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디지털화’ 고학력 수요 급증…“도시 비해 수입 적지만 주거·생활비 저렴 워라밸 굿!”
2020년 가을 윈난성의 쿤밍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이민은 졸업을 앞두고 고민이 컸다. 기업에 원서를 내봤지만 번번이 탈락했고, 사업도 검토해 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취업은 더욱 어려웠다. 후이민은 “그 무렵 대학 졸업생의 취업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던 차에 후이민은 ‘마을 CEO(최고경영자)’라는 낯선 구인 공모를 발견했다. 쿤밍 외곽 지역의 푸안마을에서 올린 것이었다. 후이민은 “시골의 전문경영인을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원서를 내 합격했고 마을이 출자한 공동회사와 고용계약을 맺었다. 마을 CEO는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마을의 여러 관계자들과 함께 모여 팀을 짜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쿤밍의 푸안은 2018년 ‘전통 마을’로 공식 등록됐다. 2019년 쿤밍 정부와 중국농업대학은 향촌진흥혁신실험마을 중 하나로 푸안을 선정했다. 2019년 11월부턴 도시구동형 진흥실험마을 조성이 시작됐다. 사업 책임자인 리샤오윈 중국농업대 교수는 “옛 마을을 꽃골목으로 만들어 관광객을 유입시키고, 유휴자산을 유동화해 새로운 업태를 만들어내 농촌진흥의 동력을 만드는 게 핵심 내용”이라고 했다.
푸안은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맡아 이끌어갈 ‘마을 CEO’라는 제도를 만들어 채용에 나섰고, 후이민이 발탁됐다. 후이민의 업무는 구체적이다. 민가 보수, 골목 설계 및 조성, 등대 설치, 아이디어 개발 등이다. 외부 프로젝트 팀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 사업 설명을 하고, 숙식을 제공하는 것도 후이민의 몫이다.
푸안은 2021년 11월 커피, 차, 특산물 제조 및 판매 대행을 맡는 ‘구이루 정원’을 만들었는데, 이 역시 후이민 작품이다. 후이민은 “푸안의 외식업을 육성할 것이다. 휴식과 레저를 결합해 수익을 낼 것이고, 이로 인해 농가 수익을 늘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후이민은 푸안으로 와서 많이 성장했다고 자부했다.
“취업에서 계속 떨어지자 우울증과 사회적 불안감이 심했다. 하지만 마을 CEO 재직 1년 만에 여유를 찾았고, 당당해졌다. 농촌에서의 업무는 과하지도 않다. 여가도 충분하다.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농촌과 도시가 문제가 아니라 결국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나처럼 농촌에서 일하는 것도 취업의 한 방법이다.”
2018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황커웨이는 단 한 번도 도시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일자리도 당연히 도시에서 찾았다. 황커웨이는 광저우에서 전기차, 전자상거래, 게임 등의 분야에서 일했다. 하지만 이런 경력은 그에게 허탈감을 줬다. 무언가 인생에서 의미 있는 걸 찾고 있었던 황커웨이는 어느 날 모교에서 진행하는 ‘마을 CEO’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황커웨이가 CEO로 지원한 마을은 윈난성 린창시의 뤄보산이었다. 이곳은 예전부터 가장 외지고 낙후된 촌락 중 하나였다. 윈난성 출신의 황커웨이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는 “처음엔 시골에서 하찮은 일만 하거나 재능을 펼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갓 대학을 졸업한 대학생에겐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면서 “오히려 내가 많이 부족했다는 걸 알기까진 반년도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수입은 도시에서 직장을 다닐 때보다 적다. 하지만 시골 생활에서의 씀씀이를 생각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황커웨이는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농촌진흥은 현 시대의 과제다. 여기에 내가 참여한다는 게 영광”이라면서 “마을을 발전시키겠다는 것 외에 중장기적으로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두천홍은 대학 졸업 후 아내와 함께 베이징 핑구 외곽의 농촌에 있는 양계장에 취업했다. 사실 회사에 도착하기 전까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계장에 도착한 후 현대·디지털화된 시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두천홍은 양계장에서 행정 사무를, 아내는 질병 관리 업무를 맡았다. 소득은 도시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생활비가 저렴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주택 구입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
두천홍 부부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라고 한다. 두천홍은 “집에서 회사까지 길어야 10분이다. 도시에 살 땐 나와 아내 모두 교통체증으로 너무 힘들어했다. 이젠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없다”고 했다. 두천홍의 아내는 “짧은 시간이지만 차를 타고 갈 때 드라이브를 하는 것 같다. 도시에 살 땐 이런 풍경을 보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와야만 했다”고 말했다.
두천홍은 “농촌에 있는 회사들도 점차 디지털·현대화되고 있다. 고학력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대학생들이 농촌에 취업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오히려 더 좋은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에게도 좋은 기회인 동시에 농촌으로서도 인재 영입은 이제 중요한 과제다. 젊은이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이제 농촌도 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루지샤 중국농업대학 교수는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취업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특히 자녀들의 교육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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