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절반 계열사서 나와, 최근 공시대상기업집단 포함 ‘제재’ 대상…농심 “악화된 재무구조 탓”
#객실 사업부는 (주)농심에 매각
농심은 1985년 부산광역시 동래구에 위치한 동래관광호텔을 인수해 2002년 현재의 호텔농심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호텔농심은 2002년 기존의 동래관광호텔을 242실 규모의 특급호텔로 신축했고, 2016년에는 국제기준 5성급 호텔 등급도 획득했다. 호텔농심은 2003년 급식 사업에 진출했고, 동래온천 학축제와 대한민국 온천대축제를 개최하는 등 호텔 외에도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다. 농심 계열사 메가마트가 호텔농심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호텔농심은 객실 사업부를 (주)농심에, 급식 사업부를 브라운F&B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심 측은 악화된 재무구조 때문에 사업부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호텔농심의 자본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1억 3149만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로써 호텔농심 객실은 같은 농심 계열사가 계속 운영하지만 급식 사업부는 농심을 떠나게 됐고, 호텔농심 법인은 청산 절차를 밟을 예정으로 전해진다.
호텔농심 급식 사업부는 그간 전체 매출에서 무시 못 할 비중을 차지해왔다. 호텔농심 급식 사업부는 매년 100억 원 이상 매출을 꾸준히 기록하면서 실적에 기여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호텔농심의 지난해 매출 269억 원 중 44.89%인 121억 원이 급식 사업부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다른 사업부가 부진하면서 최근 급식 사업부 비중이 높아졌다.
농심은 핵심 사업인 호텔업에 집중하고 경영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해 급식 사업부를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급식 사업부의 좋지 않은 재무 상황도 매각 결정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호텔농심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급식 사업부의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4억 9100만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농심이 일감 몰아주기 부담에 선제적으로 사업 부문을 정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020년 말 시행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기업이 기존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오너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인 계열사’에서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오너 일가 지분율이 20%가 넘는 계열사와 그 계열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확대됐다.
농심은 최근 자산 5조 원을 넘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정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도 포함됐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액이 200억 원이 넘거나 전체 매출 대비 12% 이상이면 규제 대상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호텔농심의 지난해 매출 269억 원 중 45.49%인 122억 원이 농심 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메가마트 지분 56.14%를 갖고 있고, 메가마트가 호텔농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호텔농심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또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12%가 넘어 규제 기준도 충족한다. 다만 해당 조건을 충족한다고 무조건 일감 몰아주기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할 때’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호텔농심 객실 사업부가 (주)농심에 편입되고, 급식 사업부를 외부에 매각함으로써 당분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농심은 조 단위의 연 매출을 기록하는 반면 호텔농심의 매출은 수백억 원에 불과해 전체 매출 대비 12%가 넘지 않기 때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호텔 운영난이 지속돼 인수한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를 의식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거래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부 해결되는 효과로 이어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농심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으로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전망한다. 농심그룹은 이미 신동원 (주)농심 회장이 식품사업, 신 회장의 동생인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과 신동익 부회장은 각각 화학사업과 유통사업을 맡는 것으로 역할이 구분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익 부회장은 이미 메가마트 등 유통 업체를 단독으로 소유해 사실상 계열이 분리된 상태”라며 “신동원·신동윤 회장은 본인이 경영을 맡은 업체의 지분율을 높이면서 순차적으로 계열분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급식 사업부 인수한 브라운F&B에 눈길
호텔농심 급식 사업부를 인수한 브라운F&B에도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브라운F&B는 인력 공급 업체 삼구INC의 증손회사다. ‘삼구INC→나사산업안전→클리어존→브라운F&B’로 지배구조가 이어진다.
삼구INC는 1983년 농심과 인력공급 계약을 체결한 후 40년 가까이 인연을 맺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구INC는 2013년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쓰리에스포유를 인수하기도 했다. 쓰리에스포유는 농심그룹의 건물 관리를 맡았던 업체로 당시 고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과 그의 두 딸인 박혜성 씨와 박혜정 씨가 쓰리에스포유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었다.
삼구INC의 최대주주는 구자관 씨다. 구 씨는 삼구INC에서 회장이나 대표이사 대신 ‘책임대표사원’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구자관 책임대표사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IMI 조찬경연 회장,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수석부회장 등을 맡으면서 재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구INC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 3099억 원, 영업이익 105억 원을 기록하는 등 조 단위 매출을 거두고 있다. 영위하는 사업도 인력공급, 물류관리, 해외배송대행 등 다양하다. 이번에 호텔농심 급식 사업부까지 인수함으로써 삼구INC의 사업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본잠식 상태인 사업부를 굳이 인수한 것을 두고 삼구INC와 농심의 오랜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농심과 브라운F&B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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