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공론의 장 성장, 실시간 여론조사 등 수익모델…2024년 한국 총선·미국 대선서 ‘역할’ 목표
#부친 덕분에 인연 깊은 ‘정치’로 창업
1980년생인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는 부친 영향을 받아 유년 시절부터 정치와의 인연을 쌓았다. 유 대표 부친은 2011년 별세한 고 유지준 전 자민련 금천구 지구당위원장이다. 유 전 위원장은 군부 독재 정권에 저항하며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인물이다. 1975년 봄 연세대 전교생 8000명과 교수·교직원이 모두 시위할 당시 총학생회장이 유 전 위원장이었다.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들을 복직·복학시킨 박대선 전 연세대 총장이 문교부(현 교육부) 압박으로 물러난 것이 시위 배경이었다. 시위 참여자는 모두 해직·제적을 당했고 유지준 총학생회장 등 3명은 구속까지 됐다.
유호현 대표는 “제가 학생 때 아버지께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실 때마다 도와드렸다. 그 과정에서 선거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밖과 안이,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걸 피부로 체감했다”며 “정치의 꿈을 꾸진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생각을 나타내고 소통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우린 이렇게 왔다’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등의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유호현 대표는 연세대에서 영문학과 문헌정보학을 복수 전공한 뒤 미국 유학을 떠났다. 위스콘신대 대학원에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정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텍사스주립대학에서는 정보 검색 관련한 박사 과정을 밟았다. 그러던 중 글로벌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업체 트위터가 비즈니스 인맥 플랫폼인 링크드인에 올려놓은 유 대표 프로필을 보고서 영입을 제안했다. 이를 수락한 유 대표는 글로벌 IT 산업의 요충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트위터에서 3년, 숙박 공유 서비스 기업 에어비앤비에서 4년을 일했다.
유호현 대표는 “트위터가 영어와 한국어를 잘하는 엔지니어를 2년간 찾아다녔다. 그러다 저를 발견해서 입사를 제안해왔다”며 “처음엔 박사 과정을 2년 6개월이나 했으니까 거절하려고 했다. 그런데 미국 친구들이 학교는 언제든지 올 수 있다며 제안을 놓치면 안 된다고 조언해줬다. 덕분에 2013년부터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 데이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는 시련을 겪으며 탄생했다. 에어비앤비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자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20년 5월 유호현 대표가 있던 신사업팀도 사라지면서 정리해고를 당했다. 이후 고민 끝에 본업과 별개로 진행해왔던 사이드 프로젝트 ‘옥소폴리틱스’를 제대로 키워내서 창업을 해보자라고 결심했다. 유 대표는 옥소폴리틱스를 2018년 말부터 제작해 2019년 11월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2020년부터 성장세를 보였고, 당해 8월 퓨처플레이와 해시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6월 기준 총 누적 투자액은 27억 5000만 원이다.
유호현 대표는 “실리콘밸리는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이런 구조를 한국 정치에 접목하고 싶었다. 대표적으로 대통령이 시민들과 함께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 정치에서 패키지딜을 자주 볼 수 있다. 당리당략에 의해서 통과시켜 주고 당론에 따라 투표한다.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해나가기 어렵다”며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가 ‘스타트업은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것인데, 정치는 많은 고통을 주고 있음에도 어떠한 스타트업도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신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다양한 여론을 데이터로 제시
옥소폴리틱스는 다양성을 존중하며 마음껏 정치적 소통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이자 플랫폼이다. 정치‧사회 이슈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쉽게 OX로 응답하고, 모든 사람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시각적인 데이터로 투명하게 보여준다. 실례로 진보부터 보수까지 정치 성향을 호랑이(강경 진보), 하마(중도 진보), 코끼리(중도), 공룡(중도 보수), 사자(강경 보수) 등 5단계로 표현하고 있다. 오늘의 질문, 커뮤니티, 톡방 등은 누구나 정치를 수월하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총 회원 수는 17만 6000명, 월 방문자가 16만 명에 달한다.
유호현 대표는 “세상을 좌우로 나누는 게 아니다. 다양한 의견이 많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체제로는 다양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데이터와 다양성을 기반한 대의 제도가 필요하다”며 “특히 네이버에는 보수, 카카오의 다음에는 진보 성향인 사람들이 모여서 소통하며 상대방을 혐오하고 불신하며 좌우 간의 소통이 원천 차단됐다. 그런데 옥소폴리틱스는 2년 만에 좌우가 함께하는 정치 커뮤니티를 구축하며 공론의 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혐오와 적대, 편향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소폴리틱스는 게시판을 통해 사용자와 소통하며 각종 의견을 데이터화 한다.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청할 수 있게 해야 할까요’, ‘이준석이 국민의힘을 잘 이끌고 있나요’, ‘이명박 사면 이야기 나오는데 동의하세요’, ‘음주운전한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해도 될까요’ 등이 현재 게시판에 올라온 안건이다. 사용자들은 성별, 연령대별 등의 응답 데이터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옥소폴리틱스는 이런 정치 데이터를 토대로, 내년에는 여론조사 기관으로 등록할 계획이다. 옥소폴리틱스는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특히 정치인, 정당, 언론기관 등에서 유료로 여론조사를 요청할 수 있는 ‘옥소폴리틱스 프로 버전’을 출시해 수익을 낼 예정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거 컨설팅 등으로도 사업을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유호현 대표는 “기존의 여론조사는 랜덤으로 진행돼 정확할 순 있지만, 왜 그 응답을 했는지를 알 수 없다. 언론과 정치권에선 수치를 바탕으로 온갖 해석을 들이민다”며 “저희는 복잡다단한 정치 현상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실례로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42년 만에 한미 ‘미사일 지침’을 완전히 종료했다. 그 전주에 공룡, 사자 등의 보수층 74%가 문재인 대통령 못한다고 응답했지만, 미사일 지침 종료 이후 공룡과 사자의 76%가 문재인 대통령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실시간으로 보수층의 지지율 판이 뒤집힌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옥소폴리틱스는 2024년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에서의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호현 대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치인 컨설팅, 여론조사 등을 할 것이다. 특히 입법, 행정, 사법에 영향을 끼치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것”이라며 “미래에는 정치뿐만 아니라 학교, 지역, 기업 거버넌스 플랫폼으로서 역할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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