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조연 캐스팅에 ‘옥주현 인맥’ 의혹 불거져…“캐스팅은 제작사 권한” 일축에도 뮤지컬 팬덤 불만↑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13일 EMK뮤지컬컴퍼니가 '엘리자벳' 10주년 무대 캐스팅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부터다. 공개된 라인업에는 옥주현, 이지혜, 신성록, 김준수, 노민우, 이해준, 이지훈, 강태을, 박은태, 민영기, 길병민, 주아, 임은영, 진태화, 이석준, 장윤석, 문성혁, 김지선 등의 이름이 올랐다.
이 가운데 '엘리자벳'의 더블 캐스팅으로 옥주현과 이지혜가 오른 것에 일부 네티즌들이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총 4번 상연된 '엘리자벳'에서 초연부터 사연까지 모두 공연한 옥주현의 캐스팅은 당연하지만, 두 번의 공연에 참여해 팬들에게 익숙한 김소현을 제치고 이지혜가 오른 것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소현이 1년 전부터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에 대한 기대를 보여 왔고, 그 역시 '쏘엘리'(김소현+엘리자벳)라는 애칭으로 팬들이 사랑해 온 캐스트인 만큼 팬들의 기대감도 높았다는 점이 의혹에 더욱 불을 지폈다. 여기에 김소현이 인스타그램으로 남긴 '엘리자벳' 응원글에 아쉬움을 표하는 다른 배우들의 댓글이 이어지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김소현은 캐스팅 라인업 발표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엘리자벳’ 출연 당시 찍은 영상을 공개하며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라고 인사를 남겼다. 이어 "이제 공연이 다 끝났다. 엘리를 다시 만날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너무 많이 사랑해 주시고 박수 많이 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배우로서 행복했던 것 같다.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겠다. 안녕히 계세요. 사랑해요"라고 인사했다.
남편이자 같은 뮤지컬 배우인 손준호는 "뭉클하네. 나에게 모두에게 소중한 쏘엘"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지훈도 "뭉클허네 에휴"라며 의미심장한 한숨을 내쉬는 한편, 정선아 역시 "소현언니는 언제나 아름다워 리스팩"이라는 글로, 진태화는 "저의 첫번째 뮤지컬로 봤었던 첫번째 엘리자벳"이라며 응원의 댓글을 남겼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은 뮤지컬 배우 김호영의 '저격글'이었다. 14일 김호영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옥장판 사진과 연극 무대 이미지를 올린 뒤 "아사리판(난장판이라는 뜻)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고 썼다. 캐스팅이 공개된 이후 올라온 글인 만큼 '엘리자벳'을 저격함과 동시에 그 문제가 옥주현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이번 '엘리자벳'에 옥주현과 함께 더블 캐스팅된 이지혜는 뮤지컬 경력 10년 차로 '지킬 앤 하이드' '스위니 토드' '팬텀' '레베카' '베르테르' '몬테크리스토' 등 굵직한 작품에서 주조연을 맡아온 배우다. 2019년 영화 '기생충'에서 성악가로 출연했고 2022년 애플티비+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도 오페라 가수로 분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실력면으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지만 이번 의혹을 제기한 이들은 이지혜가 옥주현과 절친한 사이이며 옥주현과 함께 다수의 작품을 해왔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엘리자벳'의 공연 이력과 인지도, 그리고 티켓 파워 측면에서 본다면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할 경우 옥주현과 김소현이 엘리자벳을 맡아야 하지만, 김소현이 배제된 데에 이 같은 인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엘리자벳 뿐 아니라 그의 상대역인 황제 프란츠 요제프 역에 이름을 올린 성악가이자 크로스오버 그룹 레떼아모르의 리더 길병민의 캐스팅에도 잡음이 불거졌다. 뮤지컬 경험이 전무한 그 역시 옥주현과 '팬텀싱어3'에서 인연을 맺은 점이 부각되며 이지혜와 마찬가지로 옥주현의 인맥이기에 캐스팅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심지어 길병민의 나이는 만 28세로 더블 캐스팅된 민영기(48)보다 무려 20살이나 아래이고, 요제프의 아들인 황태자 루돌프 역의 진태화는 만 34세라 아들과 아버지의 나이가 맞지 않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배우와 배역의 나이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관객들을 납득시킬 만큼 개연성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우려였다.
불만과 억측이 이어지자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캐스팅은 제작사 고유의 권한"이라고 일축했다. 여론처럼 톱스타의 인맥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티켓 파워 등 흥행성과 실력 등 다각도로 판단해 제작사가 직접 결정했다는 입장인 셈이다.
인맥으로 자신의 '왕국'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 받은 옥주현 역시 제작사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강경 대응도 함께 예고했다. 15일 옥주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 관련해 억측과 추측에 대한 '해명'은 제가 해야 할 몫이 아닙니다. 수백억 프로젝트가 돌아가는 모든 권한은 그 주인의 몫이니 해도 제작사에서 하시겠지요"라며 "전 무례한 억측 추측을 난무하게 한 원인 제공자들, 그 이후의 기사들에 대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관계 없이 주둥이와 손가락을 놀린 자, 혼나야죠"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해당업무를 맡고 계신 쪽에서 이틀간 캡처 수집 해놓았습니다. 다양한 글의 소유주들 서둘러 지우고 명의 바꾸는 수고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연극·뮤지컬계에서 캐스팅으로 불거지는 잡음이 팬덤 밖으로 나와 외부로까지 알려져 큰 이슈가 된 것은 이번 '엘리자벳' 사례가 처음이다. 더욱이 같은 업계 종사자가 직접 동료배우를 저격하고 나선 만큼 이번 논란을 두고 팬덤과 업계도 양분되는 분위기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제작사가 무조건적이고 독점적인 권한을 갖는다기 보다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캐스팅을 결정하는 일도 있다 보니 '인맥 캐스팅'이란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며 "연극, 뮤지컬만 그런 게 아니라 드라마로 생각해도 같은 소속사에서 주연과 조연을 함께 넣는 일이 있지 않나. 극의 흐름을 크게 좌지우지하지 않는 선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중요한 캐스팅이 그런 식으로 이뤄진다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진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공개적으로 저격한 것에는 "잘못된 일"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실체가 있는 문제라면 총대를 메는 게 용감한 일이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김소현 배우도 난처한 입장이 된 게 아닌가 싶다"라며 "옥주현 배우가 고소하겠다고까지 밝혔으니 결국 같은 업계 동료들끼리의 법정 다툼이 될 텐데 좀 더 신중했어야 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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