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억 수익’ 영상 인기, 투자금 모아 운용하다 잠적…피해자 70명 50억 원 넘게 손실 주장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고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엔 용 아무개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정 아무개 씨에게 70명이 피해를 보았다며 호소하고 있다. 피해 금액은 현재까지 집계된 금액을 기준으로 볼 때 5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정 씨는 유튜브에서 하루 수익 3억 6000만 원이 났다는 영상으로 유명해진 바 있다.
피해자들이 정 씨와 알게 된 계기는 한 강의 사이트에서였다. 피해자 A 씨에 따르면 “정 씨는 강의 사이트에서 강의를 듣고 성공한 투자자가 돼 강사로 돌아왔다고 얘기했다”면서 “인스타그램에 수익률을 인증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3월 정 씨가 첫 번째 강의를 시작했다. 온라인 강의였기 때문에 수강생의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지만 단체 채팅방에 참여한 인원을 볼 때 1기수에 최소 200명 이상, 많게는 400명까지 추정하고 있다. 강의는 2기수까지 진행됐고 강의를 듣는데 1명당 132만 원을 내 적어도 6억 원 이상 매출을 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5월 초 강의가 끝날 즈음 정 씨가 수강생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고 한다. 수강생 B 씨는 “정 씨가 ‘내가 투자회사를 운영할 계획이다. 돈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메시지를 남겨 달라’라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 C 씨는 “꽤 시간이 흘러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강의 중 개설됐던 단체 채팅방을 없애는 과정에서 ‘리딩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강의가 진행됐던 사이트에서는 “정 아무개 강사가 회원을 상대로 유사수신행위 등 위법행위를 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 진위를 확인하고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별도 리딩방 운용’, ‘투자 컨설팅’, ‘투자금 수령’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피해자들은 ‘강의 사이트가 매매 내역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걸었는데 사실과 달랐다면 강의 사이트도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강의 사이트 측은 16일 일요신문에 “강사가 먼저 강의 기간 중 자료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수업기간 중에 매매내역 계좌내역을 보여 달라고 할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정 씨는 5월부터 리딩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리딩방에 참여하기 위해 내야 하는 돈은 월에 250만 원이었다. C 씨의 말에 따르면 약 30명이 리딩방에 참여했다. 리딩방에서는 매수할 종목과 타점을 알려줬다. 다만 리딩방에서 알려준 대로 따라 했음에도 수익은 좋지 못했다. 정 씨는 ‘죄송해서 리딩방 월 회비를 받기 어렵다’며 ‘당분간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다고 한다.
C 씨는 “그때 정 씨가 ‘몇몇 사람이 시간이 없어 타점에 진입하기 어렵다면서 혹시 아예 돈을 맡기고 싶다고 얘기하는데 그렇게 할 사람이 있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죄송해서 받지 않겠다고 말한 리딩방 참가비 250만 원을 미리 투자받은 셈으로 했다. 그래서 C 씨는 4750만 원을 내고 5000만 원을 맡겼다는 계약을 체결한다. 수익은 매월 정산하고 수익금의 70%를 투자한 사람이, 나머지 30%를 정 씨가 갖는 조건이었다.
정 씨는 단체 채팅방에 “최소 투자금은 1인당 2000만 원이며, 1000만 원 단위로만 맞춰 입금을 해달라. 최대 총 운용 자금은 6억 원으로 제한하겠다”면서 “너무 많이 받으면 부담스러운 것도 있고 내 계좌에 6억 원을 똑같이 맞춰서 매매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연에서 정 씨의 ‘맡겨볼 생각이 있냐’는 메시지를 듣고 참가한 사람들도 합쳐져 금세 목표액 6억 원 한도가 찼다고 한다. 정 씨는 “내 꿈은 유명 연예인 아무개 씨 남편처럼 큰돈을 굴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곧 투자운영회사를 설립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투자를 맡긴 직후 수익은 꽤 높았다. 7월과 8월은 약 10% 이상 수익금을 정산 받을 수 있었다. B 씨는 “한 달에 투자 원금의 10% 이상을 정산금으로 받으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9월부터는 수익이 초기만큼 좋지 않았고 수익률은 점점 줄어갔다.
이런 상황은 리딩방 쪽에서도 감지됐다. 9월과 10월 리딩방은 정치 테마주 투자에서 손실이 누적되면서 누적 손실이 약 20% 수준이 됐다. 정 씨는 ‘미안하다’면서 두 가지를 제안했다. 리딩방 참가비 250만 원을 돌려받거나 정 씨에게 돈을 보내면 대신 운용해주겠다고 했다. 약 10명은 돈을 정 씨에게 맡기기로 했다. 정 씨는 이렇게 약 20% 손실 난 금액을 11월과 12월 두 달 만에 복구해 원금에다 약간의 이익까지 보태 돌려줬다.
