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작가, 상상력 배제하고 정은혜 평소 모습 드라마에 녹여…데뷔 17년차 정 배우 화가로도 활동중
“다운증후군 처음 보는 데 놀랄 수 있죠. 그게 잘못됐다면 미안해요. 그런 장애가 있는 사람을 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 집 어디에서도 배운 적 없어요. 그래서 그랬어요. 다시는 그런 일 없어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정준(김우빈 분)이 영옥(한지민 분)에게 말한 대사의 일부다. 아무래도 노희경 작가가 5월 22일 방영한 14회 방송 ‘영옥과 정준 그리고 영희 1편’에서 말하고자 했던 주제를 표현한 대사가 아닌가 싶다. 가족이나 지인 가운데 장애인이 있는 이들이 아니라면 아마 대부분의 비장애인이 정준과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연기파 배우들이 장애인 캐릭터를 맡아 장애 연기를 보여준 사례는 많지만 장애인 배우가 직접 장애를 보여준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영화 ‘오아시스’의 중증뇌성마비장애인 공주(문소리 분), ‘말아톤’의 자폐증 장애인 윤초원(조승우 분),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정신지체 장애인 용구(류승룡 분) 등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대표적인 장애인 캐릭터다. 그리고 문소리, 조승우, 류승룡 등 하나같이 빼어난 연기력의 배우들이 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반면 ‘우리들의 블루스’의 영희(정은혜 분)는 장애인 배우가 직접 장애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오랜 기간 노희경 작가는 외국에는 장애 연기를 장애인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지를 두고 고민해 왔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사례가 전혀 없지는 않다. 우선 다운증후군 배우로 정은혜보다 더 먼저 활동한 이는 강민휘로 2005년 영화 ‘사랑해 말순씨’를 시작으로 드라마 ‘달자의 봄’, ‘안녕하세요 하느님’, ‘피아노가 있는 풍경’ 등에 출연했으며 2018년에는 KBS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최근 여러 예술 영역에서 장애인들이 활약하고 있다.
노 작가의 오랜 고민이 결국 좋은 캐릭터로 거듭난 셈인데 사실 정은혜는 이미 데뷔 17년차 배우다. 1990년생인 정은혜는 만 15세에 이미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2006년 개봉한 영화 ‘다섯 개의 시선’ 가운데 하나의 시선인 러닝타임 22분짜리 단편 ‘언니가 이해하셔야 돼요’가 데뷔작이다. 이 영화에서도 다운증후군 캐릭터를 소화했는데 제작진은 이 영화의 연출 의도를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관객들이 조금 더 가깝게 접하고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와 비슷한 의미의 출연인데,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2006년이나 2022년이나 큰 변화는 없다.
그렇지만 정은혜에게는 17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배우 활동은 데뷔작 이후 오랜 기간 중단됐지만 그 사이 작가로 거듭났다. 2013년부터 모친인 장차현실 작가의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2016년부터는 경기 양평군 문호리리버마켓에서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벌써 4000여 명의 얼굴을 그린 정은혜는 현재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다.
2018년 ‘웰페어뉴스’ 인터뷰에서 장차현실 작가는 “학교를 졸업했음에도 지역 내 장애인 일자리가 적어 갈 곳이 없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계속 혼자 고립 생활을 해 제 화실에 와서 일을 도와 달라 했고, 그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첫 그림을 봤을 때 ‘삶이 그저 삶의 연장이 아닌 목표를 가질 수 있겠다’라는 기대감으로 순간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정은혜는 유튜브 채널 ‘니얼굴 은혜씨’를 통해 일상을 공개하고 있는데 그의 일상은 영화로도 소개된다. 정은혜가 문호리리버마켓 인기 셀러로 거듭나며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감독 서동일)이 6월 23일 개봉할 예정이다. 이 영화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을 통해 최초 공개돼, 제12회 광주여성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또한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 우수상 수상작이며 2021 씬라인페스트 인터내셔널인스퍼레이션어워드 수상작이다. 다시 말해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은 영화다.
정은혜라는 좋은 작가이자 배우가 있어 다운증후군 캐릭터를 좋은 드라마에서 만날 수 있게 됐지만 그만큼 노희경 작가의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 장차현실 작가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작가분도 어떤 상상력보다는 1년 전부터 은혜를 조금씩 만나고 이야기도 하고 여러 가지 모니터 리서치도 하시면서, 평소에 뜨개질을 한다든지 그림을 그린다든지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고 술도 한잔하는 거 좋아하는 은혜의 모습을 그대로 드라마 속에 녹여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처럼 장애 연기를 장애인이 직접 하는 사례를 만들기 위한 노희경 작가의 노력은 정은혜에 국한되지 않는다. 더 먼저 출연하기 시작한 달이(조혜정 분)의 동생 별이 역할의 이소별이다. 1996년생인 이소별은 3살 때 홍역으로 고막이 손상돼 현재 보청기를 끼고 수어를 사용한다.
영희를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별이는 “나는 농인이다”라며 귀에 착용 중인 보청기를 직접 보여준다. 이에 영희는 “그럼 우리는 친구네”라고 화답한다. 적어도 별이는 다운증후군을 이해하고 있었고 편견 대신 환한 미소로 영희에게 먼저 다가갔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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