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앞두고 윤핵관과 당 주도권 다툼…‘연말 퇴진시킨 후 조기 전대’ 시나리오도 솔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1 지방선거를 승리하자마자 ‘혁신위원회’를 띄웠다. 혁신위원장에는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을 내정했고, 혁신위원 9명은 당 최고위원들이 1명씩 추천한다. 1호 혁신위원으로는 전남 순천갑 원외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천하람 변호사가 확정됐다. 혁신위는 ‘당 조직 정비’ ‘공천시스템 개선’ ‘당원 자질 향상’ 등 세 축의 개혁 과제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대표는 정당 대표단 자격으로 6월 3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대표단은 국민의힘 정동만 김형동 허은아 박성민 태영호 의원,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으로 구성됐다. 러시아 침공 이후 아시아 정당 대표단이 우크라이나 현지로 날아간 것은 이 대표가 처음이다. 대표단은 민간인 학살이 발생한 부차와 이르핀 지역 등을 찾았다. 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면담하고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 실질적 교류와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준석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당 중진들이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그 선봉에 5선 당내 최고참 중진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이 섰다. 정진석 의원은 6월 6일 자신의 SNS에 “이번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당의 취약점, 치부를 가까이서 들여다봤다. ‘사천’ ‘짬짬이’ 공천을 막기 위한 중앙당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며 “그 와중에 이준석 대표가 제대로 중심을 잡았느냐.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한 언론을 통해 ‘당협 쇼핑’의 구체적 사례로 정미경 최고위원을 공개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 하는 수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의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다.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 하는 외교 분야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며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대해 “외교·안보·국방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긴밀한 당정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혁신위와 관련해서는 “(구성과 논의 대상 등에 대해) 좀 더 많은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대표를 흔들려는 의도로 읽는다.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당권에 대한 여러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자진사퇴 이후 유학설,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 등이 오르내린다. 이준석 대표 임기는 내년 6월로 아직 1년이 남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대표의 임기가 1년이 넘게 남았는데 당권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며 군불이 지펴지고 있다. 이는 이준석 대표를 흔들기 위한 정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준석 대표를 비판하는 인물들을 보면 그 중심에는 ‘윤핵관’ ‘친윤 그룹’이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했으니 이제 이준석 대표를 몰아내고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당 개편을 추진하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핵관과 이준석 대표가 대선 기간부터 껄끄러운 관계였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친윤 진영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비토 견해를 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양측의 전략적 제휴엔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이 대표의 혁신위 출범을 두고도 친윤 그룹의 ‘당대표 흔들기’ 움직임에 대응한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으뜸당원 육성과 공천시스템 개혁을 통해 권력 투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6월 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제 내 머릿속에는 내년 4월 전북 전주을(이상직 전 의원) 재선거까지 이겨 ‘역대급 당대표’가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나는 당연히 임기를 채울 것”이라며 조기 사퇴론을 일축했다.
변수는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한 품위유지 위반’에 대한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결과다. 윤리위는 6월 24일 회의를 열고 이 대표 징계 안건을 심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성상납을 받지 않았고, 김철근 정무실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적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비위 사실이 없기에 징계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더 나아가 당 윤리위를 향해 공개회의를 요구하며 정면 돌파를 각오하는 모습이다.
당초 당 안팎에서는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이나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의 주장만으로 대표를 징계할 수는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앞서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당내에서도 기류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윤리위가 이 대표를 징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있다”고 귀띔했다.
윤리위는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와 별개로, 당의 품위를 훼손했는지에 초점을 두고 징계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유무죄 여부와 상관없이 일련의 의혹 자체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리위는 이양희 위원장을 포함해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징계안을 두고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표결을 한다. 위원회 과반인 5명 출석에 3명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윤리위가 내리는 징계 수위는 제명·탈당 권고·당원권 정지·경고 등 4단계다. 이 대표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경고 처분만 받아도 당대표직이 흔들릴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핵관들이 당장 이준석 대표를 몰아내고 당권을 되찾아오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궐위된 당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미만일 경우 원내대표가 그 직을 승계하고, 6개월 이상이면 임시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를 뽑되 임기는 전임 대표의 잔여 임기만 맡기로 돼있다.
따라서 이 대표가 만약 6월 말 징계를 받고 직에서 물러난다면, 새로 뽑힐 지도부 임기는 내년 6월까지가 된다. 그럼 새로 뽑힌 당대표는 핵심인 2024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이 대표의 사퇴 시점을 잔여 임기가 6개월 안으로 줄어드는 연말 이후로 조정, 조기 전대를 통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안이 당 안팎에 돌고 있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 친윤 그룹이 이준석 대표를 흔드는 이유는 이 대표가 권력 투쟁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섰고, 당내 내홍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대표가 혁신위 출범 등으로 먼저 치고 나갔기 때문에 윤핵관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바로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겠다는 게 아니라, 이 대표를 흔들어서 윤핵관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차기 당권은 자신들이 반드시 가져가겠다는 의사 표시 정도일 것”이라며 “또한 지금은 민주당이 ‘책임론’ 공방으로 지리멸렬 내분에 빠져있다. 따라서 이 타이밍에 이준석 대표를 흔들어도 민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대표와 친윤 그룹의 갈등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대표를 징계를 통해 찍어낼 수도 없는데 윤핵관들은 묵은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 과연 윤핵관은 윤 대통령과 ‘이준석 흔들기’와 관련해 사전에 교감이 있었겠느냐”며 “정진석 의원이 이준석 대표에게 ‘자기정치’한다고 비판하는데, 정진석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금 ‘자기정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 과연 이준석 대표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
[단독인터뷰] 명태균 부인 “이준석 때문에 우리 일상 다 망가져”
온라인 기사 ( 2024.11.21 18:56 )
-
‘윤석열 OOO 단속도 못해서…’ 한동훈 가족 이름 국힘 당원게시판 글 파문
온라인 기사 ( 2024.11.15 21:34 )
-
‘검사 출신’ 김웅, 이재명 유죄 판결문 해석 눈길
온라인 기사 ( 2024.11.15 1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