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보령시의 가장 서쪽에는 푸른 보석이 박힌 듯한 풍경을 자랑하는 섬 황도가 있다. 바위가 누렇게 보여 ‘황도’라 불린다는 이곳엔 자칭 '황도 이장' 이용오 씨(58)가 살고 있다. 그의 옆에는 두 마리의 섬 주민, 황도와 달래가 늘 함께다.
56만 제곱미터(17만 평) 무인도에서 목줄 없이 사는 자유로운 견생들이건만 용오 씨가 길을 나서지 않으면 절대 따로 움직이는 법이 없는 껌딱지란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용오 씨의 가장 큰 숙제는 바로 집짓기다.
파도를 타고 섬으로 흘러들어온 목재와 양식장 스티로폼을 일일이 옮겨 쌓느라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고된 일과에 어깨 통증이 점점 심해지던 찰나 황도에 병원선이 찾아왔다. 용오 씨가 고무보트를 타고 진료를 받으러 나간 사이 그가 떠나간 갯바위에 엎드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황도와 달래. 오랜 기다림 끝에 급기야 황도는 눈물을 보이고야 만다.
도시 남자가 '황도 이장'이 된 건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다. 잘 나가던 IT 사업이 기울고 매형이 물려받은 황도의 집터를 구경하러 왔다가 한눈에 반하면서부터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그의 초기 섬 생활은 실수투성이였다. 밥도 반찬 준비는 물론 자연에서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인도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은 외로움이었다. 가족처럼 보살피던 백구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힘들어하던 그에게 지인이 보내준 반려견이 바로 지금의 황도다. 동그랗게 말린 '도넛 꼬리'에 개성 있는 얼굴이 매력적인 황도는 섬 생활에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그런 황도에게 짝을 지어주기 위해 들인 게 진돗개 달래다.
꽁냥꽁냥 금슬 좋은 부부의 연을 맺고 벌써 세 번이나 새끼를 품었다. 이제는 황도와 달래 부부가 용오 씨에겐 둘도 없는 섬 가족. 용오 씨의 표정, 말투, 행동 하나하나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아는 것처럼 행동한단다. 그런 두 녀석이 있어 섬 생활이 지루하지 않다고 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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