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의원은 비교적 계파의 색채가 옅은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우 의원은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도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586 용퇴 주장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586의 맏형 격인 우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현재 상황이 워낙 ‘비상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은 큰 호소력을 가지지는 못할 듯싶다.
이번 민주당 비대위를 둘러싼 관전 포인트는 선거에서 세 번이나 연거푸 패배한 민주당을 혁신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유감스럽게도 혁신은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비대위의 역할은 혁신보다는 친명과 반명 간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친명과 반명의 갈등의 중심에는 전당대회가 있다. 전당대회는 8월에 실시하기로 돼 있지만, 친명 쪽에서는 전당대회 시기가 이보다 빨라지기를 원하는 것 같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현재의 주류인 친문에게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명 측은 본래대로 전당대회를 8월에 열자는 입장이다.
전당대회 룰도 문제다. 현재 민주당의 규정에 의하면 당 대표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국민여론조사 10% 그리고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합산한 결과로 선출되게 돼 있다. 그런데 친명 쪽에서는 권리당원의 비율을 높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대거 입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명 측의 주장대로 권리당원 비율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현재 민주당의 당규에 의하면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당원들만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개딸들의 입당 시기가 늦기 때문에 이런 규칙을 적용하게 될 경우, 상당수의 개딸들이 투표권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친명 측은 현행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만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면 투표권을 갖는 것으로 개정하자고 주장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주류이자 반명인 친문 측은 현행대로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당의 권력구조 문제까지 쟁점이 되고 있다. 친명 측은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자는 입장인 반면, 친문-반명 측은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재명 의원이라는 뚜렷한 구심점이 있는 친명 측은 단일지도체제를 선호하는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아직까지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반명 측은 집단지도체제를 원하는 것이다. 또한, 반명-친문 측은 이재명 의원의 원톱인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집단 지도체제를 선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친명과 반명의 대립과 갈등은 쉽게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립과 갈등의 기저에는 차기 당권이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상대에 대한 공천 학살이 자행될 수 있다는 불신과 두려움이 존재한다. 즉, 상대방이 당권을 가져갈 경우 본인들의 정치 생명은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의 해법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우상호 비대위는 바로 이런 난제를 갖고 출발하는 것이다. 우상호 비대위가 이런 난제를 풀지 못할 경우 당연히 갈등은 극에 달할 것이고, 결국 ‘분당(分黨)’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사를 볼 때, 선거 패배 책임론 공방의 끝은 분당이었던 경우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사 분당이 된다고 하더라도 분당은 단기적 현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분당 이후에 다시 합당을 하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파국은 피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기에 우상호 비대위는 최선을 다해 난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우상호 비대위의 정치력은 혁신의 성공 여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갈등 극복 여부에 따라 평가받을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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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