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경찰 도구화되면 검찰보다 무서운 권력 된다”
―국회 첫 입성이다. 당선 소감 부탁드린다.
“고향에 다시 돌아왔다. 지지해주시고, 또 선택해주신 충남 서천·보령 유권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윤석열 정부 성공에 힘을 보태주신 것이자, 지역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진정성 있는 정치로 보답하겠다.”
―30년간 지역에서 활동한 나소열 민주당 후보를 이긴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상대 후보는 그만큼 기존 정치에 익숙한 분이다. 앞으로 지역과 오래 함께하면서 지역 발전을 책임질 수 있는 새 정치인을 선택해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당선인과 시장 군수 등 여러 국민의힘 후보들이 한 팀이 돼서 움직였던 것도 큰 힘이 됐다.”
―판사 재직 시 국회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안다.
“2018년 법원에서 국회로 파견됐다. 국회에서 자문관으로 2년간 일했다. 체계·자구 심사 등 법률 전문가로서 자문을 해주는 일이다. 사법부 역할이 나 있는 길을 잘 닦고 깨끗하게 하는 거라면, 입법부는 없는 길을 개척한다. 힘들지만 꽤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문관 신분으로 바라본 국회는 어땠나.
“일반적으로 국회의원들을 보면 싸우기만 하고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곁에서 보니 생각보다 일을 많이 했다(웃음). 정치인들이 싸우는 건 맞지만, 결국 국민들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당선 시켜준 주민들을 위해 싸우기도 하고, 어떨 때는 당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위해 싸웠다.”
―사법시험, 행정고시 2관왕이다.
“1991년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2001년 사법시험에 붙었다. 딱 10년 돌았다. 본래 법조인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학부 시절 법대가 아니라 사범대(불어교육학과)에 진학했다. 공직에 있어야겠다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어서 행시 공부를 했지만 법조인에 미련이 있었다. 그때 느낀 게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처음부터 대학 1년 더 재수했으면 더 일찍 법조인이 됐지 않았을까.”
―행정부와 사법부를 거쳐 이제 입법부로 왔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최선을 다한 것들이 모아져 나중에 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방향이 틀어졌다고 실망할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한다. 그 모든 것들이 쌓여서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기기도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에 다 도움이 됐다.”
―어떤 상임위를 원하는지 궁금하다.
“1순위 농해수, 2순위 국토위다. 농어민이 많은 우리 구민들을 위한 선택이다. 임기가 2년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김태흠 당선인의 의정 활동을 연속적으로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 김 당선인 역시 농해수 위원장이기도 했다. 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 국토위도 좋겠다.”
―충남 보령·서천에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면 지역 경제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과 인재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서천·보령은 서울, 대전 등으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진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장항선 복선전철 조기 완공 △동서고속도로 건설 등 지역 교통인프라 구축에 집중할 것이다. 또 보령·서천은 해양관광, 특히 서천은 생태관광 브랜드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계획 중인 1호 법안은.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안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조인 출신인 만큼 공수처 등 검찰개혁안 개정에 힘쓰고자 한다.”
―공수처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야당의 견제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공수처장을 임명하게 돼 있다. 공수처장 임기가 끝날 때 민주당이 다수석을 가지고 있다면, 민주당은 야당의 견제가 있는 상태에서 공수처장을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을 또 만들 것이다. 결국 민주당이 공수처를 만들었던 이유는 권력 유지와 방탄용이었다. 이런 공수처가 제 기능 하기를 바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어떤 방향으로 개정할 것인가.
“공수처 전면 폐지로 갈 것인지,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정할지는 당과 상의해야 한다.”
―대선, 지방선거 등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했다. 민주당은 왜 졌을까.
“정치 역사를 보면 이기는 쪽이 잘해서가 아니라, 참패한 쪽이 잘못해서 그렇다. 다수 의석을 가지고도 민심과 늘 반대 방향으로 달려온 것이 원인이라 생각한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역시 민심과 멀어지는 계기였다. 그 법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당과 본인들만 생각하고 왔다.”
