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차량 탑승자 탈출 못해 설왕설래…제조사마다 문 개폐 방식 달라 소방대원·소비자 혼란
지난 6일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1시쯤 부산 강서구 남해2지선 고속도로 서부산요금소에서 경남 창원 방향으로 달리던 아이오닉5 전기차가 충격 흡수대를 들이받으면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은 15분 만에 꺼졌으나 30대 운전자 A 씨와 40대 여성 동승자 B 씨가 차 밖으로 탈출하지 못하고 숨졌다.
아직까지 사고 원인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밝혀진 건 없다. 경찰은 현재 탑승자 2명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를 했으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8일 “화재로 블랙박스 등 증거 대부분이 소실된 상태라 전문가 의뢰를 맡긴 상황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화재뿐 아니라 탑승자가 차량 내부에서 사망한 원인에 대해서도 최대한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탑승자가 탈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전기차를 비롯한 신차에 반영되고 있는 전자식 도어핸들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자식 도어핸들은 차량 문의 손잡이가 자동으로 나왔다가 들어가는 식이다. 주행 중 공기 저항을 줄여준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신차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력이 끊기는 등 비상 시엔 밖에서 문을 여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식 도어핸들 문제가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2020년 12월 발생한 사고다. 당시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한 최고급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테슬라X가 벽과 충돌하며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운전자였던 대리기사 C 씨는 소방대 도착 전 차에서 빠져나왔으나, 차주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소방대는 문의 개폐가 배터리에서 전원을 공급받아 전자식으로 이뤄지는 도어핸들 탓에 차주 D 씨를 구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번에도 전자식 도어핸들 때문에 탑승자 구조에 애를 먹은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대차 관계자는 “아이오닉5 내부 도어핸들은 수동으로 열 수 있어 방전돼도 탈출이 용이하다. 게다가 충돌과 함께 에어백이 나올 경우 외부 도어핸들의 잠금이 자동으로 해제돼 도어에 내장된 핸들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넥쏘, 기아차의 EV6 제네시스 브랜드의 GV60, G90도 모두 같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나오는 추측과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더욱이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자동차규칙)’에 따르면 ‘충돌 후 문의 잠금장치는 해제’돼 있어야 하며, 차량 충돌 시 승객 보호 기준에 따라 ‘충돌 후 모든 승객이 공구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좌석 열당 1개 이상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 완성차 제조업체들도 이 규칙에 따라 탑승자가 내부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내부 도어핸들을 기계식으로 하거나 비상 수동 개폐 래버 등을 마련해놓고 있다. BMW의 전기차 iX나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S클래스의 경우 외부 도어가 전자식과 기계식이 혼용돼 문제 발생 시 자동차 키로도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도 사고가 발생하면 도어핸들에 대한 문제나 의혹들은 여전히 제기가 되고 있다. 이는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전자식 도어핸들을 도입한 것이 비교적 최근인지라 대중적이지 않은 탓이 크다. 또 제조사마다 충돌 시 문의 개폐 방식이 다르다 보니 차주가 아니라면 전자식 도어핸들 조작 방법에 익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테슬라는 모델마다 차량 개폐 방식에 차이가 있다. 모델 3의 경우 전면 도어에는 창문을 열고 내리는 버튼 앞에 있고, 후면 도어에는 포켓 내부에 있다. 모델X의 경우 후면 도어는 스피커 그릴을 해제한 후 케이블을 잡아당겨야 한다. 다만 방전, 충돌 등 사고 시 외부에서 테슬라를 열 방법은 여전히 없다.
한 소방대원은 “전자식 도어핸들의 경우 손잡이가 도어 안으로 들어가 있는 차량도 있어 사고 시 핸들을 당길 수 없기 때문에 일반 도어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의혹과 추측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전기차가 많이 보급됐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런 것들을 하나둘 빨리 해소하면서 대중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이에 대해 더 강조하고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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