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5일 통가 왕국 인근 해역에 위치한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 화산이 폭발했다. 화산 폭발음은 약 1만km 떨어진 미국 알래스카에서도 들릴 정도로 컸고 화산재는 상공 58km까지 치솟았다. 화산폭발 후 통가엔 15m 규모의 높은 파도가 밀려왔고 도로와 주택을 집어삼켰다.
통가 화산 폭발은 전 지구적 영향을 끼쳤다. 8000km 떨어진 일본 해안에는 최대 1.2m 높이의 쓰나미가 일며 어선이 전복됐고 1만km 밖에 있는 페루 해안에는 높은 파도가 치면서 유조선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무려 6000배럴 이상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고 바다 생태계는 물론 어민의 삶까지 위협받는 최악의 재앙이 발생했다.
통가 화산 폭발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지난 4월 8일 한국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아라온호를 타고 통가 화산 폭발 현장으로 향했다. 이례적인 거대 폭발의 원인과 추가 분화 위험성을 밝히기 위해 현장 조사에 나선 것이다. 화산 폭발 약 80일 만에 대형 조사선이 현장에 파견되어 체계적인 탐사를 한 것은 세계 최초의 일이다.
역사적 규모의 거대 폭발이 일어난 원인을 찾기 위해 연구팀은 멀티빔 장비를 이용한 초음파 측정으로 해저지형도 제작하는 도전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그 결과 통가 해저화산이 폭발 이후 어떻게 분화구가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칼데라 3D 지형도를 세계 최초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연구팀은 여기에서 통가 화산 폭발의 비밀을 밝힐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한편 연구팀은 화산 폭발이 일어난 뒤 해저 생태계가 복원되는 현장을 최초 발견하는가 하면 추가 분화의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한 중요 단서인 칼데라면의 암석시료 등을 채취하는데 성공했다. 모두 세계 과학계가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연구 자산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 육지화산보다 더욱 예측이 어려운 해저화산. 과연 인류는 해저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 것인가. 지구 반대편 남반구의 망망대해에서 펼쳐진 한국 과학자들의 활약상을 생생하게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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