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마지노선 2500선 무너져…기업 실적과 미 금리 인상 추세 등 관건
#‘무너진 마지노선’ 코스피 지수 2500
지난해 말 3000이 무너지며 마감한 코스피는 올해 3월 들어 2700선 아래까지 밀렸지만 2500선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코스피 2500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다. 쉽게 풀면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자산 가운데 빚을 뺀 순자산의 가치와 시가총액이 같아지는 점이다. PBR 1배 아래이면 기업들의 미래 순자산 가치가 지금보다 못할 것이라는, 즉 적자가 난다는 뜻이다.
가장 최근 PBR 1배가 깨어진 때는 2018년 4분기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 다시 말해 경기가 부진해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때다. 2019년 8월 0.8배까지 하락했고 코로나19 쇼크가 강타한 2020년 3월 0.59배까지 추락한다. 2020년 말 1배를 회복하고 지난해 1.3배까지 오른다. 1년 사이에 증시 가치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40% 이상 부실’에서 ‘30% 이상 팽창’으로 바뀐 셈이다.
코스피 2500 붕괴는 주가수익비율(PER) 10배라는 또 다른 지지선도 위협한다. 시가총액이 상장기업 순이익의 10배라는 뜻이다. PER 값이 하락한다는 것은 기업들의 이익이 잘 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장이 기업에 대해 후한 값을 쳐주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해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나 금리와도 관계가 깊다. 금리가 하락하면 PER은 올라간다. 코스피는 PER 10배는 PBR 1배보다 오히려 더 단단한 지지선이었다.
#위로 2900, 아래로 2000
20년간 코스피 평균은 PBR이 1.18배, PER이 14.82배다. 지난해 가을 코스피가 2900~3100 사이에서 움직일 때다. 얼마 전 증권사들이 하반기 전망치 상단을 2900~3000선으로 예상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하단이다. 2019년 PBR 0.8배면 2000선까지 밀린다. 코스피가 지금보다 25% 오를 수도, 20% 하락할 수도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금리 수준과 기업 실적이다.
증권사들의 코스피 기업 2분기 영업이익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예상치 평균은 약 19.5%다. 전문가들이 올해 2분기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1년 전보다 20%가량 늘어난다고 본다는 뜻이다. 우리 증시에는 수출기업이 많다. 환율이 높아지면 같은 달러 매출이라도 원화 표시 금액이 늘어난다. 지난해 2분기 원달러 환율은 1120원선이다. 최근 1290원까지 환율이 오르며 올해 2분기 평균은 1260원이 넘는다.
물가와 금리도 따져봐야 한다. 2분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2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기업들이 시장에서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율(3년 만기 회사채 AA-)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연 2%에 못 미쳤지만 올 1분기 3%를 넘어 최근 4%대로 올라섰다. 물가와 금리는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반영된다. 3분기로 갈수록 더 어려울 수 있는 셈이다.
#바이든 외교력이 연준 움직여야
수요가 많아 초래된 인플레이션이라면 금리를 높여 경기를 진정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공급망이 꼬여서 나타난 인플레이션이라면 금리 상승이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불황을 초래할 수 있다. 해외 수입으로 소비를 지탱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물가를 잡으려면 달러 강세가 필요하다. 미국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계획 중이라는 소식에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 우려가 커지며 증시가 급락했다. 결국 시장 반등 실마리를 제공해 줄 주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증시를 되살려야 한다. 미국은 가계 경제와 증시가 깊이 연동된다. 물가를 잡아야 하지만 경기를 지나치게 훼손해선 곤란하다. 연준의 매파적 행보도 물가 진압 국면을 ‘짧고 굵게’ 마치려는 의도일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의 속도와 기울기를 조절할 것이란 신호를 내놓는 순간, 시장은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의 태도 변화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원자재와 식량 시장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와 중동 산유국들의 증산을 어떻게 이끌어 낼지가 관건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금의 공급 부족을 한동안 어려웠던 재정을 복구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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