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원가 부담 공사 중단 속출…임대차법 시행 2년 전·월세 가격 상승 가능성
#원가부담, 분양가 높아지나
국내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무기한 연기됐다. 당초 일정보다 사업이 늦어지는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인허가 문제 때문이 아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사들이 “밑지고는 못 한다”며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공사비를 높이면 조합원들이 재건축·재개발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까지 분양가가 제한된 상황에서 결국 건설사와 조합, 둘 중 하나는 제 살을 깎아야 하는 셈이다. 이는 결국 분양가 상한제를 풀어달라는 목소리로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각 자치구가 표준건축비와 감정가(택지비), 가산비를 더한 값 이하로 공동주택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에 적용되고, 민간택지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정한다. 현재 서울 18개 구, 경기 3개 시 등 총 322개 동에 적용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신축 아파트 공급을 늦추고 정비사업 갈등을 키운다며 전면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재개발·재건축 수익성이 개선돼 사업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월 내놓을 분양가 상한제 개편 방향에서 재건축 조합 이주비 등 정비사업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반영하고,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을 분양가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현재 조합원 이주비 및 조합 사업비 등의 금융이자, 영업보상비 및 명도소송 비용 등을 가산비로 인정해주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토지비용과 건축비 △가산비 산정의 현실화 △이주비 △명도소송비 등 정비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분양가 규제 합리화를 공약했다.
재개발·재건축이 제대로 진행돼야 도심의 공급 가뭄이 해소될 수 있다. 서울에서 착공 뒤 일반분양에 나서지 않은 재건축·재개발 물량만 1만 가구가 넘는다. 분양가가 오르면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지방 미분양 급증, 서울 거래 급감
최근 수년간 분양 경기 호황으로 완판 행진을 하던 인천에서 한 달 사이 미분양 가구가 30% 이상 급증했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던 송도국제도시와 공급 폭탄 지적이 제기된 검단신도시의 미분양이 두드러졌다. 대구에서도 6500가구 이상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준공 후 미분양’ 단지도 8곳에 달한다. 높은 교육열과 집값으로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마저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을 정도다. 급매·급전세 물량까지 쏟아지고 있다.
서울도 아파트 거래가 지지부진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조치가 발표된 이후 매물은 늘었음에도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들어 20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는 442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5월 한 달간 4479건이 거래됐었다.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금리(신규)는 신용대출이 5.46%,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3.84%다. 기준금리가 1.25%p 오를 동안 이들 대출금리는 각각 1.49%p, 1.03%p 올랐다. 이번 인상이 반영되면 신용대출은 6%에 근접하고, 주담대는 4%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자 부담으로 인해 대출이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극히 이례적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집계한 올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752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 말보다 1조 5000억 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이 전 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2002년 4분기 해당 통계 편제 이래 최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62조 9000억 원)은 같은 기간 9조 6000억 원이나 줄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인 데다 규모도 2003년 해당 통계 작성 이후 분기 기준 가장 컸다. 주담대(잔액 989조 8000억 원)은 한 분기 동안 8조 1000억 원 또 불었지만, 증가폭은 12조 7000억 원에서 크게 줄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기간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최근 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 우려가 겹쳐 가계부채 증가를 통제할 필요가 커졌다. 이 때문에 대출규제의 핵심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가 어렵게 됐다. 금융권에서 신혼부부 등 청년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40년, 50년 등 만기를 늘려 DSR 부담을 줄이는 ‘우회로’가 열리고 있지만 제한된 이들만 접근이 가능하다.
#물가도 올랐는데 전·월세도 이참에 확?
7월 31일이 되면 2년 계약갱신청구권제와 5%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된다. 법에 의해 전월세 계약을 자동갱신했다면 8월부터는 세입자를 바꿀 수 있게 된 셈이다. ‘갱신’ 때에는 5% 인상만 가능하지만, ‘신규’일 때는 가격 자체를 새롭게 정할 수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4년간 집값이 오른 정도와 금리상승 분을 한 번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갭투자로 집을 샀다면 최근 금리상승에 따른 부담을 세입자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 세입자는 더 많은 임차비용이 필요하지만 DSR규제 강화로 전세대출 한도는 줄고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까지 감수해야 한다.
지난 5월 16일 직방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서울 지역 임대차 계약 확정일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월 월세 계약 비율은 51.6%로 집계됐다. 2019년 41.0%, 2020년 41.7%에 이어 지난해 46.0%로 대폭 뛴 데 이어 마침내 과반을 넘었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높아지면서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도가 높아졌다. 보유세 부담을 월세로 충당하는 수요도 맞물렸다.
한편 새 정부는 6월 첫 부동산 대책에서 분양가 상한제 완화와 함께 전월세 공급 방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임대차 3법을 고치기는 어렵다. 분양가 상한제 덕분에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구입한 이들에 대한 실거주 의무기간(2~3년) 완화가 예상된다.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실거주 의무 면제보다는 의무거주 시점을 늦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임대 물량을 늘리기 위해 거주용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에 대한 규제 완화도 예상된다. 정부는 앞서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시장 불안에 대비해 전용면적 84m² 초과 오피스텔에 바닥 난방을 허용했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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