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인천지역 출마 대의명분 없어…1기 때는 빚 갚느라 24시간 모자라, 이젠 세계 초일류 도시로”
6월 1일 지방선거가 끝난 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뜻밖의 타이틀을 얻었다. ‘멀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정치인’이었다. 트리플 크라운은 경마에서 비롯된 스포츠 용어다. 한 해에서 가장 중요한 경주 3개를 모두 우승한 이에게 붙여지는 타이틀이었다. 정치권에선 임명직인 장관, 선출직인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을 모두 역임한 이력이 있는 경우를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관료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유 당선인은 김포군수와 인천 서구청장, 김포시장 등을 거쳐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여의도에 입성했다. 17~19대 국회에서 3선했다. 그 사이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박근혜 정부에서 안전행정부 장관을 거쳤다. 2014년엔 지방선거에 출마해 인천시장에 당선됐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다시 한번 인천시장에 당선되면서 트리플 크라운에 해당되는 조건을 2번씩 만족시키는 ‘멀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일요신문은 6월 14일 인천시장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유 당선인을 만났다.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에서 2연패를 딛고 다시 인천시청으로 돌아오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송도의 현재와 미래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있다.
“송도는 국제도시이자, 새로운 도시다. 외견상으로 좋게 보이는 것보다 앞으로 속을 알차게 만드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그게 내 과제 중 하나다. 단순하게 아파트만 짓는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적인 기능을 갖춘 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아직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다. 송도가 비즈니스 타운으로서 미래를 선도하는 문화 공간이 돼야 하고, 청년들의 싱크탱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4년 전 박남춘 인천시장에 패했지만 이번에 설욕했다.
“인천 시민들께서 일 잘하는 시장으로 판단한 것이 승리 요인이 아닐까. 시민들께서 후보의 도덕성과 정책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선택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집권 여당 후보로서 윤석열 대통령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며 주요 현안이나 발전 방안을 적기에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도 주요한 승리 요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소중한 선택을 해준 인천시민을 바라보며 달릴 일만 남았다.”
―경쟁자였던 박남춘 인천시장뿐 아니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발 ‘명풍(明風)’과도 싸워야 했다.
“대선주자였던 이재명 의원의 인천 소재 지역구에 등판한 것이 인천시장 선거 판세 자체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본다. 그의 출마에 대의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천시장 선거는 누가 배경이냐를 보는 선거가 아니라, 어떤 후보가 인천시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느냐를 고르는 선거다. 이런 부분들을 시민들이 충분히 판단하신 것이라 생각한다.”
―박남춘 인천시장의 시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성과가 매우 아쉬운 4년이었다. 내가 시장에 재임할 당시에 이룬 인구 300만 도시, 대한민국 제2의 경제도시, 세계 1위 안전도시 등 성과가 박남춘 시장 임기 4년 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박 시장이 인천에 추가 조성한 수도권 매립지와 관련한 이슈를 해결하고 인천을 제2의 경제도시로 다시 도약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전국단위 선거에서 2연패했다. 어떤 심정으로 4년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4년이란 시간이 되레 약이 된 것 같다.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됐고, 순수하게 시민으로서 삶을 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차를 몰고도 다녀보고, 대중교통도 이용하는 등 시민들과 호흡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현실을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4년의 시간을 거친 만큼 1기 유정복과 2기 유정복은 달라질 것 같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정치적 가치관이나 철학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4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 있게 배려하고 생각하는 방법이 바뀐 것이라고 본다. 지난 임기에선 하루 12억 원 채무 이자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일을 시작했다. 인천이 마주한 여러 당면 과제를 처리하는 데에 24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이제는 인수위 과정부터 시민들과 함께 인천의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데 집중할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겠다.”
―대선 때 인천에선 이재명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보다 강세를 보였다. 이번엔 결과가 달랐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인천시장 선거에도 투영된 것이라고 본다. 국민이 윤석열 정부 성공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집권 여당 소속 인천시장으로서 각종 규제와 예산 문제를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해결할 것이다. 인천 현안 해결에 주력할 것이다.”
―향후 시정에 있어 최우선순위 과제는 무엇인가
“미래창조다. ‘미래를 준비하는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인천시는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과감히 얘기할 수 있다. 무한한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춘 도시다. 시민에게 미래 희망을 드리고 지역 발전을 앞당기겠다. 시민이 행복한 세계 초일류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다.”
―‘멀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면서 일각에선 향후 대권을 노릴 만한 스펙을 완성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 타이틀에 큰 신경을 쓰진 않는다. 국민과 시민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을 할 뿐이다.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큰 정치적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인천의 꿈을 키워나가는 데 집중하겠다. 인천시장 유정복이 아닌 ‘친구 정복이’로 함께할 예정이다. 훗날 ‘사심 없이 일한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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