―검수완박 과정은 어떻게 봤나.
“검찰보다 경찰 조직이 더 방대하고 숫자가 훨씬 더 많다. 경찰 권력을 도구로 만든다면 경찰은 검찰보다 훨씬 더 무서운 조직이 된다. 통제와 견제? 어렵다. 그 칼끝이 공수처나 민주당으로 돌아갈 때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것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령, 총리령 등 법률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될 시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국회 패싱 방지법’을 대표 발의해 논란이다.
“행정부에서 만드는 명령이나 규칙은 당연히 상위 법률에 위반되면 안 된다. 포괄위임금지원칙과 명확성원칙이라는 입법의 원칙이 지켜지면 애초에 행정부의 권한남용 소지가 적어진다. 만약 행정부에서 명령이나 규칙을 상위법과 저촉되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그 명령 규칙의 적용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 역시 다 마련돼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문제점을 제거하기 위해 법이 아니라 행정부에서 만든 규범을 고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만든다면 문제의 근본은 해결하지 못하고 삼권분립의 기본이 훼손되어 결국은 그로 인해서 입법부의 독재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여당 혁신위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류할 의사가 있나.
“공식적인 제안이 아니었다. 판사 시절 인연이 있는 최재형 의원이 당선 축하 전화를 주셨을 때 혁신위에서 일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하셨다. 하지만 전 초선에다, 임기도 얼마 안 남았다. 선거운동을 한 달도 채 못해 지역주민과 접촉면도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상임위 배정 후에 국감도 시작될 텐데, 적응이 필요한 시기라 혁신위 합류 의사는 아직까지 없다.”
―혁신위 성공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위원회 구성이 중요하다. 의견 수렴을 다양하게 받고, 객관적인 의견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의 혁신위는 당의 미래를 위해서 뼈를 깎는 과정이 필요하다. 위원장이나 혁신위를 주도해가는 분들과 친분이 있는 분들로 혁신위가 구성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 혁신위를 두고도 ‘이준석 대표 사조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당내 갈등으로 비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우리가 민주당보다 공천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내에서 혁신위 의도에 대해 갈등 상황으로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최근 친윤계 모임인 ‘민들레’로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어떤 의도가 됐든 국민들이 밖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속도 조절이든 재검토든 주의 깊게 나갈 필요가 있다.”
―출범 한 달이 넘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처음에 청와대 이전 문제가 논란이 되는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단력 있게 공약을 추진해 나가는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앞으로 국정에 대한 비판이 있을 때 ‘민주당 너네도 이러지 않았느냐’, ‘너희들은 더하지 않았느냐’ 등과 같은 방어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그렇게 해서 정권교체가 됐다. 민주당이 했던 것보다 더 심하지 않다면 우리도 민심을 거스를 수 있다는 뜻으로 비춰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민변 도배’ 발언 말하는 것인가.
“예를 들면 외국의 사례를 들거나, 그분의 능력이나 자질을 가지고 적합하다고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인사를 하고 보니 특정 분야에 인사들이 많아지는 것은 결과론적인 부분이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에는 각 분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할 분들도 필요한 게 사실이다. 또 특정 분야에 있었다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속해서 비판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초선 의원으로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다선 의원인 한 분이 늘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라고 하셨다. 공격을 많이 받아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후회나 부끄러움이 없다고 하셨다. 원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국민을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 생각했으면 한다. 얼른 일하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22대 총선까지 1년 10개월 남았다. 다음 총선 나갈 계획인가.
“나가야 한다. 2년 6개월의 짧은 기간 정치를 했지만, 많은 분들이 지지하고 응원해주셨다. 실망시키지 않겠다. 대전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 붙었던 상대 후보보다 앞으로 고향에 더 오래 봉사할 생각이고, 앞으로의 고향 발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정성 있는 정치를 해달라고 하는 주민들의 열망에 부응할 것이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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