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전파’ 언론보도가 원인, 성소수자 혐오로 이어져…‘1호 감염’ 공포증도 확산
#‘또 동선 공개되나…’ 공포
WHO는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팬데믹으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전문기관과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도 원숭이두창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의 치명률은 3~6% 정도로 알려졌지만 서아프리카 등 풍토병 지역의 의료체계 수준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비풍토병 지역에서는 치명률이 1% 안팎으로 알려졌으며 WHO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유럽 등 비풍토 지역에서 원숭이두창에 의한 사망 보고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사실상 공기 전파가 가능한 코로나19 같은 폭발적인 전염력을 갖춘 바이러스도 아니다.
문제는 코로나19처럼 대유행을 하진 않을지라도 국내에서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원숭이두창 1호 확진자’가 될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1호 확진자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당연히 신상이 공개되진 않겠지만 동선은 공개될 수 있고, 주위에서는 알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손을 중심으로 전신에 퍼지는 수두 유사 수포성 발진이 주된 증상이라 주위에서 감염 여부를 눈으로 알아볼 수도 있다. 게다가 오미크론 1호 확진자의 경우 지인과 접촉한 사실을 숨겨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성소수자 낙인효과 우려
아직 전세계가 원숭이두창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그런 까닭에 과도한 걱정으로 인한 포비아는 물론이고 혐오까지 조장하고 있다. 특히 과학적 근거 없이 '성소수자 간 접촉으로 인해 원숭이두창이 전파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지적받고 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UN·유엔 에이즈 대책 전담 기구)이 원숭이두창 감염 관련 일부 보도가 인종차별적이고 동성애 혐오적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치명률과 전염력 등은 팬데믹으로 발전할 만큼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원숭이두창이 일반 시민들에게 더 공포로 다가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원숭이두창은 성병은 아니다. 그렇지만 성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도 있다. 이는 일반 감기나 코로나19 등 대부분의 바이러스 질환의 공통점이다. 그럼에도 초기 성병처럼 잘못 알려진 계기는 유럽에서 시작된 원숭이두창 유행이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열린 파티에서의 성소수자들의 성접촉으로 시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단순한 전파 경로로 의미를 가질 뿐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맥킨타이어 교수는 “바이러스가 남성 동성애 집단에 유입되고 계속 퍼진 것은 우연”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원숭이두창 확진자를 무조건 성소수자일 것이라고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가 연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5월에 불거진 ‘이태원 집단 감염’ 발생 당시 확진자가 성소수자가 주로 방문하는 클럽에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소수자들을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가 감염 의심자들의 코로나19 진단 검사 기피를 유발하면 감염 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가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원숭이두창 1호 감염자에 대한 포비아와 함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글이 자주 눈에 띈다.
#확산 막는 것만큼 중요한 혐오 차단
만일 실제 성소수자들의 파티에서 유행이 시작됐을지라도 성병이 아닌 터라 감염자와의 밀접 접촉 등을 통해 누구에게나 감염이 가능하다. 여름 휴가철에는 다양한 축제와 파티가 많아 유행 규모가 더 확산될 수 있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사무소장은 “여름철 사람들이 축제와 파티를 위해 모이는 만큼 감염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렇지만 원숭이두창 확산 때문에 올여름 개최될 예정인 성소수자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기피할 필요는 없다는 게 WHO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힘겨웠던 것은 전염병 그 자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한 각종 혐오와 괜한 포비아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경우 여러 종교 단체에서의 집단 확산이 이단 논쟁으로 이어졌다. 앞서 언급한 이태원 집단 감염으로 인해 성소수자에 대한 비난과 혐오, 각종 음모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직 국내에는 확진자나 의심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아직 28개국에서 1000건 정도의 확진 사례만 보고된 상황이지만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각종 포비아와 혐오, 음모론 등이 나오고 있다.
아직 원숭이두창이라는 새로운 전염병에 대해 전세계는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 WHO 역시 “관련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원숭이두창이 전세계에 던진 한 가지 화두는 분명하다. 새로운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괜한 혐오를 차단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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