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한국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은 자국 랭킹1위 커제 9단을 비롯해 전기 준우승자 양딩신 9단, 미위팅 9단, 딩하오 9단이 8강에 올랐다. 이 밖에 일본의 시바노 도라마루 9단도 대만의 왕위안준 9단을 꺾고 일본 기사로는 유일하게 8강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11월 13일 예정돼 있는 8강전 대진은 신진서-미위팅(상대전적 7:3), 강동윤-커제(2:5), 김명훈-딩하오(0:0), 양딩신-시바노(1:0)로 짜였다.

특히 16강전 신민준 대 커제의 대결은 근래 보기 힘든 대역전패라 더 아쉬웠다. 신민준과 커제는 2년 전 LG배 결승 파트너. 당시 커제를 2-1로 누르고 첫 세계대회 우승컵을 안았던 신민준은 다시 만난 커제를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한때 AI(인공지능) 판정으로 30집 이상 차이를 벌린 적도 있었지만, 초읽기 속에 주춤주춤 물러서던 신민준은 끝낼 찬스를 놓쳐버리며 대역전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한때 졌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중간에 돌을 거둘까 하던 순간도 있었지만 큰 무대라 포기하기 어려웠고 마침 상대의 큰 실수가 나왔다. 운이 아주 좋은 한판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바둑은 좀 더 성장해야 한다”고 나중에 커제가 자책했을 정도로 신민준에겐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국내랭킹 8위 김명훈 8단 부상은 고무적
랭킹2위 박정환과 3위 변상일의 탈락은 중국 기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내 기사들끼리 대결 끝에 나온 결과라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박정환은 강동윤에게, 변상일은 김명훈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나마 이번 LG배에서 위안이 됐던 것은 국내랭킹 8위 김명훈 8단의 부상이었다. 1997년생으로 변상일과 동갑인 김명훈은 동년배에 비해 조금 늦게 두각을 나타냈다. 2014년 입단 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대회 8강에 들었다. 국내 대회에서는 입단 다음 해인 2015년 렛츠런파크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2017년 신예기전 미래의별에서 우승한 바 있으나 꾸준하지 못했다.

국가대표팀 목진석 감독은 “김명훈 8단이 원래 실력에 비해 자신감이 부족한 스타일이었다. 특히 상위 랭커들과 상대할 때 스스로 위축이 되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심리적인 부분에서 좋아지려고 노력한 것이 보인다. 그런 것이 개선되고 또 성적으로 이어지면서 지금은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이번 LG배에서 그런 자신감이 바둑 내용으로도 나타나고 있고, 최근 대국들은 굉장히 훌륭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목 감독은 “중국 딩하오 9단과의 8강 대결은 6개월 후에 이어지겠지만, 그때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누가 지금의 기세를 그때까지 유지하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평했다.
#신진서, LG배 2연패 여부에 관심
한편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신진서 9단은 무난히 8강에 들었다. 16강전에서 일본의 복병 위정치 8단에 고전했지만 다음 라운드 진출에는 문제가 없었다. 신진서는 이 승리로 최근 중국과 일본 기사 상대, 30연승의 기록도 이어나갔다. 27회째를 이어오고 있는 LG배는 그동안 연속 우승자가 나오지 않는 징크스가 있었는데, 신진서가 이를 깰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신진서의 다음 상대는 중국의 미위팅 9단. 상대 전적에서 7승 3패로 앞서고 있고 올해 열렸던 농심배에서는 한 차례 무효대국 해프닝 속에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커제, 양딩신, 미위팅, 딩하오 등 그야말로 중국바둑의 ‘판타스틱4’가 건재한 데 비해, 한국이 질적으로나 수적으로 밀린다고 분석한다. 때문에 신진서와 함께 8강에 오른 강동윤, 김명훈이 힘을 내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제27회 LG배의 우승상금은 3억 원, 준우승상금은 1억 원이며 본선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4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그동안 한국이 12회, 중국 11회, 일본 2회, 대만이 1회 우승했다.
유경춘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