피해자들 말에 따르면 2021년 12월 정 씨는 “과거에는 인출 요구하면 매달 해줬지만, 법인으로 전환돼 인출 시 시간이 걸린다. 3개월 단위로 인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C 씨는 “정 씨는 돈을 맡기고 싶다고 해도 바로 받아주지 않았다”면서 “초기에는 전체 운용 자금 액수와 인원도 정해져 있었다가 조금씩 늘어났다. 2022년이 되자 운용자금이 60억 원을 넘어갔다”고 말했다.
정 씨는 3월 말에 잠시 투자회사 설립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일부 사람들에게는 환불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뒤 정 씨는 극적으로 투자회사 설립 길이 열렸다며 본격적인 투자회사 운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사이에 극적으로 환불 받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투자를 유지했다고 한다.
투자금을 환불 받은 C 씨는 “투자 수익률도 조금씩 떨어지고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이 있겠다 싶어 환불 의사를 표시했다”면서 “그래도 가짜란 생각은 전혀 못 했다. 단체 채팅방에서 사람 챙기는 모습 보면서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봤다. 그런 믿음으로 투자를 이어갔다면 돈을 다 날렸을 거라는 생각에 오히려 소름이 돋는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6월에 벌어졌다. 5월까지 수익률이 2021년 7월이나 8월보다 한참 못한 상태가 계속 이어졌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인출 시기가 된 사람들의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A 씨는 “개인적으로는 정 씨가 6월 10일을 디데이로 정했다고 본다. 6월 초부터 갑자기 정 씨가 ‘투자할 돈 없냐’고 마지막까지 돈을 끌어내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6월 9일 정 씨는 ‘2021년 7월부터 인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임매매를 한 게 유사수신 범법행위라는 것을 인지 못한 채 지속해오다가 신고를 받아 회사가 엮였다’면서 ‘단체 채팅방 운영도 유사수신 행위가 인정되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부득이 방 운영을 잠시 중단한다’고 하면서 단톡방을 떠나게 됐다. 곧바로 강의 수강생 방에서 ‘정 씨가 투자 단톡방을 나간 이후 연락도 안된다’는 얘기가 돌면서 뒤숭숭해졌다고 한다.
일부 큰돈을 맡긴 사람은 곧바로 인천 송도에 있는 정 씨의 사무실로 찾아간다. 이들은 송도 사무실에서도 정 씨를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정 씨 직원이 정 씨와 연락이 돼 중간에서 ‘정 씨가 큰 손실이 났고, 이에 투자금 반환 요청을 이행할 수 없게 되자 잠적하게 됐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6월 10일 투자자들은 ‘돈을 빼돌린 게 아니라면 매매 내역과 기타 증빙 요청을 하라’고 했고, 이때 전달 받은 자료를 보고 ‘멘붕’에 빠지게 됐다. 그동안 꾸준히 수익을 냈다고 하면서 전달한 매매 내역과 전혀 다른 내역이 온 것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수익을 냈다고 했던 매매 내역은 사실이 아니라 포토샵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고 판단했다.
6월 10일 정 씨는 투자자 일부에게 해명 메시지를 남겼다. 정 씨는 “죄송합니다. 운용금이 커지면서 너무 크게 두들겨 맞는 날 때문에 미수(레버리지 거래) 올인으로 크게 들어가다 걷잡을 수가 없었다. 그 상황에서 회원이 나가기 시작하고 손실은 눈덩이처럼 쌓이고 나가는 회원 돈을 반환해주지 않으면 터질까봐 반환하면서 손실이 더 쌓였다. 이제 반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무서운 마음에 혼자 정리했다”고 털어놨다.
B 씨는 “이제는 매매 내역도 진실인지 못 믿겠다. 빼돌린 게 아니라면 공인인증서 등을 통해 증권사에 접속해 매매 내역 확인을 여러 사람과 같이하게 해야 한다. 이 큰돈이 모두 날아갔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정 씨는 피해자들에게 더 이상의 해명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정 씨는 피해자들에게 마지막 투자금을 구하고, 운용해 수익을 내서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까지 변제를 하겠다고 전했다고 한다.
B 씨는 피해자들과 함께 단체소송을 준비 중이다. 일요신문은 정 씨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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