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메인넷 사용하던 컴투스 교체 결정…타 메인넷 안정성도 도마에 올라
P2E 게임은 게임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P2E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중앙 서버 없이 네트워크상에 정보를 분산해 저장 및 구동하는 디앱(Dapp)의 일종이다. P2E 게임 내 이뤄지는 모든 내용이 블록체인에 기록되며, 게임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재화나 콘텐츠들은 토큰 형태로 발행된다. 이용자들은 해당 토큰으로 실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P2E 게임사들은 주로 이더리움, 클레이튼, 솔라나, 테라 등 블록체인 플랫폼과 협력해 서비스를 운영한다. 온체인 분석 업체 풋프린트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기준 P2E 게임은 15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66% 이상이 이더리움 블록체인과 BSC(바이낸스 스마트 체인)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대형 게임 개발업체 중 넷마블, 네오위즈, 카카오게임즈는 클레이튼 메인넷을 사용하고 있다.
P2E시장에서 경쟁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쟁글이 발행한 쟁글 다이제스트의 ‘국내 게임사 P2E, 업계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 리포트에 따르면 현존하는 P2E 게임 중 일반 PC·모바일 게임처럼 게임성을 갖추면서 잘 설계된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한 게임은 현재 없다.
해당 리포트는 “해외 P2E 업체들에 꾸준히 자본이 투입되고 있고, 국내 역시 대형 게임사가 P2E 퍼블리싱과 자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각 P2E 플랫폼들은 스테이킹 지원, 자체 지갑, DEX(탈중앙화거래소), 마켓플레이스 출시, 상장 및 유동성 풀 제공 등 인프라 확보에 힘쓰고 있다. 향후 두 요소를 모두 갖춘 P2E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테라·루나의 가격 폭락 사태가 발생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반전됐다. 지난 4월까지만 하더라도 루나의 가격이 119달러까지 치솟으며 암호화폐 글로벌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 한때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 중 6~8위를 오갈 만큼 테라와 루나를 향한 신뢰가 두터웠다.
그러나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가 고정된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디페깅’ 현상을 겪으면서, 루나 가격이 지난 11일 1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결국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테라 메인넷의 블록 생성을 중단하기로 했다. 루나와 테라는 각종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이 때문에 테라를 메인넷으로 사용하던 디앱들에 일차적인 충격이 전해졌다. 국내의 경우 컴투스와 자산운용사 해시드(Hashed)가 운영하는 게임 개발사 ‘해시드스튜디오(UNOPND)’, 스포츠테크 스타트업 ‘프로그라운드’ 등이 테라를 이용 중이었다. 컴투스의 경우 자체 발행한 C2X 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19일 0시 기준 1148.4원으로 테라·루나가 본격적으로 폭락하기 전인 지난 8일(2773.4원)보다 약 60% 하락했다.
결국 업체들은 테라를 떠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 컴투스그룹의 블록체인 사업법인 C2X재단은 “테라 메인넷이 신규 블록 생성을 중단함에 따라 메인넷 전환을 결정했다”고 긴급 공지했다. 코인워크를 운영하는 프로그라운드도 “커뮤니티의 미래 자산 안정성과 원활한 서비스 참여를 위해 메인넷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시드스튜디오의 더비스타즈 팀 역시 지난 18일 트위터를 통해 “미래의 메인넷 선정을 위해 여러 저명한 플랫폼과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테라·루나 사태로 다른 메인넷을 사용하는 게임사에도 2차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일단 게임사들이 사용하는 메인넷에 제기되던 문제점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클레이튼은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분산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빠른 속도와 고정되고 저렴한 가스비가 장점이었고, 한국은행의 모의실험 연구 사업이 이뤄지는 등 ‘한국 대표 블록체인’으로 불렸다.
그러나 클레이튼은 대량의 트래픽이 몰릴 때 종종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2020년 3월에는 13시간, 2021년에는 11월 40시간가량 시스템 다운을 겪었다. 여기에 가스비를 일시적으로 30배로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트랜잭션이 약 10분의 1로 감소하기도 했다.
문제점 노출과 함께 장점이 사라지면서 클레이튼 디앱들이 테라·루나 사태 전부터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프로그라운드의 경우 클레이튼 메인넷에서 테라로 메인넷을 바꾼 상황이었다. 위메이드 역시 클레이튼을 나와 자체 메인넷을 구축 중이다. 클레이튼을 메인넷으로 활용한 성공적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메타콩즈’도 클레이튼을 이탈했다.
게임사 크래프톤이 선택한 솔라나 역시 네트워크 장애가 문제점으로 꼽힌다. 솔라나는 타 블록체인 플랫폼에 비해 짧은 거래 지연 시간과 낮은 가스비로 인기를 얻으며 이더리움의 대항마로 불렸다. 시가총액은 9위에 달한다. 하지만 솔라나의 네트워크 장애로 디앱 일부 기능도 장애를 겪으며 네트워크 안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네트워크 장애 발생 빈도가 높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메인넷의 불안정함은 게임사들이 발행한 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넷마블의 마브렉스(MBX) 코인은 지난 18일 오후 11시 59분 기준 1만 6120.42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지난 6일 6만 4428.66원까지 오른 후 테라·루나 사태와 함께 가격이 급락했다. 카카오게임즈의 보라 코인 가격 역시 8일 730.78원에서 18일 464.12원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 같은 형국에 게임사들이 메인넷을 자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위메이드의 경우 클레이튼 메인넷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클레이튼의 서비스체인인 ‘위믹스’의 메인넷을 직접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6월 15일 자체 메인넷인 ‘위믹스3.0’을 소개하는 글로벌 쇼케이스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메인넷은 독립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암호화폐 거래 등 생태계의 ‘뿌리’를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뿌리를 기반으로 앞서 메인넷들의 문제점들을 살펴볼 테스트넷, 새로운 서비스들을 위한 사이드 체인 그리고 지갑, 거래소 등 구축해야 할 서비스가 많다. 또 메인넷 구축을 위한 인력도 따로 확보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 출시에 열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게임사들의 자체 메인넷 구축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게임사들의 타 블록체인 메인넷과 불안한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쟁글 다이제스트의 ‘KLAY 가스비 인상이 클레이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리포트에서는 “한국에서는 클레이튼을 대체할 만한 블록체인이 없다. 카카오와 관련된 메인넷이기에 마케팅에 활용해 단기적으로 클레이튼 기반 생태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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