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로맨스’는 소비하면서 ‘성소수자’는 지워온 방송가…“더 넓은 시각 필요”
웨이브의 게이 대상 연애 프로그램 론칭 설이 나온 것은 5월 10일이다. 당시 웨이브 관계자는 “검토 중인 기획안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지만 기사가 이어지면서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마침 이 직전에 또 다른 국내 OTT ‘왓챠’가 내놓은 BL(Boys Love·남성 동성애자들 간의 로맨스를 다룬 장르) 드라마 ‘시맨틱 에러’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동성애에 대한 접근 허들을 낮췄던 차였다. 그 틈새를 노린 셈이다.
게이나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을 포함하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실제 성소수자가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은 종종 있어왔지만 종교 단체 등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조기 종영되기 일쑤였다. 그런 만큼 지상파나 케이블처럼 대중 접근성이 좀 더 용이하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유명세가 있는 OTT 플랫폼에서 이런 도전을 한다는 데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2012년 9월 KBS의 계열사 케이블 채널인 KBS joy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한 MTF 트랜스젠더 17명을 모아 놓고 토크쇼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으나 첫 방송이 마지막 방송이 됐고 말았다. 1화 방송이 끝나자마자 종교단체와 시민단체가 집단으로 방송국에 항의를 쏟아냈고, 폐지를 요구하는 시청자 의견이 폭발하면서 KBS 홈페이지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결국 일주일 만에 방송은 ‘영구 방영 중단’ 상태에 놓였으며 방송에서 얼굴을 공개했던 일부 트랜스젠더 출연진들은 극심한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한국 연예계는 현재 활동하는 연예인 가운데 성소수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무대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한민국 1호 게이 연예인 홍석천이나 가장 유명한 트랜스젠더 방송인 하리수는 성소수자에게 덧씌워지는 편견으로 인해 방송에서도 늘 한정적인 역할을 맡아야 했다. 홍석천의 경우는 방송에 등장하는 다른 남성 연예인이 취향인지 여부가 화두가 됐고, 하리수는 섹슈얼한 이미지만이 강조되면서 대중들로 하여금 성소수자에게 주입된 편견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 성소수자들의 무대가 적음에도 이들을 다룬 ‘작품’의 파이는 점점 커지는 모순도 생겨났다. 일반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대놓고 활동하는 것은 ‘불쾌하다’는 반대의 목소리에 부딪쳐 왔지만, 이들을 주제로 하거나 그런 뉘앙스만 풍겨도 드라마와 영화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각 제작사와 방송사는 2022~2023년 동성애를 소재로 한 웹툰·웹소설의 영상화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이처럼 ‘소재’로서 각광받고 있는 만큼, 실제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도 필요하다는 옹호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 관계자는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 대해 “대중들이 접할 수 있는 방송 플랫폼이 TV 외에도 점점 늘어나면서 더 다양한 사람들의 활동을 마주하게 됐고, 그래서 기성세대에 비해 ‘자신과 다름’에 대한 거부감이 덜 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성소수자를 다루는 해외 OTT 플랫폼,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들의 유튜브 채널과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으로 인해 젊은 세대들은 이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우려의 시선이 여전하다는 점도 짚었다. 종교단체 또는 시민단체들의 반발과 이들의 집단행동 때문에 방송사나 제작사, 출연진들까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시청자들이 작품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제작에 후원·협찬한 기업들에까지 보이콧을 하며 압박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지점들까지 폭넓게 살펴야 한다는 게 제작진들의 입장이다.
앞선 관계자는 “보수적인 시청자 층은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가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청자들에게 좋지 못한 가치관을 심어준다는 주장도 있다”며 “한국 콘텐츠가 해외 시장에서도 먹힐 만큼 좋은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데 커지는 몸집처럼 바라보는 시각도 확장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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