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로 아이돌 꼬리표 떼고 ‘호텔 델루나’로 정점 찍어…차기작 ‘드림’에선 첫 코미디 도전
6월 8일 개봉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자 이지은의 칸 진출작 ‘브로커’에서 그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낳게 된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갔다가 다시 찾으러 온 엄마 소영 역을 맡았다. 입양 전문 브로커 상현(송강호 분)과 동수(강동원 분)의 불법 입양 여정에 동행하게 된 소영은 관객들에게 모성이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캐릭터다. 키울 수 없는 아기를 낳지 않고 중절하면 살인이고, 낳은 뒤 다른 이에게 맡긴다면 유기이기에 모든 책임은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어머니에게만 지워지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극 중 이지은은 10대 티를 갓 벗은 어린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사회의 손때가 묻어 한없이 지친 눈빛으로 스크린 너머 관객들을 마주한다. 비록 영화 자체는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휴머니즘’을 지적당하며 크게 호불호가 갈렸지만 이지은의 연기만큼은 이견이 없었던 것도 그가 준 깊은 인상 덕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지은을 캐스팅하게 된 계기로 그의 출연작 중 하나인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꼽았다. 그는 “‘나의 아저씨’를 보고 이지은에게 홀딱 반했다. (그것이) 이지은 캐스팅 이유의 전부다. 훌륭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가수 아이유 아닌 배우 이지은으로서 대중들로 하여금 그를 다시 보게 만든 작품은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였지만, 실제로 이지은을 배우로 완성시킨 작품은 ‘나의 아저씨’(2018)란 평이 있다. 소재의 폭력성과 남녀 주인공의 과한 나이 차이로 일부 시청자들의 반대에 부딪쳐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그만큼 관심도 뜨겁던 작품이었다. 많은 이들이 ‘인생작’으로 꼽기도 하는 ‘나의 아저씨’는 2019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드라마 작품상을 수상했고, 주인공이었던 이지은은 2018년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AAA)에서 배우 부문 수상을 휩쓸었다.
‘나의 아저씨’ 이전에 이지은은 아이돌 출신 배우에게 통과의례처럼 주어지는 편견을 특히 혹독하게 겪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연기 데뷔작인 KBS2 드라마 ‘드림하이’(2011)의 경우는 아이돌을 대거 기용한 드라마였기에 이지은의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오를 일이 없었지만 같은 방송사의 ‘최고다 이순신’(2013)에서 첫 주연을 맡으면서 시청자들의 혹평이 나왔다. 연기력이 입증되지 않은 아이돌 출신 배우를 주말연속극 주연으로 세운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던 셈이다.
다만 방영이 시작된 뒤 이지은의 연기에 “기대 이상”이라는 호평도 어느 정도 나왔고, 중반부로 갈수록 배우보단 작품 전개 자체의 지지부진함이 더 큰 비판을 받으며 배우에 대한 지적은 수그러드는 듯했다. 2013년 KBS 연기대상에서 이지은에게 신인상이 돌아가게 된 것도 그가 단순히 인기가수라는 후광만으로 손쉽게 배우 반열에 낀 것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이후 차기작인 KBS2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2013)가 시청률 면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이지은의 다양한 연기력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 이후 같은 방송사 금토드라마 ‘프로듀사’(2015)는 공효진, 차태현, 김수현 등 쟁쟁한 상대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며 대중들에게 ‘배우 이지은’을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이지은의 전환점으로 꼽히는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는 종영하고 시간이 지난 뒤에 ‘재발견’된 작품이기도 하다. 방영 초기에는 산만한 연출과 저예산 웹드라마를 보는 듯한 유치한 대사, 이지은과 백현(EXO) 등 등장인물의 과장된 연기 등이 지적됐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극의 분위기가 비극으로 반전되며 이지은 특유의 감정 연기가 빛을 발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실제로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발랄하고 순진해 보이는 얼굴과 가슴 속 어딘가에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 양면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이지은이 가진 배우로서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이지은이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물론 작품에서 구축된 이지안이라는 캐릭터 자체의 탄탄함도 한몫했지만 시청자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이지은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채 흔들림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는 게 당시의 평가였다. 이름 앞에 ‘가수 아이유’라는 브랜드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됐던 과거가 무색하게 완벽히 ‘배우 이지은’으로 거듭나게 된 작품이 ‘나의 아저씨’라는 데엔 큰 이견이 없을 정도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그의 활동 무대가 드라마에서 스크린으로 넓어지기 시작한 시점을 ‘나의 아저씨’의 전후로 꼽기도 했다.
여기에 이듬해 출연한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로 이지은은 배우로서 또 한 번 정점을 찍었다. 판타지와 호러, 로맨스를 버무린 이 작품에서 이지은은 1000년 넘게 ‘호텔 델루나’를 지켜온 괴팍하고 아름다운 사장 장만월 역을 맡아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도도하면서도 신비한 분위기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전작 ‘나의 아저씨’와는 백팔십도 다른 모습으로 첫 판타지 장르물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이슈를 선점했고, 기대 이상으로 장르에 잘 녹아든 모습으로 대중성과 화제성까지 양 손에 거머쥐었다. 당시 ‘호텔 델루나’는 20~40대 시청자 층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이며 2019년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지은이라는 배우에 매혹된 4명의 영화감독들이 그를 주제로 제작한 4편의 단편영화를 모은 옴니버스식 영화 시리즈 ‘페르소나’(2019)는 난해한 작품성 탓에 대중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그러나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배우 이지은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지은은 ‘페르소나’에 이어 같은 해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독립영화에 도전하며 그의 앞에 놓인 연기의 빗장을 풀어냈다.
여기에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주영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한 ‘브로커’로 칸 레드카펫에까지 오르면서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에게 족쇄처럼 따라붙는 모든 편견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데 성공한 셈이다.
한편 이지은은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선보일 신작 코미디 영화 ‘드림’의 촬영을 최근 마쳤다. 이지은에게 있어서는 첫 장편 상업영화이자 코미디 장르 첫 도전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새로운 얼굴로 관객들을 마주할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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