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김영환·김태흠 격전지 당선, 대구 이인선 무혈입성 눈길…‘유승민 자객공천 무리수’ 김은혜 석패 뼈아파
#‘윤심’ 김영환·김태흠, 충청 접수
충청남북도 모두 후보 공천 과정에서부터 ‘윤심’이 작동했고, 당선까지 이어졌다. 김영환 국민의힘 후보는 충북지사 선거에서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김영환 당선인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름을 받아 정치권에 입문, 최연소 과학기술부 장관 및 민주당 4선 의원(15·16·18·19대)을 지냈다. 민주당과 ‘정치적 신념 차이’로 결별한 이후 국민의당·바른미래당·미래통합당을 거치며 세 차례 선거에 나섰지만 모두 낙선했다.
김 당선인은 국민의힘에서는 최고위원을 맡았고, 대선 과정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당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을 역임했다. 이로 인해 선거 기간 동안 ‘윤심’ 덕을 톡톡히 봤다. 당초 김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했다가 10일 만에 충북지사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 노영민 후보가 상대 후보로 나서면서, ‘윤석열 대 문재인’ 신구 권력 대리전이라는 구도를 설정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현역인 양승조 지사를 누르고 충남지사직에 오른 김태흠 당선인도 윤석열 대통령 입김이 작용한 경우다. 3선 중진 현역 의원이었던 김태흠 당선인은 당초 원내대표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3월 말 김 당선인과 독대한 데 이어, 전화를 걸어 충남지사 출마를 권유했다.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전 원내대표도 김 당선인을 찾아 충남지사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김 당선인은 원내대표 뜻을 접고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충남지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흠 당선인이 충남지사 선거에 뛰어들자 잡음도 발생했다. 김동완 박찬우 전 의원 등 이전부터 충남지사를 준비하고 있던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반발했다. 당 지도부가 나서 출마를 종용한 마당에 공정한 경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당 안팎에서는 김태흠 당선인의 전략공천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경선을 실시했고, 김 당선인이 현역 의원 감점규정에도 불구하고 50% 넘는 득표율로 공천권을 거머쥐었다. 여기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든든한 후광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김 당선인은 6월 2일 당선이 확정된 뒤 “저에게 보내주신 성원은 다름 아닌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충남의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라고 본다”며 “도민들이 반드시 일을 해내라는 명령을 김태흠답게 늘 앞장서 해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홍준표 빈자리 수성을, ‘윤심’ 이인선 무혈입성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이인선 당선인이 ‘윤심’에 힘입어 국민의힘 공천을 받고, 국회 입성까지 하게 됐다.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지낸 이인선 당선인은 홍준표 당선인의 대구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 단수 공천됐다. 앞서 대구 수성을에는 김재원 전 최고위원, 유영하 변호사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이인선 당선인 단수 공천에 대해 윤상현 재보궐 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해당 선거구가 포함된 시도지사 경선에서 탈락한 분들은 추천에 있어서 배제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여성 인재를 발굴하는 데 우선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인선 당선인 공천을 두고 ‘윤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일찌감치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선언하며, 홍준표 의원과 각을 세워왔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인수위원을 맡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극히 낮은 ‘보수의 심장’인 대구 수성을에 경선도 없이 단수 공천해준 것은 이 당선인이 무혈입성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준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다. 이 당선인은 79.78%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도 ‘윤심’ 작용
교육감 선거에서도 윤 대통령의 측근이 승리한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된 임태희 당선인이다.
임 당선인은 경기 분당을에서 16·17·18대 내리 3선 의원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고, 당선 이후에는 특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교육감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임태희 당선인은 경기도의 첫 보수 교육감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경기도민들은 그동안 김상곤 전 교육감, 이재정 현 교육감 등 진보성향 후보들을 내리 세 차례 선택한 바 있다. 이에 임태희 당선인은 선거기간 동안 “전교조 중심의 경기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해왔다.
#김은혜 경기도지사 선거 역전패는 뼈아파
‘윤심’을 등에 업고 출마했지만 아쉽게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후보들도 있다. 광주시장에 출마한 주기환 후보와 전북도지사에 나선 조배숙 후보 등이다.
주기환 후보는 검찰수사관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2003~2005년 광주지검 특수부 검사로 있을 당시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대통령이 지휘하는 주요 수사팀에 합류해 관계를 돈독히 쌓았다. 윤 당선인이 광주를 찾을 때 허심탄회하게 술잔을 기울일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주 후보의 광주시장 출마 역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국민의힘 공관위가 주 후보를 단수 공천하는 바람에, 미리 공천을 신청한 하헌식 전 광주 서구을 당협위원장은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전북도지사 조배숙 후보 역시 단수 공천으로 후보에 결정됐다. 조배숙 후보는 익산 출신으로 대한민국 최초 여성 검사로 알려졌다. 16·17·18대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 소속으로 당선됐고,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소속으로 4선 의원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는 민생당으로 나와 낙선한 뒤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다가, 지난 2월 윤석열 당시 후보의 익산 유세에 깜짝 등장해 지지선언을 했다.
실제 ‘윤심’이 작동한 것인지 유추할 수 있는 정황이 있다. 당시 국민의힘 전북도지사 후보에 김용호 전북대 특임교수와 양정무 랭스필드 대표이사 등이 공천을 신청한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보수 정당이 전북지사 선거 역사에서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왔다. 그런데 조 후보가 윤 대통령 지지선언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경선도 없이 무혈입성으로 국민의힘 전북도지사 후보 자리를 꿰찬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 후보들은 ‘민주당의 텃밭’에 출마해 개표 전부터 당선 기대감이 높지 않았다.
반면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선 김은혜 후보의 낙선은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도 뼈아픈 결과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이번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혔다. 양당 모두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거물급’ 후보군이 거론되던 민주당은 대선 후보였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후보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에서도 ‘잠룡’ 유승민 전 의원이 예비후보로 나섰다. 그러던 중 김은혜 후보가 4월 5일 윤석열 대통령 대변인직을 돌연 사퇴하더니, 다음날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은혜 후보는 윤석열 대선 선대위 공보단장, 윤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지내며 ‘윤 대통령의 입’으로 통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과거 경쟁자였던 유 전 의원을 제거하기 위해 ‘자객 공천’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윤심’이 반영됐는지 국민의힘 다수의 의원·당협위원장들이 김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김 후보는 경선에서 민심에서 밀리고도 유 전 의원을 꺾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광 영향인지 김은혜 후보는 김동연 후보와 오차범위 내 지지율 각축을 벌였다. 선거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서도 김은혜 후보가 1%포인트(p) 안팎으로 미세하게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개표 과정에서도 초반에는 김은혜 후보가 앞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하지만 2일 새벽 4시부터 김동연 후보가 김은혜 후보를 따라붙기 시작하더니, 5시 30분경 추월하는 득표를 보였다. 이후 김동연 후보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최종 49.06%를 얻어, 48.91%의 김은혜 후보를 0.15%p(8900여 표) 차이로 이겼다.
정치권에서는 김동연 후보 승리가 ‘인물론’을 앞세웠기 때문이라고 본다. 반면 김은혜 후보는 ‘윤심’이 작용한 것이 일부 반발을 일으켜 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유승민 전 의원을 꺾기 위해 김은혜 의원을 무리하게 차출한 것이 반감을 산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지방선거는 경기도지사 선거가 핵심이었다. 그런데 그 선거를 대역전패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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