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보다 수평 중시…청년 문제는 청년이 해결하자”
한국청년위원회는 청년정책 입법 제안기구다. 지난 2018년부터 전국 전·현직 총학생회장단들과 청년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고, 청년에게 필요한 정책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기 위해 2019년 설립됐다. 2021년 12월 공식 청년단체로 출범한 한국청년위원회는 그동안 마련한 8가지 청년 정책을 17개 시·도에서 확대, 시행하는 것을 제안하고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앞서 청년정책 제안서를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양당에 전달했다.
8가지 청년 정책 과제는 △청년 창업생태계 조성 지원 △특수고용노동자 및 프리랜서 경력증명 및 퇴직금 지급 △청년 종합주거서비스 플랫폼 구축 △고품질·고효율 청년 임대주택 도입 △청년 문화바우처 지급 △청년 거버넌스 구조 확립 △청년 최소예산제 도입 △청년 에코마일리지 제도 도입이다.
한국청년위원회를 이끄는 박성호(29) 위원장은 “청년의 주거안정, 창업, 청년예산편성 등 청년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서 청년들을 위한 긴밀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한때 기자 생활을 한 이력도 있다. ‘청년문제는 청년이 해결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위원회의 외연을 넓혀가는 그를 만나 청년 세대의 고민과 해법을 들었다.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한국청년위원회 출신 인사들이 대거 당선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젊은 정치인들에게 열심히 일할 기회를 주신 유권자 국민들게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 재능있는 청년들이 원내에 진입해 작은 목소리마저 경청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태권도를 전공했는데 어떤 이유로 정치권에 관심을 갖게 됐나.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 것 같다. 나 역시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10살 때부터 20살 때까지 10년간 하고 태권도 겨루기 선수였다. 올림픽 메달은 못 땄지만 나름 열심히 했었다. 원래 한 우물만 파는 성격이라 운동에 매진했다. 그러다 부상으로 그만두게 됐다. 격투기 선수였는데 한 번 뛸 때마다 중력의 무게가 다리 부분은 7배가 더 세지기 때문에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발차기에 한번 맞으면 금가고 부러지고 그런 일이 잦아서 수술도 많이 받았다. 열손가락과 열발가락이 전부 부러진 적도 있다. 운동을 그만두고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잠시 기자 생활을 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별 대학생들을 만났다. 나 역시 같은 또래인지라 학비 문제, 운영의 고충이 남 얘기 같지 않았다. 이 고충들이 해결되기엔 한 사람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다는 것을 느꼈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더 큰 목소리를 모아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기자활동을 그만두고 2018년부터 교류하던 12명의 전·현직 총학생회장들과 함께 2019년에 ‘한국청년위원회’라는 청년단체를 설립했다. 이후, 청년들의 의견을 수립하고 정책을 연구하며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입법을 제안했다. 이때부터 정치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국회는 소위 ‘동물 국회’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여, 야가 저돌적으로 대립하며 격돌하는 장면이 미디어를 통해 수없이 중계됐다. 정치는 사회적으로 높은 사람들, 스펙이 대단한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인식하던 터라 그 모습이 개탄스럽고 실망스러웠다. 오만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해도 이보단 잘할 수 있겠다’ 싶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라 확신한다.”
-정치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정치는 삶이다. 정치는 인생에서 내가 얼마나 남을 배려하는지, 내가 상대방과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얼마나 희생하는지, 얼마만큼 이득을 가져가고 실을 감수할 건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인간적으로 다가갈 건지…. 이러한 모든 요소에 정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 자체가 정치라고 생각한다.”
-‘청년의 문제는 청년이 해결하자’는 슬로건을 내건 이유는 뭔가.
“청년의 문제점은 청년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고충과 문제점들은 어느 누가 나의 일처럼 나서서 해결해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인해 나이 문화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비난받기도 한다. 나 또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주식회사를 운영하며 사업을 한 적이 있는데 소위 ‘어린것이 무엇을 아느냐’는 식의 근거 없는 이유로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사회적 통념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들, 결국은 내 부족함이 문제였다. 부족하면 채우면 된다. 이것은 사회초년생으로서 앞으로 스스로 해결해 나아가야 할 과제다. 결국 내 부족함과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다. 청년문제도 우리 청년들이 함께 해결점을 찾을 때 문제를 해결해 나아갈 수 있을 거라 확신했기에 그런 슬로건을 내세웠다.”
