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월 분식회계 이슈가 마무리되며 거래 정지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주가 반등을 기대하던 주주들은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 주가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2020년 12월 장 중 최고 40만 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2021년 렉키로나의 해외 판매 실적이 저조했던 데다가 올해 2월 식품의약안전처가 오미크론 변이에 취약한 렉키로나의 국내 사용을 중단하며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올해 초 회계 감리 이슈로 거래 정지 리스크가 부상한 것도 주가를 끌어내린 주된 이유였다.
당시만 해도 미래 전망은 부정적이지 않았다. 본업인 바이오시밀러의 호재가 예상된 데다가 기존 악재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반등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당시의 중론이었다. 올해 초부터 셀트리온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할 거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진 점도 주주들의 기대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셀트리온이 공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셀트리온의 1분기 매출은 55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6%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1423억 원으로 31.5% 줄었다. 그룹사 간의 거래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제하고 집계한 셀트리온 3사의 연결 요약 손익계산서를 보면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에 비해 34.9% 감소했다. 1분기 현금보유액도 2000억 원가량 줄고 부채비율도 5%포인트(p) 늘었다. 잇따른 악재에 떨어지는 주가를 방어하느라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탓이다.
1분기 수익성이 악화됐으나 중장기적으로 볼 경우 수익 개선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적 악화의 구체적인 이유로 저마진 품목인 램시마IV(정맥주사제형)와 코로나19 진단키트의 매출비중이 지난 분기 30%에서 올해 1분기 49%까지 높아진 점이 꼽힌다. 램시마IV의 매출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셀트리온이 단가를 낮춰 가며 램시마IV의 공격적 점유율 확대를 감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셀트리온은 유럽에서 램시마IV와 램시마SC(피하주사제형)를 동시에 판매 중이다. 피하주사형은 정맥주사형과 비교할 때 환자가 직접 주사할 수 있어 투약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IR담당자는 “램시마IV에서 램시마SC로 처방을 전환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어 램시마IV의 점유율부터 높이는 전략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램시마SC는 램시마IV에 비해 단가가 높고 수익성이 좋아 셀트리온의 주력 상품으로 꼽힌다. 셀트리온으로서는 램시마IV의 단가를 인하해 당장은 수익이 악화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점유율 확대로 램시마SC의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면 마진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램시마IV와 트룩시마 단가 인하의 주된 원인이 된 출혈 경쟁 압박도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사인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가 제네릭·바이오시밀러 사업부 산도스의 사업 매각 계획에 따라 재고 처분을 위해 단가를 인하하는 바람에 셀트리온도 주력 품목인 램시마IV와 트룩시마의 단가를 인하했다. 업계는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산도스의 재고 정리가 마무리되면 램시마IV와 트룩시마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노바티스의 산도스 매각이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문제인 것을 고려하면 바이오시밀러 업계의 가격 경쟁이 다시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미국 제약사 암젠의 ‘암제비타’가 2023년 1월부터 출시를 준비하는 것에 비해 유플라이마의 출시 시기는 반년 이상 늦어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가 2023년 6월에 나오고 '실테조', '아브릴라다', '유심리' 등이 2023년 7월 1일 잇달아 나오는 걸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유플라이마가 출시될 무렵에는 이미 최소 8개 의약품이 미국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이 사업 품목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런 극심한 경쟁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공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케미컬(화학 의약품) 매출 비중을 18%로 3%p 늘렸다. 셀트리온은 케미컬보다 단가가 낮은 제네릭(케미컬의 복제약) 사업 위주로 운용해왔지만 지난해부터 케미컬 판매를 본격화했다. 오리지널 케미컬인 신약뿐만 아니라 개량신약 등 화학 의약품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쉽지는 않겠지만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경우 단백질이나 미생물 배양을 위해 고도의 연구시설과 설비를 갖출 수 있는 사업자만이 진입 가능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제약회사들이 아직은 많지 않다”며 “예정대로 새로운 바이오시밀러들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론칭하게 되면 셀트리온이 1분기보다 수익을 개선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측은 “바이오 의약품과 케미컬 의약품의 고른 성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동반성장을 견인할 방침”이라며 “후속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테니 지켜봐달라”고 주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