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원기업·신한에디피스 등 오너 일가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지적…BYC “규정에 맞게 운영”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법원에 BYC 이사회 의사록 열람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에 최근 5년간 이사회 의사록 열람 요청서를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고, 이에 법원에 열람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지분 8.13%를 가진 2대주주로 지난해 12월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주식 목적 변경 이유에 대해 “BYC 주주로서 좀 더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계열사가 오너 일가 개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지적한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오너 일가 소유 기업들과의 내부 거래가 BYC 실적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사회 의사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제원기업은 일감 몰아주기로 지적받는 대표적인 BYC 계열사다. 제원기업은 BYC 건물 관리 용역을 담당하는 회사로 한석범 BYC 회장의 장녀 한지원 신한방 이사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원기업의 2021년 매출 128억 원 중 절반가량인 56억 원이 BYC 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
BYC 부동산 관련 사업에 제원기업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부동산 사업은 BYC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BYC는 올해 1분기 106억 원의 임대 수익을 거뒀다. BYC 전체 매출 358억 원 중 약 3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BYC가 올해 1분기 임대 사업으로 벌어들인 순이익은 39억 원으로 의류 부문 순이익(10억 원)보다 많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에 효율적인 부동산 활용도 촉구하고 있다. BYC의 자산총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6854억 원이고, 이 중 투자부동산이 4768억 원이다. 하지만 BYC는 1983년 이후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투자부동산의 가치를 1조 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논란이 되는 BYC 계열사는 또 있다. 신한에디피스는 BYC의 상품을 매입한 후 이를 신한방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석범 회장의 장남 한승우 BYC 상무는 신한에디피스 지분 58.34%를 가진 최대주주고, 나머지 지분은 한석범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신한방의 경우 한석범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에디피스는 지난해 BYC로부터 20억 4985만 원 어치의 상품을 매입했고, 신한방은 신한에디피스로부터 19억 3061만 원 규모의 상품을 매입했다.
이 밖에 부동산 임대 업체인 백양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받는다. 백양의 최대주주는 한석범 회장의 누나 한지형 씨로 지분 29.4%를 갖고 있다. 백양의 지난해 매출 18억 3168만 원 중 37.65%인 6억 8969만 원이 BYC 계열사로부터 발생했다. 이처럼 높은 내부거래 비중은 BYC 오너 일가를 위한 것이고,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장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문제 제기가 BYC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한석범 회장과 그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BYC 지분은 63.14%로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ESG가 최근 재계의 화두인 만큼 BYC로서도 세간의 지적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BYC의 ESG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자산운용보고서를 통해 “BYC에 대해 경영 참여형으로 투자목적 변경공시를 진행했고, 투자목적에 상응하는 주주활동을 진행 중에 있다”며 “BYC 외에도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주주활동을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BYC로서도 지분 승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BYC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18.43%의 신한에디피스고, 2대주주는 지분율 10.55%의 한승홀딩스다. 한승우 상무는 신한에디피스와 한승홀딩스의 최대주주고, 개인적으로도 BYC 지분 3.63%를 갖고 있다. 한 상무의 BYC 지분율은 사실상 32%가 넘는 셈이다.
하지만 BYC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요구에 미온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트러스톤자산운용도 BYC 경영진과 비공식 대화를 통해 문제점 개선을 요구했지만 BYC 측이 성실하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BYC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트러스톤자산운용과 BYC는 가끔 전화만 주고받는 정도의 사이로 안다”며 “BYC가 트러스톤자산운용과의 정보 공유는 자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ESG의 중요성은 공감하겠지만 소액주주의 요구를 한두 번 들어주면 나중에는 더 큰 요구가 들어올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대기업보다는 적당한 규모의 중견기업 오너들이 소액주주에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행보에 대해 BYC 한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 규정에 맞게 적합한 운영을 해왔다”며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행보에 대해서는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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