-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전국 17개 시·도 광역별 지역위원장이 존재하고 12개 분과위원회, 5개의 연구소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지역 간 발전 불균형, 인구감소 등의 정책을 조정하기 위해 각 지역의 대표 청년들이 중앙조직의 임원으로서 지방행정에 필요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그렇다. 청년 문제엔 여·야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든 우리 스스로가 느끼고 있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모였는데 우리마저 서로 편 가르기를 할 필요가 있겠나. 여·야 의원들도 우리 취지에 충분히 공감해 독보적이고 초당적인 청년단체로 거듭날 수 있었다. 또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청년 어젠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자 우리나라 태권도 본부를 이끌고 계신 국기원장, 법정 경제 5단체인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등 내공과 경륜을 겸비한 훌륭한 지도자들이 청년들의 부족함을 채우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뜻을 함께하고 있다.”
-리더로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
“본 위원회 내에도 진보적, 보수적, 중립적 성향을 지닌 다양한 청년들이 있기에 정책 조율과정에서 대립할 때가 있다. 이를 민주적 절차를 통해 조율하기 위해 매번 투표를 하고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하지만, 그러는 사이 상처받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상대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뭉치도록 이끌고 있다.”
-늘 마음에 새기는 좌우명이 있나.
“특정 종교를 믿진 않지만 ‘신은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자에게만 시련을 준다’는 말을 새긴다. 살다보면 누구나 시련을 겪는다. 나 역시 짧은 인생을 살아오며 크고 작은 시련을 마주했다. 특히 운동선수로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합숙훈련을 할 때는 인간의 한계를 경험했다. 가파른 산꼭대기까지오리걸음으로 왕복하고, 한여름에 패딩을 3겹씩 입어가며 4일간 체중 10kg을 감량한 적도 있다. 잦은 부상으로 큰 수술을 받기도 했다. 크고 작은 그 시련이 현재는 자양분이 돼 뭐든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갖게 됐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닥쳐도 견뎌낼 자신이 있고, 견뎌냈기에 성장했고, 그 과정을 거치며 살아갈 지혜를 얻었다. 인간은 생각하는 대로, 마음 먹는 만큼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취업난 등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한국청년위원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나.
“본 위원회는 청년문제의 핵심 6대 과제로써 일자리, 주거, 교육, 문화ㆍ예술, 복지, 금융 파트를 선정하고 정기적으로 지역별 회의를 거쳐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기관의 협조를 받기도 하고 지자체 행정가들과 간담회를 열어 문제의 근본 원인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위원회의 공익사업 중 청년페이가 눈에 띈다. 어떤 것인가.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디뎠을 때 자산을 형성해 나아가는 활동을 지원하고자 급변하는 4차 산업시대의 흐름에 맞춰 ICT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가상자산 제도, 본인 신분인증 간소화, 금융기관 간편 계좌개설, 온·오프라인 간편 결제시스템, 청년 소상공인 지원, 국내ㆍ외 비자발급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정책을 혁신하려는 프로젝트다.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결제 인프라를 구축해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1금융권과 정책을 협의하는 과정에 있다. 최근에는 청년페이 토큰을 자체개발해 해외거래소에 상장시켰다. 대부분의 수익은 공익사업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청년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앞으로 어떤 청년 리더가 되고 싶은가.
“리더는 조직을 이끌며 ‘하자’고 하고, 보스는 ‘하라’고 한다. 수평적 관계와 수직적 관계의 차이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대목은 ‘함께 멀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멀리 가기 위해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일은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전국의 훌륭한 청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또한 내게 희망을 주는 구성원들이 있기에 어떤 시련이든 극복해낼 자신이 있다.”
송기평 경인본부 기자 ilyo11@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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