다. 배용준의 <겨울연가>와 유사한 형태다. 이 드라마에서 장근석은 세계적인 지휘자의 아들로 천재적인 작곡과 피아노 실력을 갖춘 인기 그룹의 멤버 ‘황태경’으로 출연했다.
장근석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스타 등용문인 시트콤 <논스톱>을 거쳐 드라마 <황진이>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연기력을 갖춘 배우인 그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빼어난 음악적 재능까지 드러내며 아시아의 왕자로 등극했다. 장근석은 “노래, 악기에 소질이 많지는 않지만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면서 “음악 듣는 영혼을 스캐닝하는 작업인 것 같다”고 말한다.
소질이 그리 많지 않다는 그의 말과 달리 장근석은 가수로서도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서울로 돌아온 장근석은 이틀 뒤인 12일 중화권 및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음반 <더 라운지 H vol. 1>을 발표했다.
장근석의 가수 데뷔는 이미 지난 4월 일본에서 이뤄졌다. 데뷔 싱글 <렛 미 크라이>를 발표해 오리콘 주간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낸 것. 장근석은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일본 대도시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에서 일본 투어 콘서트 <2011 장근석 인 재팬 ‘ALWAYS CLOSE TO YOU’>를 통해 6만여 명의 팬들과 만난다. 이번 일본 투어 콘서트는 티켓 판매개시 5분 만에 매진을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배우 출신으로 일본에서 가수로도 성공하는 모습은 2세대 한류스타 류시원과 고 박용하를 닮아 있지만 아이돌 그룹과 비슷한 어린 나이라는 부분은 케이 팝을 앞세운 3세대 한류스타인 아이돌 그룹과 비슷하다. 이처럼 장근석은 1~3세대 한류스타를 아우른 4세대 한류스타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외모 역시 빼어나다. 심지어 송혜교와 함께 포장마차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을 본 한 영화팬은 “송혜교보다 예쁘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동양인 같지 않은 코가 장근석 외모의 특징으로 코 성형설에도 휘말렸을 정도다. 이에 장근석은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자신의 코를 비틀며 돼지코를 만들고 미간부터 콧대를 양쪽으로 휘저어 보이는 등 그만의 정공법으로 성형설을 부인하기도 했다.
빼어난 외모에 연기력, 가창력 등을 모두 겸비한 장근석은 재테크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다. 지난봄 청담동에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의 100억 원대 빌딩을 매입한 것. 물론 서태지, 고소영, 김남주 김승우 부부, 차인표 신애라 부부, 이재룡 유호정 부부 등 빌딩족 연예인이 급증 추세지만 모두 재테크에 민감한 40대 이상이다. 반면 장근석은 이제 고작 20대 중반에 불과하다.
# 에너지 넘치는 필모그래피
반면 장근석은 쉴 새 없이 필모그라피를 채워가고 있다. 출세작 <황진이>(2006) 출연 이후 2007년엔 영화 <기다리다 지쳐> <즐거운 인생>, 2008년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쾌도 홍길동> 영화 <아기와 나> <도레미파솔라시도>, 2009년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2010년 <메리는 외박중>, 올해도 영화 <너는 펫>과 드라마 <사랑비>에 연이어 출연 중이다. 최근 들어 작품 출연이 조금 줄었지만 평균 1년에 두 편 이상은 소화하고 있다. 가수 활동까지 더해졌음을 감안하면 거의 쉴 새 없이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영화제 내내 각종 공식행사는 물론 심야 파티와 동료 연예인과의 술자리까지 모두 소화해낸 장근석의 에너지는 작품 활동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톱스타가 되면 출연 작품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흥행 참패가 톱스타의 위상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연작 선정에 고심하다보니 출연 작품 수가 급감할 수밖에 없는 것. 그렇지만 장근석의 넘치는 에너지는 이런 우려를 충분히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한 번의 흥행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어느새 차기작 촬영에 집중하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실제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흥행 대박 작품과 그 반대의 작품이 옹기종기 얽혀있다. 그를 ‘아시아의 왕자’로 만든 <미남이시네요> 역시 국내 방영 당시엔 자체 최고 시청률이 11.9%에 불과한 마니아 드라마였다.
부산영화제를 통해 ‘4세대 LTE’ 한류 스타의 진면목을 선보인 장근석, 이제 그가 더욱 성장을 거듭해 칸-베니스-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는 물론 할리우드 아카데미 영화제에도 당당히 설 그날을 기대해 본다.
부산=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