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무소속 정치, 특히 무소속 행정은 선진국에선 이전부터 상당히 보편적이다. 이들 나라에선 기초단체장의 경우 80% 이상이 무소속 출신이다. 일본에서는 자민당 장기집권에 신물이 나기 시작하던 1980년대부터의 일이다. 정치변혁에 대한 시민들의 갈구가 의미 있는 현실로 나타난 것은 1995년 지자체선거에서 일본의 1, 2위 도시인 도쿄도(都)와 오사카부(府)지사에 각각 무당파 출신인 아오시마 유키오(靑島幸男), 요코야마 녹(橫山 Knock)이 당선됐을 때다.
일본의 무당파 정치인은 순수 무당파보다는 기성정당으로부터 공천은 아니지만 추천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박원순 후보도 기성 정당 후보자가 참여하는 경선을 거쳤고, 그런 정당의 지지를 받고 있으므로, 일본의 추천형 무소속 후보에 가깝다.
일본엔 변형된 무당파 정치도 있다. 지역당 후보가 자치단체장으로 진출하는 경우다. 오사카의 ‘오사카 유신회’ 같은 경우다. 나고야 시는 ‘감세 일본’, 아이치현은 ‘일본제일 아이치모임’이 있다. 당명부터 지역밀착형이다. 이런 정당들은 중·참의원 진출을 생각지 않아 사실상 무당파나 같다.
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제는 지방행정이 중앙정치에 예속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다. 기초 자치단체장 및 의원까지 정당 공천하는 우리의 현행제도는 특히 문제점이 많다. 이번 선거가 차기 대선전의 대리전 소리가 나오는 게 단적인 예다.
일본 무당파 정치의 상징으로 각광을 받았던 도쿄와 오사카의 지사는 단임으로 그치고 말았다. 도쿄에선 1999년 선거에서 자민당을 탈당한 극우성향인 무당파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지사가 이어받았다. 그는 지난 4월 선거에서 네 번 연임에 성공했다. 대개 진보성향인 무당파의 전통이 보수반동 쪽으로 옮겨진 케이스다. 전임 아오시마 지사는 무능행정으로 ‘견습지사’, 공무원의 각본에 움직이는 ‘탤런트 지사’ 소리를 들었다.
오사카에서는 자민당에 넘어갔다가 2008년 선거에서 ‘오사카유신회’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지사가 당선됐다. 당시 38세로 일본 선거사상 최연소 지사였다. 하시모토지사는 파탄 난 재정재건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취임석상에서 공무원들에게 “당신들은 부도난 회사의 직원이다. 월급을 다 받을 수는 없다”며 월급과 퇴직금 삭감을 결행했다. 그는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를 합쳐 도쿄처럼 도로 만들 것을 공약으로 지사직을 사퇴하고 다음 달 실시되는 오사카 시장선거에 나선다. 부·시통합의 주요 목표는 20% 이상의 인원 감축이다. 그의 강력한 개혁드라이브에 직원들은 반발하나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런 강력한 의지와 실천력이 없으면 서울시장은 ‘견습시장’ ‘탤런트시장’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온갖 선심사업을 벌이면서 서울시 빚을 4조~7조 원 줄이겠다는 나경원·박원순 두 후보의 공약을 보며 빚이 더 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한남대 교수 임종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