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에서는 중국의 16세 소녀 우이밍 4단이 가장 빛났다. 우이밍은 개막전에서 일본 유망주 나카무라 스미레 2단에게 승리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한국 이슬주 초단, 일본 스즈키 아유미 7단, 한국 허서현 3단, 일본 셰이민 7단을 연달아 격파하며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들불같이 번져나가던 우이밍의 기세는 한국 3장 김채영 7단이 잡았다. 김채영은 27일 열린 제6국에서 우이밍에게 190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이번 대회 한국에 첫 승을 안겼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대국에선 일본 후지사와 리나 5단에게 패해 연승 도전에는 실패했다.
이로써 온라인 대국으로 진행된 1라운드는 중국 5승, 한국 1승, 일본이 1승씩을 나눠가진 가운데 막을 내렸다.
#중국 초반 강세 예견된 일
사실 중국의 초반 강세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고 전력이 고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5명 중 누가 먼저 나오더라도 한국이나 일본의 앞 주자들이 고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었다. 즉 우이밍의 연승이 이변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의 강점은 위즈잉, 저우홍위, 루민취안, 리허, 우이밍으로 구성된 멤버의 전력이 상향평준화돼 있다는 것이다. 위즈잉이 오랫동안 중국 랭킹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번 호반배 예선에선 5명이 비슷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중국의 고민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실력이 비슷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중국의 바둑전문지 ‘체단주보’는 이번 호반배에 임하는 중국 대표팀의 고민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한중일 대표팀의 전력을 분석해보면 한국은 최정, 오유진, 김채영이 뛰어나지만 나머지 신예들은 경험이 부족하고, 일본은 후지사와 리나와 우에노 아사미 정도가 국제무대에서 통할 실력이다. 그러므로 평균적인 전력은 중국이 낫다고 생각되지만, 문제는 이런 방식의 대회에서는 걸출한 한 명이 판도를 완전히 뒤엎는다는 것이다. 1984년 시작된 중일 슈퍼대항전에서 녜웨이핑은 9연승으로 중국의 대회 3연패를 완성했고, 석불 이창호 9단은 농심신라면배 한국의 주장을 맡아 도합 14연승으로 한국의 대회 6연패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체단주보’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반배 중국의 관심은 한국 주장으로 나올 것이 확실시되는 최정 9단의 존재다. 최정은 남자 일류 고수와 겨뤄도 손색이 없고, 한국바둑리그에선 정상급 기사들을 상대로 9승 6패를 기록했다. 과연 중국 여자팀에 최정을 저지할 수 있는 기사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강조했다.
#중국, 엄살만은 아니다
우이밍의 선전을 보는 한국 측 반응 역시 ‘그럴 수도 있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허서현 3단의 대역전패가 아팠지만, 김채영 선에서 우이밍 돌풍이 진압돼 이제부터의 승부라는 것이다. 일본 역시 3명을 잃었지만 최근 국제무대에서 성적을 내고 있는 2명의 에이스가 남아 있어 포기하기엔 이르다. 중국 측 반응이 꼭 엄살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한국팀 입장에서는 다음 출전이 유력한 오유진 9단이 최대한 버텨줄 필요가 있다. 최근 최정의 대국 내용을 보면 의외로 여자 기사들을 상대로 난조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서다. 어릴 적 라이벌로 묶여서인지 위즈잉을 상대로 절대 우위라 할 처지가 못 된다. 상대전적 20승 19패로 겨우 1승 앞서 있을 뿐이다. 또 얼마 전 센코컵에서는 일본의 노장 셰이민 7단에게 덜미를 잡힌 전력도 있고, 여자바둑리그에선 상대팀 3장 김수진 6단에게 반집패를 당하면서 팀 패배를 지켜보기도 했다.
최근 최정 9단의 바둑을 지켜본 송태곤 9단은 “최정 9단이 여자바둑 쪽에서는 언터처블급 기량을 지닌 것은 분명하지만 자신보다 한수 아래로 평가되는 기사들을 쉽게 상대하는 법을 빨리 깨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일류로 인정받기 위해선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한 기사를 확실히 제압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호반배 2차전은 10월 16일부터 우승국이 결정될 때까지 열린다. 최대 14국까지 이어지는 일정이다. 2차전 첫 대국은 후지사와 리나 5단과 중국 2번 주자 리허 5단이 대결한다. 상대전적은 리허가 2승으로 앞서 있다. 과연 오유진과 최정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지 궁금하다. 최정은 “저는 딱 한 번만 두고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오유진이 그 바람을 들어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2022 호반배의 우승상금은 1억 원. 이와는 별도로 개인 3연승 달성 시 200만 원의 연승상금이 주어지며, 연승 상금은 이후 1승당 200만 원씩 더해진다.
각국 출전선수 명단
한국 : 최정, 오유진/김채영(1승1패), 허서현(1패), 이슬주(1패)
중국 : 위즈잉, 저우홍위, 루민취안, 리허/우이밍(5승1패)
일본 : 우에노 아사미, 후지사와 리나(1승)/나카무라 스미레(1패), 스즈키 아유미(1패), 셰이민(1패)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